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 산모 보듬기엔 역부족
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 산모 보듬기엔 역부족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0.1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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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임신, 문제는?] ②제도 어디까지 왔나(完)

청소년산모 절반 이상 만19세는 배제
사업내용 정확한 지침 없어 현장 혼란
'건강지원사업'으로 전환될 필요
보건복지부는 만 18세 이하 청소년산모를 대상으로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미혼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19세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만 지원한다는 문제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만19세 이하 산모의 출산아동은 1만1106명입니다. 청소년기 출산은 신체·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이뤄져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합니다. 또 학업중단·경제적 곤란 등 산모의 삶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청소년산모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임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살펴 산모와 자녀의 건강한 삶을 돕고자합니다. 이번에는 청소년산모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청소년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편집자주>

청소년산모는 건강상의 위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사회에서 고립되며 적절한 보호도 받지 못한채 양육과 임신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또 학업중단, 구직난으로 이어지고 불안정한 정서는 자녀의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청소년임신은 산모의 삶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보다 세심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모자보건법 제3조에 의거, ‘청소년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지원 절실...학습권보장, 사회복귀 도와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발간한 ‘2019 청소년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총 315명의 청소년부모 중 출산 및 양육 시 가장 큰 어려움을 ‘생활비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꼽은 비율이 3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진로 및 취업 등 사회복귀의 어려움(20.5%), 자녀를 위한 보육과 의료서비스 부족(12.3%), 산전·후 관리와 자녀양육법을 모름(7.9%)이 뒤를 이었다.

이는 청소년산모들에게 경제·의료적 지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교육부장관에게 학생의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하고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학교에서의 성교육, 임신출산지원서비스, 산후조리의 강화와 양육지원의 보장을 통해 청소년임신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우리나라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청소년기 임신·출산은 갑자기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학업지속과 양육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혼란과 신체변화를 야기한다”며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해 청소년산모에게 안정감을 주고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비’지원 아닌 ‘건강’사업으로 확대돼야

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은 산전관리가 취약한 청소년산모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이다. 만 18세 이하 청소년산모를 대상으로 하며 임신 1회당 12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한다. 산모의 경우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중 본인부담액, 영유아는 의료비 및 약제비 본인부담액이 대상이다.

올해 7월부터는 기존에 포함되지 않던 산후우울증 정신과상담, 치과진료, 임신·출산관련 영양제(의사처방이 있는 한)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침이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경내용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상담센터에 문의한 결과 상담사도 이를 잘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청소년산모의 절반을 넘는 만 19세는 사업대상에서 배제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0 국정감사 이슈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만 19세 이하 청소년미혼모는 558명으로 이 중 만 19세가 57.2%(319명)를 차지했다. 청소년미혼모 중 만 19세는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51.7~57.2%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행 청소년법은 청소년을 만 24세 이하로 규정한다. 한부모의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도 청소년한부모를 만 24세 이하 모자가족/부자가족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은 대상을 만 18세 이하로 한정해 만 19세 산모들은 일반인으로 분류, 연간 60만원의 지원밖에 받지 못한다.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문제다. 정부는 매년 6억원씩이던 예산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억원으로 배정했다. 예산집행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입법조차서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산액 대비 집행액은 2016년 65.2%, 2017년 53%, 2018년 41.7%로 매년 감소했다. 만 19세도 사업대상에 포함될 필요성이 있는 데다 7월부터 지원항목이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예산삭감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집행률이 낮다고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료기관은 물론, 청소년산모들에게도 지침이 명확히 전달돼 지원카드가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하며 산후조리원 입소와 같이 보다 세심한 부분까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산모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단순히 임신·출산과 관련된 의료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건강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청소년산모 의료비 지원사업’을 ‘청소년산모 건강 지원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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