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제조원표시’ 삭제논란 재점화(再點火)…소비자 알권리가 최우선
‘화장품제조원표시’ 삭제논란 재점화(再點火)…소비자 알권리가 최우선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1.0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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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이 의원, 제조원표기삭제 화장품법개정안 발의


(판매원 vs 제조원 쟁점정리)
화장품 수출 난항 겪어 vs 수출액 지속적 증가세
제조원쏠림현상 가속 vs 독점문제, 공정거래법서 해결해야
제조원만 부각, 브랜드경쟁력 약화 vs 제조원 기술력 신생브랜드 안착에 큰 도움

우리나라 화장품수출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76086억원에 육박했습니다. K-뷰티가 한류를 이끌게 된 것은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제품을 개발하는 '판매업체'가 함께 이룩한 빛나는 성과입니다. 화장품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며 시너지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제조업체표기 논란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소비자의 알권리까지 불거지면서 제조업체표기 삭제문제는 업계를 비롯해 소비자에게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이에 판매업체와 제조업체, 소비자의 반응을 한데 모았습니다. <편집자 주>

화장품제조원표기 삭제는 해묵은 논란이다. 제조원과 판매원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다.

제조업자표시 삭제논란의 시작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914제조업자표기의무 폐지를 담은 화장품법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제품용기에 제조업체(이하 제조원)와 판매업자(이하 판매원) 이름을 모두 기재해야하는데 여기에서 제조원표기의무를 없애고 판매원만 표시하자는 내용이다. 김원이 의원은 주요제조원의 독점발생 해외업체들의 유사품제조의뢰 국내수출기업의 타격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화장품제조원표기 삭제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작은 2014년이다. 당시 대한화장품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화장품포장의 기재, 표시사항과 관련해 제조원을 빼고 제조판매원만 표기하자며 관련법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화장품포장에서의 제조원 삭제를 골자로 한 화장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먼저 판매원이란 제품기획, 디자인, 유통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장품브랜드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판매원에게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경우 제조원에 이를 위탁하게 된다. 즉 제조원은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판매원에게 의뢰받은 제품을 제조원이 생산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원개발생산),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일반적이다.

제조원표기가 브랜드경쟁력 약화요인?

현재 일부 판매원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의 제조업체에 제조의뢰가 몰리면서 판매원의 브랜드경쟁력 약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체생산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판매원은 높은 인지도와 기술력을 갖춘 이들 대형 2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제조원의 이름만 부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식약처 ‘화장품 생산실적 기준점유율’에 따르면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2개 기업의 점유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제조원으로 인해 신생브랜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제조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닥터자르트, 스타일난다, AHC 등은 대형제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제품을 출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한 대형제조업체 관계자는 독점구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관리하는 것이지 이를 화장품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우리는 판매원들에게 선택을 받는 입장일 뿐이며 지금의 구조는 제조원의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로 이룬 성장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수출액 계속 느는데 K-뷰티 발전 저해?

지난해 12월 정부는 미래화장품 육성방안에서 제조원표기의무 폐지를 규제혁신방안에 포함했다. 제조원정보가 노출될 경우 해외업자가 직접 제조원에 유사품제조를 의뢰해 결국 국내브랜드가 현지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코리안프렌즈 장준성 대표는 실제로 중동에서 5년 여 동안 시장을 개척한 끝에 화장품 2만개를 수출했지만 아랍인들이 직접 제조원에 연락해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수협 박진영 회장은 제조원이 제품관련 비밀정보를 외국의 경쟁사에 공개하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에 정착하기 힘들다“K-뷰티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피땀 어린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제조원표시의무조항을 수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수출액은 6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4% 증가했다. 또 식약처에 따르면 수출액은 최근 5년간(20152019) 평균성장률 26%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제조원표시 때문에 수출이 감소했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판매업자들이 자사제품에 대한 특허출원과 상표권등록으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등 자체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해외시장에서 모조품이 난립하는 현상을 모두 제조원표시 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조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화장품의 정품감별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해당국가에 모조품근절을 촉구하는 등 정부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화장품법 제30조에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고 수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은 수입국의 규정을 따를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즉 표기의무가 없는 국가에서는 따로 제조원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

하지만 판매원 측은 수출품에 제조업자표시의무가 없다고 해도 수출용 용기를 따로 만드는 것은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른다게다가 해외업체들도 내수용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언제든 제조업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세계에서 화장품제조원표시제도를 의무화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브랜드육성을 위해서는 판매원이 제조원표시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화장품편집매장에서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따져보고 있다.
한 화장품편집매장에서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따져보고 있다.

■소비자 알권리·안전성 최우선 고려돼야

문제는 제조원표기논란에서 정작 소비자의 알권리와 품질의 안전성문제는 빠져있다는 점이다. 제조원을 비롯해 화장품용기에 기재된 모든 정보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화장품을 찾기 위해 고려해야할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법률개정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한다.

동국대 약학대학 화장품용기·포장에 표시된 제조업자정보의 소비자 활용현황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2.5%가 제조원 및 책임판매원을 모두 기재해야한다고 응답했다. 또 부작용경험이 많을수록, 화장품관여도와 피부건강에 대한 염려가 클수록 제조원과 판매원 모두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 양진욱·권경희 교수는 표시규정 개정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 소비자의 안전한 화장품사용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기재함으로써 정보제공의 효율성을 높여야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명하진(, 26) 씨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 제조원보다는 브랜드(판매업자)의 이미지, 신뢰성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그렇다고 해도 제조원표기가 없어질 경우 어디인지도 모를 열악한 시설에서 제품이 생산되지는 않을까 걱정 된다고 밝혔다.

현재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된 제조시설에 부여하는 인증제도는 식약처의 CGMP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규정한 ISO22716이 있다. 그런데 제조원표기가 삭제되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증 받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소비자 주희연(, 30) 씨는 제조원표기가 없어지면 화장품을 고르는데 필요한 정보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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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공기 2020-11-01 14:51:11
표기 자유화하고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면 된다~

... 2020-10-30 19:08:35
좋은 기사네요 몰랐던 정보 얻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