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익숙한 ‘쌍화탕’도 아무나 복용하면 안 돼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익숙한 ‘쌍화탕’도 아무나 복용하면 안 돼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1.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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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미숙(가명) 님,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다녀오셨나 봐요?”

“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도 나고 기운이 없어서요.”

“처방된 약은 몸살기운과 열을 완화시켜줘요. 하지만 약간 졸릴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진통제가 들어 있으니 꼭 식후에 드시고 시간 간격도 맞춰서 드세요.”

“감사합니다.”

며칠 후 김미숙 님이 약국에 다시 방문하셨어요.

“김미숙 님, 이번에는 복통·설사약을 받으셨는데요? 감기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네, 감기는 좀 나은데요. 가스가 차고 설사가 나서 다시 병원에 왔어요.”

“보통 감기와 같이 오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음식을 잘못 드신 건 아니구요?”

“특별히 잘못 먹은 건 없는데... 혹시 쌍화탕을 먹고도 그럴 수 있나요? 감기 빨리 나으려고 쌍화탕을 같이 먹었는데 그 다음 날부터 설사를 했어요.”

“아, 그럴 수 있어요. 쌍화탕에 숙지황이 들어 있는데 위장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거든요.”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감염성질환입니다. 핀란드 오울루 대학 연구팀이 1년간 군인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5~0도일 때 가장 많이 감기에 걸렸습니다.1) 초겨울 날씨에 감기환자가 가장 많은 이유입니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7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라는 말이 있듯 약을 먹고 이겨낸다기보다 내 몸의 저항력으로 이겨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기를 주로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변이가 쉬워 치료제가 따로 없지요.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쉴 순 없으니 감기로 인한 불편한 증상이라도 가라앉히고자 증상 완화제를 복용하는 것입니다.

주로 복용하는 약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제들로 ▲열이 나고 아프면 해열진통제 ▲콧물, 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있으면 항히스타민제 ▲기침, 가래가 있을 때는 진해거담제를 복용합니다. 만일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황이라 2차적인 세균감염이 우려된다면 항생제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2)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해도 감기를 빨리 낫게 하거나 2차 세균감염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연구3)도 있으니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많이 복용하는 약이 또 있으니 바로 쌍화탕입니다. 쌍화탕 자체는 감기약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쌍화탕은 한방에서 말하는 기와 혈을 보충하는 보약이죠.4) 기는 에너지를 말하며 혈을 현대의학적 혈액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쌍화탕은 비위기능을 강화해서 기와 진액을 생성하게 하는 황기건중탕에서 교이를 뺀 것(황기, 계지, 작약, 대추, 생강, 감초)에 혈을 만들어주는 사물탕(당귀, 작약, 천궁, 숙지황)을 합쳐서 만든 처방입니다. 즉 에너지와 영양 소모가 심했을 때 이것을 보충해서 체력을 정상화해주는 약이라고 보면 됩니다. 감기가 본래 소모성질환이기 때문에 쌍화탕은 감기에 걸렸을 때 저항력을 키워서 보다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쌍화탕의 기능은 단순히 옛 문헌에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쌍화탕은 여러 실험을 통해 항염작용, 진통작용, 피로개선효과, 헤모글로빈 증가효과 등이 입증됐습니다. 즉 피로해소나 혈의 보충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오는 몸살이나 감기, 피로해소, 병후 체력 회복 등에도 두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은 쌍화탕도 주의해야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위장기능이 떨어진 사람입니다. 쌍화탕에는 혈을 보충해주는 숙지황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바로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합니다.

숙지황을 복용하면 왜 위장장애가 나타날까요? 바로 지황에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난소화성 다당체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다량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건지황을 9번 찌고 9번 건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성분들이 줄어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양이 남아 있게 됩니다.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은 이리도이드 배당체에 속하는 카타폴(catapol)과 당류에 속하는 스타키오스(Stachyose), 라피노오스(Raffinose) 등입니다. 이 성분들은 지황의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들이기도 하지만 장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되면 삼투압을 증가시켜 설사를 유발하거나 복부팽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5)6)

한방에서는 이렇게 위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를 비위가 냉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비위가 냉하다고 하는 것을 현대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위장기능이 떨어져 영양 흡수가 잘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찬 음식이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 배를 차갑게 하는 환경에 놓이면 복통이 나타나며 설사를 하게 되죠.

특히 감기에 심하게 걸려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면 위장기능도 약해집니다. 이런 사람이 쌍화탕을 먹으면 숙지황 속에 있는 난소화성성분들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쌍화탕을 꼭 복용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죠.

쌍화탕을 조심해야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임산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연구 ·발표한 ‘취약군의 한약제제 적정사용 정보 가이드라인 개발’을 토대로 살펴보면 쌍화탕에는 당귀, 천궁, 작약 등 혈을 강하게 추진하는 제제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신중하게 투여하는 처방이라고 봐야합니다. 당귀, 천궁, 작약 등은 기능성건강식품과 다수의 음식에도 포함돼있기 때문에 임신 중이라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익숙한 쌍화탕도 알고 보면 아무나 복용할 수 없다는 사실! 꼭 기억하세요. 한약제제도 약이기 때문에 복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참고자료

1) ‘감기에 가장 잘 걸리는 온도는?’ 연합뉴스 2008년 11월 13일 기사

2) SIM 통합내과학2 Infection 감염 김준명, 이꽃실 정담(2018)

3) 외래에서의 호흡기 감염에 대한 항생제 요법(2003)-박수은(부산대학교 의과대한 소아과교실)

4) 쌍화탕은 마음과 체력이 모두 소모된 것, 기혈이 함께 상한 것을 치료하는데, 혹 성생활 후에 힘든 일을 하거나, 혹은 힘든 일 이후 성생활을 하는 것, 큰 병 이후 몸이 허해져 기가 부족해져서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이 것을 치료한다雙和湯治心力俱勞, 氣血皆傷, 或房室後 勞役, 或勞役後 犯房, 及大病後虛勞氣乏自汗等證

5) 한약독성학1-한국학술정보(2012)

6) 현대생약학-학창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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