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자살위험 높인다? 전형적인 해석의 오류 가능성!
[특별기고]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자살위험 높인다? 전형적인 해석의 오류 가능성!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1.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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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며칠 전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복용이 우울증·자살위험과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기사가 보도됐다.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많이 걱정하면서 먹어도 되는지 계속 문의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연구는 VigiBase라고 하는 전 세계 153개국의 약물과 연관된 부작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를 기초로 발표됐다. 이 데이터에 의하면 피나스테리드와 연관돼 356명이 자살과 연관된 부작용을, 2926명이 정신적인 부작용을 보고했고 이를 분석했더니 ‘탈모치료를 위해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하는 젊은 남성은 자살과 연관이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피나스테리드 제제의 우울증 관련 연계성에 대해 언급된 바가 있고 2017년에는 이에 대한 주의사항 문구가 모든 피나스테리드 제품에 삽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탈모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들은 피나스테리드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에 이 논문을 처음 접했을 때도 별로 새삼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국내에도 본 논문이 소개되면서 환자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어 이 논문의 한계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1월11일 온라인 출간된 피나스테리드와 자살연관성에 대한 자마피부과(JAMA Dermatology)의 원논문(왼쪽)과 같은 호에 실린 반박하는 사설(오른쪽).
11월11일 온라인 출간된 피나스테리드와 자살연관성에 대한 자마피부과(JAMA Dermatology)의 원논문(왼쪽)과 같은 호에 실린 반박하는 사설(오른쪽).

먼저 남성형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 1mg 제제는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 중 하나로,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DHT(Dihydrotestosterone)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탈모를 치료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첫 허가된 이후 20년 넘게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경구용 탈모치료제다. 같은 성분인 피나스테리드 5mg 제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결과에서 45세 미만의 탈모환자가 피나스테리드 1mg를 복용하는 경우 자살 관련도가 증가하고 5mg을 복용하거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45세 이상에선 관련이 없다고 보고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일 약물 부작용 때문이라면 약물의 용량이 늘어날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 상식인데 약물농도가 증가했더니 오히려 부작용이 줄어들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약을 복용해도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괜찮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고된 사례 중 1mg을 복용한 예는 171명으로 예상된 104.4명보다 많은 수였고 5mg을 복용한 경우는 30명이었는데 이는 예상인원인 53.3명보다 훨씬 적다. 그렇다면 피나스테리드 5mg 복용은 자살위험도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억측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 우울증이나 자살은 여러 가지 사회적·심리적·경제적인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도 본 연구에서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본 연구결과를 봐도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는 단 한 명도 보고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포함된 환자들이 전에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었는지 혹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조차 되지 않은 연구라 해석에 여러 제한이 많다.

본 연구를 평가한 사설도 같은 학술지에 나란히 실렸다. 그 사설에서는 본 연구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나열하고 있는데 ▲첫째, 인과관계를 약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결과로 이끌 수 있고 ▲둘째, 나이, 적응증, 같이 복용하는 약, 동반질환에 대한 교란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결과가 잘못될 수 있으며 ▲세 번째로 보고편향(reporting bias), 즉 불만스럽거나 또 다른 이차적인 이익이나 외부영향으로 특정한 보고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필자가 만일 같은 데이터를 분석했다면 ‘(약이 아니라) 탈모라는 질환 자체가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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