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유독 피곤·우울한 가을…‘계절성 불면증’ 때문일 수도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유독 피곤·우울한 가을…‘계절성 불면증’ 때문일 수도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1.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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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가을이 되면서 피로감과 함께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딱히 과로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없다면 의외로 불면증이 원인일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인지하는 못하는 상태에서 가을이 되면서 불면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계절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계절성 불면증이란 특정 계절에 유독 불면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발병비율을 보면 여름이 가장 적고 겨울이 가장 많다. 물론 환자에 따라서 모든 계절에 생길 수 있는데 특히 늦가을과 겨울에 많다. 계절성 불면증은 낮 동안의 햇빛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낮 동안의 햇빛은 밤 사이 멜라토닌 분비를 늘려주면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햇빛의 양도 약해진다. 더군다나 낮시간이 짧아지고 밤이 빨리 시작되기 때문에 긴 밤 동안에 생체리듬이 깨져서 잠을 자는 집중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계절의 변동이 큰 노르웨이와 계절 변동이 거의 없는 가나를 비교했다. 계절에 따라서 햇빛의 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노르웨이의 경우 불면증, 낮 동안의 피로감, 우울감이 가을·겨울철에 심하게 나타났다. 반면 가나의 경우 1년 내내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핀란드 같은 북유럽의 경우 12월 오후 3시경이면 해가 지고 다음 날 9시경에나 해가 뜨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6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해당 지역으로 장기간 여행을 하거나 유학이나 일 때문에 체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것이 바로 불면증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과 햇빛의 양은 사람의 생체리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계절성 불면증이 왔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름철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숙면을 잘 취해왔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불면증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절성 불면증은 일반적인 심한 불면증과 달리 잠을 전혀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면시간은 충분해서 자신은 잘 잤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수면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다.

유독 가을이 되면서 피로감이 심해졌다면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이 잘 들지 않는다 ▲자주 뒤척이면서 잠을 깬다 ▲꿈이 많아졌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기상 후에도 몸이 무겁고 의욕이 없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계절성 불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불면증은 우울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햇빛의 양은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여기에 불면증까지 겹치면 낮 동안의 정서적 우울감은 설상가상으로 심해질 수 있다. 안 그래도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우울해하고 있는데 가을이 돼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우울감은 더 심해진다.

자연환경 변화도 한몫한다. 나무들은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일시적으로 화려함을 뽐내다 이내 모두 떨어져 스산한 거리를 뒹굴면서 앙상한 가지만을 보인다. 오늘처럼 늦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설상가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심리적으로 우울하게 만들고 중년 이상으로 나이가 들수록 심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이 피로감과 우울감을 혼동하거나 헷갈려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라면 피로감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몸이 무력해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도 견디면서 그 일을 해내고 일을 마친 후에 휴식을 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반면 우울감은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거나 계속 미룬다는 차이점이 있다.

가을철 불면증으로 인해 신체적인 피로감과 함께 우울감까지 동반된다면 낮 동안의 신체기능은 물론,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다양한 질환의 발병가능성도 높아진다. 불면증은 이미 치매나 심장질환, 면역력 저하 등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가을의 계절성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낮에 일부러라도 외출해서 활동량을 늘리면서 운동도 하고 햇빛을 많이 쏘일 필요가 있다. 햇빛을 쏘이면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는 우울감과 불면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수면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잠들기 전 따뜻한 대추차 한잔으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좋다.

특히 가을철 유독 심해진 피로감과 우울증은 자신도 모르게 겪고 있는 불면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일 가을이 되면서 유독 심한 피로감과 우울감이 생겼다면 잠자리를 한번 살펴보자. 숙면은 의외로 건강과 관련된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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