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장, 떼어내도 사는 데 지장 없을까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장, 떼어내도 사는 데 지장 없을까요?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1.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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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

건강검진 중 초음파검사로 비장종양이 발견되는 동물이 종종 있다. 이때 비장종양이 매우 작고 별다른 임상증상이 없다면 모니터링을 하지만 크기가 크거나 파열이 의심되는 경우 수술을 권장한다. 과연 비장을 제거해도 괜찮을까?

비장은 몸에서 혈액을 저장, 생성하고 오래된 혈구를 걸러 제거하는 장기다. 림프조직도 분포해 감염이 있을 때 감염체를 제거하는 면역기관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비장을 제거한 동물은 문제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비장이 아닌 다른 장기에서 대신 수행하기 때문이다.

비장에 종양이 생겼을 때 임상증상은 특징적이지 않다. 만약 혈액 관련 종양이면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비장은 혈액을 다량 저장하고 있으므로 비장종괴가 파열된다면 반려동물이 쓰러지거나 급사한다. 복부팽만, 체중감소, 식욕저하, 기력저하 등도 동반될 수 있다.

비장에 생기는 종양은 매우 다양하다. 혈관 및 혈액, 림프가 다량 분포하는 장기이기에 이와 관련한 종양이 많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고양이보다는 나이든 개에게 더 흔히 발생한다. 양성골수 외 조혈이나 림프구증식이 결절이나 종괴처럼 보일 수 있으며 양성과 악성종양 모두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영상학적 소견만으로 완벽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조직검사와 제거가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림포마가 의심되는 경우 등) 세침흡인검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비장은 혈관이 발달해 검사 후 복강 내 소량의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지만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장종양이 아니더라도 비장 제거가 권장될 수 있다.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있을 때다. 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비장은 조혈하는 장기이므로 빈혈이 있는 반려동물을 검사하면 비장이 커지는 것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의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치료를 해도 재발할 때 비장절제를 고려할 수 있다. 비장에서 혈구를 과도하게 제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비장을 초음파로 지속 모니터링했을 때 변화가 보일 수도 있으나(아래 사진), 대부분 비장비대 외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수의사는 빈혈에 대한 원인감별 및 적절한 치료에도 차도가 보이지 않는 경우 혹은 빈혈의 원인이 감별되지 않는 경우 비장절제를 보호자에게 권할 수 있다. 비장에서의 과도한 혈액 소실이 원인이 아니라면 수술 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나 수술 전에 이를 감별하기는 다소 어렵다.

중독치료 중 빈혈과 혈소판감소로 비장을 모니터링한 개의 초음파영상. 시간이 지날수록 비장비대와 함께 비장 내 울혈 또는 혈종으로 의심되는 비장의 저에코성 영역이 커지고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장절제 후 빈혈과 혈소판감소증은 서서히 개선됐다.

비장제거가 필요한 또 다른 상황은 외상에 의한 비장파열, 비장염전이다. 외상에 의한 파열은 비장 외 간, 신장, 방광 등 다른 실질장기의 파열동반 여부, 폐출혈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 비장염전은 단독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대형견에게 위염전과 함께 발생할 때가 많다. 이 경우 비장절제가 필요하다.

비장은 면역기능, 혈액저장, 조혈 등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비장제거 이후 대부분의 동물이 큰 부작용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비장종양은 임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미 종양이 파열된 이후 진료를 받을 때도 있다.

파열된 종양이 악성이면 이후 복강 내 전이 가능성이 있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나이 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주기적인 복부초음파 검진을 추천한다. ▲복부팽만 ▲점막창백 ▲기력저하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 이상증세가 확인된다면 검진받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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