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딸꾹질 멎게 하는 민간요법들…정말 효과 있을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딸꾹질 멎게 하는 민간요법들…정말 효과 있을까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1.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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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딸꾹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딸꾹질이 난다. 사레가 들거나 너무 매운 음식을 먹거나 또는 급하게 음식을 먹다가도 생긴다. 이 때문에 딸꾹질하는 사람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남몰래 급하게 먹었구나”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을 하면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횡격막에 경련이 일어난다. 과거 방영된 한 드라마에서 거짓말을 했을 때 딸꾹질을 하는 주인공이 있었는데 이것을 ’피노키오 증후군‘이라고 했던 것 같다. 원래 없는 병명이지만 참으로 재밌는 그럴싸한 명칭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대신 딸꾹질을 해서 탄로가 나는 것이다.

딸꾹질은 횡격막과 늑간근의 경련으로 인해 발생한다. 일종의 호흡곤란으로 숨 쉴 때 성대가 갑자기 닫히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근육들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경련이 생겨서 딸꾹질도 갑자기 생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보통 저절로 진정이 된다.

딸꾹질은 뇌신경과도 관련이 있다. 뇌신경 중 미주신경은 뇌에서 나와 후두부를 지나 식도, 횡격막, 위장, 복강에 분포하면서 위장관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갓난아이들이 딸꾹질을 자주 하는 이유도 미주신경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나타나는 것이다.

딸꾹질 중에도 난치성이 있다. 간혹 중풍이나 약물중독, 뇌종양 같은 중추신경계의 문제로 인한 딸꾹질은 수일 이상 가기도 한다. 뇌질환으로 인한 경우를 ’중추성 딸꾹질‘이라고 한다. 이 경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일이나 수개월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또 횡격막이나 복막에 심각한 염증성질환이 있거나 개복수술 후 나타나는 딸꾹질도 예후가 안 좋은 심각한 딸꾹질에 속한다. 반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대부분의 딸꾹질은 말초성으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말초성 딸꾹질일지라도 간혹 수시간 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생각나는 것이 딸꾹질에 도움 된다는 민간요법들이다. 딸꾹질을 멎게 하는 데 정말 효과적일까.

필자가 어릴 적 딸꾹질을 하면 어머니는 냉수를 가득 담은 사발 위로 명주실을 열십자 모양으로 늘어뜨려 놓은 후 한 귀퉁이에 입을 대고 마실 때마다 ‘임금왕자요’하면서 4차례로 나눠서 모두 마시게 하셨다. 사발 테두리와 함께 실의 모양을 언뜻 보면 왕(王)자처럼 보인다.

그렇게 물을 마시고 나면 웬만한 딸꾹질은 멎었던 것 같다. 사실 이제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은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호흡을 일정하게 조절하면서 물을 천천히 마시도록 유도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딸꾹질을 하면 복압을 높이면서 숨을 참게 하거나 옆 사람에게 갑자기 놀라게 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역사적으로 무척 오래됐다. 벌써 2000여년 전에 쓰여진 <황제내경 영추경>에 보면 “딸꾹질을 할 때 풀대로 코를 찔러 재채기가 나게 하는데 재채기가 나면 멎는다. 또한 숨을 참고 신속하게 뱃속의 기운을 끌어올려도 멎는다. 몹시 놀라게 하여도 멎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민간요법은 동의보감에도 그대로 수록돼 있으며 미주신경을 통한 자율신경에 자극을 주는 방법들로 여겨진다.

또 다른 민간요법으로는 혀를 잡아당기는 방법이 있다. 거즈 등을 이용해서 혀를 손가락으로 꽉 잡아서 길게 잡아당긴다. 또 검지손가락을 양쪽 귀안 고막쪽으로 밀어 넣어 자극을 준다. 이 방법들도 미주신경을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필자가 수련의 기간 MT를 갔을 때 일이다. 어느 한 선생님이 딸꾹질을 시작했는데 우리 주변의 많은 민간요법 시도에도 멈추지 않다가 바로 다음 방법으로 진정이 됐다.

종이컵에 물을 절반 정도 넣어 바닥에 놓은 후 일어서서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여 입으로 종이컵 귀퉁이를 물고 그 상태로 물을 모두 마시게 했던 것이다. 이 방법은 호흡을 멈추면서 횡격막에 압박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생각된다.

또 필자의 학부시절, 모 교수님이 딸꾹질 특효방이라고 강조하신 처방이 하나 있다. 바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에 흑당(흑설탕) 5숟가락을 넣어서 끓여 마시는 것이다. 이 처방 구성을 보면 횡격막을 포함한 위장관의 경련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정에서는 간단하게 설탕이나 꿀물을 진하게 타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시도해도 멈추지 않는 심한 딸꾹질도 있다. 이 경우 구역반사를 이용하면 좋다. 구역반사는 목의 목젖을 건드리면 구역감이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사 중 하나다. 양치를 하다가 칫솔이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한다. 구역반사(gag reflex)는 병원에서 중풍환자의 연하곤란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검사법이기도 하다.

집에서 구역반사를 유발하는 데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것은 바로 숟가락이다. 숟가락을 목 안 깊숙이 집어넣으면 거의 확실하게 구역반사를 유도할 수 있다. 심한 구역감이 생기면서 미주신경에 강한 자극을 주면서 동시에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순간 딸꾹질도 멈춘다. 숟가락 요법은 그 어떤 방법보다 말초성 딸꾹질에 효과적이다.

민간요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시할 필요도 없다.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민간요법도 많다. 만일 딸꾹질이 난다면 앞서 언급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볼 만하다. 자신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민간요법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을 읽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딸꾹질 때문에 고생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딸꾹~~딸꾹~ 딸꾹! 멈추지 않는 딸꾹질에는 숟가락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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