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계의 양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특징은 선명한 검은 테두리와 내부를 채우는 작은 점들이다. 벤데이 점이라고 하는 이 망점은 각각의 작은 점으로 구성돼 있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채색한 듯 착시를 일으킨다. 신문 같은 인쇄매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이미지를 표현한다.
의료영역, 특히 피부치료를 위한 레이저 중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 있는데 바로 ‘프랙셔널 레이저’다. 피부에 생긴 상처는 치유과정을 거쳐 재생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해야 흉터 없이 잘 아문다. 노화된 피부세포를 손상시켜 사멸되면 주변의 정상피부가 증식해 이를 대체하면서 젊고 활발한 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과시술은 노화된 세포를 파괴하는, 즉 피부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는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상된 면적이 너무 큰 경우 아무리 환자의 피부재생능력이 좋고 후 처치를 잘해도 정상피부로 돌아오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프랙셔널 레이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개발됐다. 치료 면을 한 번에 전부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점 모양의 레이저빔을 일정간격으로 골고루 조사해 사이사이에 정상피부를 남겨놓음으로써 손상 받은 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다. 보통 한 번에 치료면적의 20% 이하만 손상시키기 때문에 최소 5회 이상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첫 프랙셔널 레이저는 비파괴성으로 출시됐는데 피부에 실제 구멍을 내지는 않고 단순 손상만 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세포가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다 부드럽게 치료 후 염증이나 피부자극을 줄이고 빠른 일상생활복귀를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에 나온 파괴성 프랙셔널 레이저는 피부에 작은 점모양의 구멍을 만들어 좀 더 강한 치료를 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가 빠르고 이 구멍을 통해 외부약물을 피부 내에 전달할 수 있어 흉터치료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필자는 프랙셔널 레이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락셀(Fraxel)이라는 레이저 개발자를 친구로 둔 덕에 우리나라에 기기가 들어오기도 전인 2004년 12월 이 기기를 만들었던 릴라이언트 테크놀로지 본사에서 한국인 최초의 환자 겸 시술자가 됐다. 이후 이 기기가 국내허가를 받은 다음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이 이 기기로 시술하는 세계 최초의 대학병원이 됐다.
지금은 국내 및 국외의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점점이 흩뿌려지는 레이저를 개발, 요즘은 피부과시술에 있어 거의 표준처럼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