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발치 후엔 ~~하세요”…다 그럴 만한 이유 있답니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발치 후엔 ~~하세요”…다 그럴 만한 이유 있답니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1.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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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지난 주말에 개인적으로 시험 볼 일이 있었다.

시험은 주관식이었는데 감독관이 “주관식을 작성할 때 수정액을 사용하셔도 되고 두 줄로 지우고 그 옆에 쓰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공지사항이 전달되기 무섭게 3명이 연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 “주관식 답안을 잘못 쓰면 두 줄로 지우고 그 옆에 쓰면 되는 건가요?” “수정액을 사용해도 괜찮은가요?” “주관식 답을 잘못 쓰면 어떻게 하나요?”

이때 필자는 ‘모든 사람이 자기의 언어로 한 번 더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과연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었나 반성도 하게 됐다. 그 반성을 시작으로 우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환자용 주의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중 이번 칼럼에서는 치과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발치치료 후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발치 후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침을 강하게 뱉거나 빨대나 뭔가를 빨게 되는 행위는 삼가 주세요.

☞ 치과에서 발치하고 나면 치아뿌리가 있었던 공간만큼의 깊은 웅덩이가 생기게 되며 이 웅덩이는 피가 고여서 혈병(딱지)을 이뤄야한다. 이 혈병이 떨어지면 마치 딱지를 일부러 뗐을 때 상처가 덧나는 것처럼 감염되거나 아플 수 있다. 따라서 발치 후에는 환자들에게 딱지가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달라고 꼭 이야기한다.

2. 물고 계신 거즈는 2시간 이상 꽉 물고 계시고 그동안 피와 침은 가볍게 삼키세요. 계속 뱉어내시거나 강하게 삼키시면 피가 멈추지 않습니다.

3. 다만 거즈 제거 후에도 출혈이 계속될 경우에는 발치 부위에 거즈를 1시간 동안 더 물고 계십시오. 피는 다음 날 아침까지 날 수 있습니다. 침과 섞여 많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발치를 했기 때문에 피가 난다. 자고로 피가 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압박지혈’, 즉 꾸욱 누르는 것이다. 따라서 발치 후 거즈를 물려주고 여분의 소독된 거즈를 챙겨 준다. 하지만 피는 다음날까지 스멀스멀 나게 된다. 구강 내에서 발생하는 피는 99.9% 큰 문제가 없으니 다음날 피와 침이 살짝 섞여서 나온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4. 발치한 부위는 1~2일 동안 냉찜질을 하십시오(*요령: 10분 사용 후, 5분 휴식(너무 차가울 때는 사용시간을 줄이세요.)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온찜질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 발치 후 환자들이 하는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부기다. 사실 붓는 과정은 몸이 세균을 제거하고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기 위해 혈관을 총동원하는 치유과정이다. 따라서 많이 부으면 그만큼 빨리 낫는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부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발치 후 2일간은 냉찜질을 통해 혈관이 동원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반면 3일째가 되면 더 이상 혈관이 동원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때는 온찜질로 피가 잘 순환되게 해서 빨리 낫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5. 발치 후 갑자기 찾아오는 찌릿한 통증이나 부기, 불편감이 있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치과병원으로 방문해 주세요.

☞ 발치 후 이틀 정도의 불편감은 정상이다. 하지만 3일에서 5일 후에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거나 퍼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찾아온다면 감염 가능성이 있어 꼭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발치 후 3~5일 후부터 갑자기 생기는 퍼져 나가는 듯한 강한 통증은 ‘건성발치와(dry socket)’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딱지가 떨어져 나가고 감염이 되면서 발생한다.

또 발치 후 치아를 잡고 있던 뼛조각이나 치아조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한 염증과 고름으로 찬 부위를 수술하다 보면 미세한 조각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발치 후 아프지는 않은데 뭔가 혀나 손가락이 닿았을 때 뾰족한 것이 느껴지면서 잇몸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도 치과에 방문해서 덜 불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발치 후 주의사항’. 잔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환자가 안 아프고 조금이라도 덜 붓고 조금이라도 빨리 낫기를 바라는 치과의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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