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짊어지긴 버거운 산후우울증
혼자 짊어지긴 버거운 산후우울증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2.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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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호르몬 변화 등 원인
방치 땐 정신건강 악영향
산후우울증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 폭력 등 극단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과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산후우울증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 폭력 등 극단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과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산후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산모건강은 물론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이며 예방과 치료에 대한 세심한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우울감을 겪는다. 대체로 분만 후 2~4일 안에 시작돼 4일째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2주 정도 지나면 호전된다. 하지만 우울감이 나아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면 산후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변화와 피로, 양육부담 등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임신 전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았거나 약물남용경험이 있으면 발병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정신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부족한 정서적 지지나 부정적 부부관계·고부관계 등이 우울증유발 또는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방치 시 산후정신증으로 악화

산후우울증은 ▲피로와 무기력 ▲의욕상실 ▲심한 감정기복 ▲수면과다 ▲뚜렷한 원인 없는 몸 상태악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 산모가 아기의 건강이나 사고발생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반대로 아기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는 모습을 보인다. 

산후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산후정신증으로 이어져 망상에 사로잡히는 등 증상이 악화된다. 아이를 해칠 것 같거나 아기가 자신을 위협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것이다. 

■배우자역할 가장 중요해 

산모가 아기를 해치는 사고도 계속 발생한다. 올해 1월 경남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산모가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투신했다. 9월에는 산후우울증과 양육부담 때문에 산모가 아이를 살해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산모와 아기를 결국 파탄에 이르게 하는 산후우울증은 각별한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신용욱 교수는 “증상에 맞는 약물을 처방하거나 정신·인지행동치료로 환자의 부정적 사고를 수정하고 주변환경을 현실적으로 바꿔야한다”며 “특히 가족의 지지와 도움이 필수이며 배우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만큼 함께 치료과정에 참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치료제공기관 확대돼야 

산후우울증이 아동폭력이나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세심한 정부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모자보건법에 의거해 출산 전후에 우울증검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보건소에서 자가검사지로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후우울증은 약 10~15%의 산모에서 나타나는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관련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산모는 1.43%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산후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서 이소영 연구위원은 “산후우울증의 인식 개선과 예방·치료를 위한 기관이 확대돼야한다”며 “산후우울증 진단이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이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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