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패러다임 전환 이끈 ‘광역동치료’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패러다임 전환 이끈 ‘광역동치료’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1.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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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기존에 유지되던 이론이나 개념 등에 큰 변화가 있었을 때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레이저 치료에서도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들이 몇 번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광역동치료’라고 할 수 있다.

광역동요법으로도 불리는 광역동치료(Photo Dynamic Therapy)는 광감작제(photosensitizer, 특정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물질)를 표적세포에 축적시킨 후 특정파장의 광선을 조사하면 세포막에 유리산소가 생성돼 표적세포는 선택적으로 파괴시키고 다른 중요 구조물의 손상은 줄이는 치료다.

광역동치료는 페니실린 발견만큼이나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 광원(light source)이 레이저도 아니었고 치료 목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던 중에 발견된 것도 아니다.

1900년대 초 연구실에서 한 의대생이 아크리딘 색소에 짚신벌레를 1시간 노출했더니 짚신벌레가 죽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다음에는 반나절 이상 노출시켜도 짚신벌레가 죽지 않았다. 의대생은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석하던 중 1시간이라는 노출시간 동안 천둥번개가 쳤음을 알게 됐다. 즉 아크리딘 색소가 특정 파장(450~500nm 청색광)을 흡수, 활성산소가 나오면서 산화스트레스로 인해 세포독성을 갖게 됐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광역동치료가 시작됐다. 이후 피부암과 암 전구병변, 더 나아가 사마귀나 여드름에도 광역동 치료가 적용됐다. 그렇다면 질환별로 적용되는 광역동치료는 다 동일한 것일까?

저출력광선치료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광역동치료를 표방한다. 하지만 광역동치료는 모두 동일하지 않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광역동치료의 3대 요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한다.

일단 광감작제가 필요하고 치료대상인 표적세포가 있어야하며 광감작제를 표적세포에 축적시켜 광원에서 특정파장이 나와야 광감작제에 반응해 치료가 된다. 즉 표적세포는 우리가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이니 동일하다고 해도 광감작제와 광원이 다르면 다른 치료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드름 치료에 고식적으로 사용했던 ALA(아미노레불리닉산)을 푸른 파장의 LED 램프로 15분 정도 쬐고 있는 치료와 녹색 약물과 마취약을 도포 후 붉은 파장의 레이저나 IPL을 받는 치료, 최근에 나온 나노 금입자를 흡수시킨 후 마취 없이 긴파장ND:YAG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것은 다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역동치료는 광감작제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여드름 치료에서는 ALA와 MAL이 예전부터 감각제로 사용돼왔다.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는 고식적인 광역동치료이며 둘 다 시술 후 광독성반응이 가능해서 일정 시간 햇빛을 피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필자가 대한피부과학회에서 발표했던 인도시아닌그린(indocyanine green)을 이용한 광역동치료도 있다. 이는 근적외선과 붉은 빛을 흡수하고 활성산소가 적게 발생해서 시술 후 일광차단이 불필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레이저 타깃으로 확장된 광열분해(extended photothermolysis) 개념의 광감작제가 나오게 됐다. 즉 자신이 레이저를 흡수해서 열을 만들어내 옆에 있는 타깃으로 열을 전달하는 제모와 혈관레이저의 원리처럼 나노화한 금을 레이저의 타깃으로 이용해 열을 내고 근처 피지샘에 열을 전달해서 피지샘을 파괴하는 치료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근 나온 골드피티티의 원리다. 피디티(PDT, photodynamic therapy)를 피티티(PTT photothermal therapy)라고 부른 것은 산소의존성의 고식적인 개념에서 확장된 선택광열분해의 개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PTT를 확장된 광역동치료의 하나로 보는 게 무난하리라 생각된다.

광원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광원 선택은 병변 깊이, 광감작제 등에 따라서 색(파장)을 선택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광원의 종류는 LED, IPL, laser 3종류다. 최근에는 일광을 사용한 광역동치료도 발달돼 있다.

LED는 가정용 LED 마스크부터 병원용 LED 기계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대신 광원으로서 에너지가 생각만큼 전달 안 될 가능성이 높다. 판으로 된 LED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즉 원래 5cm를 맞춰서 조사해야 되는 것을 10cm 로 띄우면 에너지는 1/4로 줄어 우리가 원하는 효과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2.5cm으로 붙여두면 4배로 강한 에너지가 가해져 화상을 입게 된다. IPL과 레이저는 광감작제를 반응시킬 수 있는 주된 색(파장)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선택해서 사용하게 된다.

지난해 중앙대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나노화된 금이 난치성 주사(코와 뺨 등 얼굴 중간 부위에 발생. 얼굴이 붉어지면서 피부 병변이 올라옴)에서 염증이 주로 발생하는 공간인 피지샘에 더 축적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될 수 있음을 밝혔다.

주사에서는 근적외선 파장의 긴 파장레이저가 치료에 효과적인데 나노화된 금은 이 파장의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주사 치료에 더욱 효과를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 마취 없이도 가능한 치료이다 보니 피부장벽이 망가져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피부에 닿는 화학성분을 최소화시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광역동치료는 기존의 레이저의 발색단(chromophores) 이외의 새로운 발색단을 만들어서 기존 레이저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것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과 흡광도가 높은 발색단으로 정상 조직과의 반응의 차이가 커져서 더 선택적으로 원하는 병변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광과민제가 등장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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