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팔 이식 법 개정 후 첫 번째로 뇌사자 팔이식 성공
손·팔 이식 법 개정 후 첫 번째로 뇌사자 팔이식 성공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1.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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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이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나서 최초로 팔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이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나서 최초로 팔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작업 중 사고로 오른팔이 절단된 남성의 팔 이식수술이 성공했다.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나서 최초의 수술인 만큼 그 의의가 크다.

수술을 집도한 곳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로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수술의 수혜자는 62세 남성 최모 씨로 2년 전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됐다. 몇 개월 후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를 찾은 최 씨는 의수 등 추가치료를 받았지만 팔이식에 대한 치료를 원했다. 결국 1년여 동안 정형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거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손·팔 이식은 2018년 8월 법제화됐다.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하고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손·팔 이식은 뼈와 근육, 힘줄,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접합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혈액형이나 교차반응 등 이식에 필요한 면역검사 외에 팔의 크기나 피부색, 연부조직 상태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대상자를 구하기 힘들다.

다행히 최 씨의 경우 이달 초 심정지로 뇌손상이 발생해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장기 및 조직을 기증한 뇌사자 보호자의 기증동의로 팔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최 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면역거부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는 상태로 곧 재활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수술은 17시간 동안 진행된 대수술이었다. 최 씨의 절단부위가 손목 바로 위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본래 남아있는 근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이식수술이 진행됐다.

홍종원 교수팀이 최 씨의 아래팔 절단부에서 피부를 들어 올리고 이식 팔의 혈관을 연결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준비했다. 이어 최윤락 교수팀이 뼈와 힘줄, 근육, 신경을 박리하는 동안 수술과 마취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형외과팀에서 기증된 팔의 혈관과 신경박리에 들어갔다.

홍종원 교수는 “환자의 팔 중 기능이 유지되는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식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술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형외과팀의 집도하에 이식수술이 진행됐다. 이때 정상 팔과의 길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정형외과 팀은 미리 계측해 놓은 길이에 맞춰 뼈를 고정하고 이식한 팔의 손이 기능할 할 수 있도록 손등 쪽 힘줄을 봉합했다.

최윤락 교수는 “아무리 이식된 팔이라도 정상인 팔과 되도록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며 “힘줄과 신경은 손의 정상적인 기능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주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형외과팀은 팔에 혈류가 통하게 바로 혈관 일부를 연결했다. 혈류가 잘 통하는 것을 확인한 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팀이 교대로 남은 힘줄과 신경, 혈관들을 연결했으며 마지막으로 혈류가 잘 가는 피부상태를 평가하면서 피부를 봉합했다.

팔 이식은 다른 장기에 비해 뼈, 힘줄, 근육, 신경 등 여러 구조물의 얽혀있어 매우 어려운 수술이다. 특히 이어야 하는 혈관크기가 2~3mm정도로 작아 수술난이도가 높다. 또 이식할 팔이 정상 팔과의 길이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X-ray를 통해 이식할 뼈의 길이를 결정한다.

이식 후 손의 기능과 감각회복을 위해 힘줄과 근육, 신경 연결에 특히 신경을 써야한다. 이 때문에 팔 이식수술은 성형외과와 정형외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은 최씨의 이식수술을 위해 2018년 12월부터 수부이식을 준비했다. 홍종원 교수팀은 수술간호팀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수술해부교육센터와 협력해 안면이식팀을 준비한 경험을 살려 수부이식팀을 구성했다. 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팀, 마취통증의학과 김혜진 교수, 수술간호팀, 수술해부교육센터 등 많은 부서가 수부이식수술 성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윤락 교수는 “손이 갖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최대한 살려 밥을 먹고, 씻고, 입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술의 최종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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