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로봇모발이식...의사 손떨림까지 보정, 정확도↑수술시간↓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로봇모발이식...의사 손떨림까지 보정, 정확도↑수술시간↓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1.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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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마 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바 있다. 머지않아 의료분야인 모발이식분야에서도 자연스럽게 로봇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모발이식은 가장 효과적인 탈모치료법 중 하나이며 모낭채취방법으로 크게 절개식과 비절개식이 있다. 먼저 절개식은 후두부에서 큰 절편을 뗀 후 모낭단위로 분리해 옮겨 심고 그 자리를 봉합하는 방법으로 수술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긴 선상의 흉터를 남기고 간혹 목뒤에서 후두부로 올라가는 신경손상가능성이 있다.

비절개식은 모낭을 하나씩 적출해 옮겨 심는 방법으로 흉터가 1mm 정도로 매우 작고 신경을 다칠 가능성이 적다. 2020년 발표된 세계모발이식학회에 따르면 의사의 66%가 비절개식, 29.8%가 절개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할 만큼 이제 비절개식이 주류다.

하지만 하나씩 적출하다보니 수술시간도 많이 걸리고 루페(의료용 돋보기)를 낀 채 두피 아래의 모낭이 절단되지 않도록 바짝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체력소진이 너무 심했다. 또 집도의도 오랜 시간 반복작업을 하다보면 집중도가 점차 떨어져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어졌다.

필자가 아시아 최초로 로봇모발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

따라서 모발이식에 로봇을 투입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필자는 2011년 8월 미국 덴버에서 진행된 로봇모발이식수술에 아시아 의사 최초로 참관기회를 가졌고 이후 아시아 최초로 집도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또 대학병원급으로는 세계최초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로봇모발이식수술을 도입했다. 이후 필자는 동양인의 모낭특성이 로봇모발이식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논문을 발표, 세계최초의 로봇모발이식논문이라는 타이틀을 받았고 모발이식 영어교과서에도 로봇모발이식 챕터를 집필하게 됐다.

모낭공여부(채취부) 수술 직후(왼쪽)와 일주일 후.
모낭공여부(채취부) 수술 직후(왼쪽)와 일주일 후.

가히 정밀과학기술의 집대성인 모발이식로봇은 눈의 역할을 하는 이미지분석기와 두뇌역할을 하는 컴퓨터, 손의 역할을 하는 이중바늘로 구성돼 있다. 먼저  확대된 이미지분석기가 두피와 모발의 색깔차를 이용해 모낭위치를 파악한 후 컴퓨터로 랜덤하게 어떤 모낭을 채취할지 결정하고 모낭의 각도를 결정한다. 이어 이중바늘로 선택된 모낭을 주변두피와 분리한다. 이 바늘은 가운데는 뾰족하고 바깥은 뭉툭한 이중구조로 돼있다.

로봇은 사람과는 달리 의사의 컨디션이나 미세한 손떨림까지 보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모든 과정을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어 수술시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기술발전으로 로봇가격도 점차 대중화되면서 모발이식수술이 로봇으로 대체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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