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비수술? 허리디스크 치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수술? 비수술? 허리디스크 치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1.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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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현대인에게 워낙 익숙한 병이지만 치료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학병원 아니면 전문병원으로 가야할지 혹은 수술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늘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애꿎게 시간은 흐르고 결국 치료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허리디스크 치료,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걸까. 이준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자세히 물었다.

허리디스크는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치료법의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한 후 신중하게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허리디스크는 젊은 사람도 많이 걸린다. 노화 외에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허리디스크는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젊은층에서는 외상, 사고 등으로 인해 갑자기 디스크가 파열되는 급성디스크가 많은 편이다. 체중증가, 오래 앉아있는 습관, 무거운 가방 등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고령층에서는 노화로 인해 디스크가 점점 탄력을 잃으면서 서서히 진행된 만성디스크가 많다.

- 치료방법이 너무 다양해져 혼란스럽다. 의료진은 어떤 걸 우선순위를 두고 치료계획을 세우는지.

의료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환자의 증상 패턴 변화를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 편이다.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특히 일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통증이 심한지), 만일 과거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어떤 치료를 받았고 치료 이후 증상이 좋아졌는지, 심해졌는지 등의 정보를 통해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나을지 예측한 다음 최종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환자도 온라인정보나 지인 얘기에 솔깃하기보단 일상 속에서 본인의 증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우선 기준으로 삼고 의료진과 치료방법을 고민해야한다. 

-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치료방법도 있다. 허리디스크 치료방법에는 크게 어떤 것들이 있나.

허리디스크 치료는 크게 약물,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등의 비수술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통증이 미미하고 환자가 크게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면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기본적으로 시행한다. 통증이 꽤 심하면 신경 내 빈 공간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한다. 이는 통증을 단기간 완화하고 디스크 파열 시 쏟아져나온 염증인자물질들을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비수술치료를 대략 6주간 했는데도 별 차도가 없고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마저 힘들다면 그때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 내시경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허리디스크 치료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정형외과분야에의 내시경수술은 ‘신경 내 빈 공간에 내시경을 삽입만 할 수 있다면 파열된 디스크를 감쪽같이 없앨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요즘 허리디스크수술 대부분은 허리를 절개해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삽입한 후 이를 통해 파열된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식 수술명칭은 ‘경피적 내시경 추간판부분제거술’이다. 

이준호 교수는 “허리디스크 치료계획을 세울 때는 환자의 증상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환자도 담당 의료진에게 증상을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경피적 내시경 추간판부분제거술을 통해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한마디로 ‘수술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작은 구멍만 뚫어 흉터가 거의 안 남는 데다 뼈나 근육 등 환자가 원래 갖고 있는 조직들을 파괴하지 않고 병소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속도도 빠르다.

특히 내시경 제거술 시 디스크 파열로 흘러나온 내용물만 제거하면 디스크의 퇴행 촉진이 가속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이 방식으로 수술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남아있는 디스크까지 다 제거해버리면 재발위험은 없지만 척추관절 한마디가 아예 없어져서 디스크 퇴행속도가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척추관협착증 같은 퇴행성척추질환도 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

- 허리디스크는 재발도 잘 돼서 운동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걱정일 텐데.

운동을 조심해야하는 건 맞지만 아예 멀리하라는 건 아니다. 대신 운동방법을 허리에 좋은 쪽으로 바꾸면 된다. 무리한 근력운동보다는 플랭크운동(엎드린 자세에서 팔꿈치를 땅에 대고 머리부터 뒤꿈치까지 일자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나 윗몸일으키기처럼 척추 주변 근육, 즉 코어근육(중심근육)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나무와 같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돼서 나무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을 처음부터 잘 세워줘야한다.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코어근육이다. 젊을 때부터 코어근육을 잘 강화해놓으면 노년기 다양한 퇴행성척추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큰 원동력이 된다. 겉으로 우락부락 드러나는 근육은 아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코어근육이 주는 힘이 더 크다.

- 허리디스크 치료에 있어 환자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간 치료술기의 큰 차이는 없다. 따라서 수술은 대학병원, 간단한 검사나 시술은 전문병원에서 해야한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처음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증상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우선 기준으로 삼아 치료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허리에서 나오는 신경들은 다리로까지 쭉 뻗어있다. 따라서 허리디스크가 발생하면 엉덩이, 다리까지 통증이 뻗칠 수 있다(방사통). 반드시 허리디스크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방사통과의 연관성이 높은 만큼 증상이 계속되면 빨리 병원을 방문하길 바란다. 

※ 이준호 교수는? 

국내 척추외과학 및 미세침습적 시술분야의 임상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특히 경피적 내시경 목·허리 추간판 부분 제거술에 능통하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대한최소침습척추학회 등 학회활동은 물론, 국내외 학회에서 다양한 임상사례 발표하며 관련 분야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통증이 전보다 심해졌는지, 과거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등 환자의 증상 변화에 귀 기울여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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