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먹는 콜라겐’, 진짜 먹을까요 말까요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먹는 콜라겐’, 진짜 먹을까요 말까요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2.04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혜찬 더서울피부과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 원장

최근 ‘먹는 콜라겐’처럼 이른바 먹는 화장품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구글에서 콜라겐분말을 검색한 빈도가 거의 10배 이상 증가됐다고 한다.

이러한 먹는 화장품 열풍은 ‘이너뷰티’라는 말이 등장하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다. 이너뷰티(Inner Beauty)는 포탈사이트 사전에 정식 용어로 기재되지는 못했지만 ‘내부에서부터 건강한 피부를 가꾼다’는 의미로 먹는 화장품을 총칭하는 용어로 익히 쓰여 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너뷰티보다는 먹는 콜라겐이 더 많이 회자되는 것 같다. 콜라겐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인기인 것일까?

콜라겐은 한마디로 단백질이다. 진피에는 많은 세포가 있지만 세포 사이사이 공간은 피부 건조 중량의 75%를 차지하는 아교섬유(collagen fiber)와 4%를 차지하는 탄력섬유(elastic fiber)로 이뤄져 있다.

아교섬유는 콜라겐(collagen·아교질, 교원질) 단백질이 주를 이루고 피부 장력과 관련이 있다. 탄력섬유는 엘라스틴(ellastin·탄력소) 단백질이 주를 이루고 변형된 피부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 관련 있다.

사람의 콜라겐 80~90%는 그물진피에 있는 굵은 아교섬유를 형성하는 1형 콜라겐이고 8~12%는 유두진피와 피부부속기 주변의 가는 섬유를 형성하는 3형 콜라겐이다.

그렇다면 콜라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먼저 3개의 아미노산 사슬이 서로 꼬이면서 전구아교질(procollagen) 분자를 형성하면서 시작된다.

우리가 먹는 어떤 단백질이든 이 아미노산 사슬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다른 단백질을 먹었을 때와 콜라겐을 먹었을 때 어느 쪽이 더 콜라겐을 잘 만드는지다. 또 내가 먹은 콜라겐이 근육이나 다른 단백질을 형성하는 것보다 진피에서 콜라겐을 만드는 데 더 특이적으로 쓰일 것인가에 대한 답도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의문 두 가지가 풀리지 않았는데도 먹어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즉 쉽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커져가고 있다. 이에 먹는 콜라겐 시장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그럼 먹는 콜라겐은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잘 까먹는다는 옛 속담처럼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일까? 그렇지는 않다. 10여 년 사이 먹는 콜라겐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도 많이 보고됐다.

먹는 콜라겐이 등장한 이유는 주름이 없어지고 보습효과를 내는 등 피부가 더 젊어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콜라겐은 피부 콜라겐을 많이 만드는 데에만 효과가 있을까?

답은 아니다. 먹는 콜라겐이 피부에 주는 긍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많이 밝혀져 있다. 섬유모세포에서 히알루론산 생성을 증가시키고 섬유모세포들의 진피로의 이동을 촉진시키며 아교섬유를 강하게 만들고 각질층의 수분함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동물연구가 대부분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도 있었지만 소규모였으며 대규모의 제대로 된 임상연구에서는 아직 효과가 밝혀지지 못했다. 

최근에는 콜라겐 펩타이드가 콜라겐을 만드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콜라겐을 먹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지 않은 펩타이드(여러 아미노산이 결합된 형태)는 콜라겐 형성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즉 콜라겐을 먹어서 최소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다 분해된 후에야 tRNA가 아미노산에 붙는 것이지 펩타이드 형태 자체로는 영향을 못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콜라겐 펩타이드가 섬유모세포나 대식세포에 영향을 줘서 세포 외 환경을 개선시키고 피부의 턴오버(죽은 피부세포가 제거되고 새 피부세포가 차고 올라오는 것)를 촉진해 피부가 개선될 순 있다고 한다. 또 아토피피부염에서 집먼지진드기 면역치료(anergy)를 하듯 먹어서 콜라겐 항원을 노출시켜 자가면역 반응으로 콜라겐이 깨지는 것을 막는다는 면역학적 기전도 제시됐다.

필자는 “먹는 콜라겐, 먹을까요?” 라는 질문을 평소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이렇게 답하곤 한다.

“피부에 아주 큰 효과를 주지는 못하지만 먹어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첨가물들에 문제가 없고 맛있으면 드세요. 굳이 역한 맛을 참으면서 드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다른 단백질과 콜라겐 중 어느 쪽이 더 콜라겐을 잘 만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