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텨왔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래 버텨왔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2.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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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준화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몸에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있다면 어떨까. 언제 고장날지, 혹은 선로를 이탈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우리 몸에는 쉴새없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기관이 한 곳 존재하니 바로 ‘심장’이다.

자신의 주먹보다 약간 큰 크기를 갖고 있는 심장은 리드미컬한 심박동을 통해 자신보다 몇 십배 더 큰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전달해 준다. 문제는 이런 심장도 선천적인 질환, 혹은 사고로 문제가 생긴다면 생명의 불빛이 점차 사그라진다는 것이다.

심장에 문제에 생기면 사람들은 덜컥 겁부터 먹게 된다. 순간순간 찾아온 흉통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목줄은 쥐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 이번에 다룰 ‘비후성심근증’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우리는 흉부외과 의사들을 종종 ‘칼잡이’에 비유하곤 한다. 아마 수술대 위에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랴. 그런 만큼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큰 신뢰가 쌓여야한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불필요한 칼을 잡지 않는 홍준화 교수와 ‘비후성심근증’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 근육이 두꺼워져 혈액이 나갈 때 협착이 일어나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며 ”제는 대부분 초기 증상이 가볍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 근육이 두꺼워져 혈액이 나갈 때 협착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대부분 초기 증상이 가볍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 비후성심근증은 매우 생소한데 어떤 질환인지.

비후성심근증을 간단히 설명하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은 근육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근육이 더 많으면 좋은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 근육이 두꺼워져 혈액이 나갈 때 협착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문제는 대부분 초기 증상이 가볍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다는 것이다.

- 비후성심근증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 부분은 무척 조심스럽다. 이유는 ‘유전적 요인’ 때문이다. 현재까지 비후성심근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적인 요인을 ‘유전질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자녀가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으면 부모는 죄인이 된다. 절대로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유전적인 요인은 다양한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후성심근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단 가족 중 2인 이상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으면 부모 형제들에게도 이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비후성심근증은 초기증상이 가볍다고 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과 가벼운 운동에도 발생하는 호흡곤란, 현기증 등이다. 비후성심근증은 갑작스럽게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대부분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공황장애와 혼동한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즉각 신호가 온다. 그때마다 발생하는 호흡곤란과 흉통을 공황장애로 오인한다. 다행히 건강검진을 통해 비후성심근증을 발견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 비후성심근증의 치료방식은.

비후성심근증은 심장초음파검사가 기본이다. 이때 환자 20~30%가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지면서 혈류속도가 증가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밖에도 심전도나 흉부방사선, 심장MRI를 통해 심장비대 같은 이상소견을 관찰한다. 과거만 해도 비후성심근증은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컸는데 다행히 지금은 그 편견이 깨져 수술로 많은 사람이 완치를 꾀하고 있다.

비후성심근증의 1차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심근절제술’을 고려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후성심근증의 1차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심근절제술’을 고려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비후성심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꼭 필요한가.

단언컨대 아니다. 간혹 고통이 심해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는데 수술은 약물치료가 들지 않을 때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가급적 수술하지 않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비후성심근증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약물치료가 1차 치료로 명시돼 있다. 주된 치료제로는 ▲베타차단제 ▲칼슘통로 차단제 ▲항부정맥제 등이 있다. 이 약제들은 좌심실 유출로 협착을 완화해 증상을 호전시킨다. 이때 약물치료가 들지 않을 경우에 ‘심근절제술’을 진행한다. 수술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다. 일단 심장수술이기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있지만 98% 정도의 환자가 큰 부작용 없이 10일 안에 퇴원한다.

- 수술이 어려운 환자도 있는지.

있다. 확장성심근증의 경우 수술이 어렵다. 앞에서 비후성심근증은 심장의 근육이 일반인보다 1.5cm 정도 더 두꺼워 발생하는 질환이라 설명했다. 문제는 심장도 번아웃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비후성심근증을 방치하면 심장 근육이 늘어나 심장기능이 저하되는 확장성심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확장성심근증은 부정맥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 수술 후 환자가 유의해야하는 사항은.

중요한 질문이다. 수술 후 대부분의 환자가 큰 부작용 없이 지내지만 심장질환은 방심하면 안 된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심장초음파와 심장MRI를 통해 심장의 상태를 확인해야한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지금까지 비후성심근증환자는 운동을 해선 안 된다는 오해가 있었다. 이때 운동은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과격한 운동을 말한다. 가령 축구와 농구처럼 경쟁을 하는 운동은 금물이다. 고중량웨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중량웨이트, 가벼운 달리기 등 적절한 운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

- 비후성심근증 환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비후성심근증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돌연사’다. 이건 의사입장에서도 매우 무섭고 두렵다. 갑자기 발생한 증상은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다. 뻔한 대답이지만 검진을 통해 비후성심근증은 조기치료를 시작해야한다. 무엇보다 의사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의사는 함부로 수술을 입에 담지 않는다. 수술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니 믿고 병마를 물리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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