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원·중증 기준·환자교육 3박자 보완 없이는 ‘위태로운 병상’
충원·중증 기준·환자교육 3박자 보완 없이는 ‘위태로운 병상’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2.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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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有名無實) 의료정책] ②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의료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인구고령화’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9년 고령인구가 14.9%를 차지했고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67년에는 46.5%가 노인인구가 됩니다. 문제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중증질환자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인데 의료현장에서는 정작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중증환자들이 갈 곳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부가 장기입원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문제는 환자입원 여부가 병원의 자체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만큼 중증, 급성기환자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부가 장기입원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문제는 환자입원 여부가 병원의 자체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만큼 중증, 급성기환자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부가 장기입원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박근혜 정부가 ‘간병비’의 심각성을 인지, 이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기 위해 2013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5년 메르스(MERS)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메르스사태가 진행되면서 병원 내 감염(원내감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했기 때문. 따라서 정부는 상주보호자로 인한 원내감염을 없애고 입원환자의 간병비 부담도 줄이기 위해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본격 시행하게 된다.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정부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10만 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가장 근본적 문제인 간호인력을 해결하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주축이다. 간호사가 입원병상의 전문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함께 보조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간호인력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실제로 입원환자 대비 실질배치간호사 수는 일본 1:7, 미국 1:5, 대만 1:12~15에 비해 우리나라는 1:15~30으로 OECD국가 중 최고다. 이는 간호사업무 과중으로 결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질 하락과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562개 의료기관 중 16.5%가 간호인력 기준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후 일반병동간호등급이 하락한 기관도 33개나 됐다. 또 간호등급 기준미달인 93개 기관에서는 간호사 1명당 최소 29명 이상 환자를 돌봐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종식 의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사는 보호자 또는 간병인이 하던 일까지 떠안으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서비스가 꼭 필요한 중증 및 급성기환자 대신 경증환자 위주로 왜곡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증환자’ 서비스제외대상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환자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이용환자만족도는 80% 이상이었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이 경증환자에 그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입원환자의 53.1%만 돌봄이 필요하고 나머지 47%는 자가관리가 가능한 환자였다.

이처럼 왜곡된 상황은 사업지침의 허점으로 인해 발생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지침에 따르면 ‘환자상태 중증도와 질병군에 제한이 없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환자’로만 입원자격이 명시돼 있다. 즉 입원환자의 중증도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보니 병원이 환자를 골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원환자의 중증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입원 여부가 병원의 자체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만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중증, 급성기환자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입원환자의 중증도 반영기준을 마련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개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몰상식한 환자, 간호사 의욕 하락

간호인력 충원과 중증도 반영기준이 이뤄진다고 해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환자교육’이 필수다.

가천대 간호대학 이선희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인력의 감정노동경험을 비롯해 폭언·성희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는 국내 최초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인력의 감정노동현황조사 및 대책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조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운영하는 2개 종합병원과 2개 상급종합병원 별로 간호사 7명을 선발, 총 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일반병동에 비해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많고 간호인력이 24시간 돌봄을 시행하다 보니 간호인력에 대한 환자태도가 비교적 과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참여한 간호인력들은 ▲간호사에 관해 불만이 있을 때 ▲병원의 업무시스템 상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관해 불만이 있을 때 ▲의사에 대한 불만이 클 때 폭언·폭행을 경험했다. 또 ▲환자 스스로 성기노출 ▲불필요한 신체접촉 ▲기저귀 교환 및 소변 시 성적 수치심을 겪었다. 이로 인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의 간호인력들은 직무스트레스와 이직의사가 높았다.

이선희 교수는 “병원 차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입원 시 환자를 대상으로 교육 및 안내체계를 마련해야한다”며 “이를 어길 경우 강제퇴실조치 및 재발방지책 등 절차를 마련하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사후돌봄체계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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