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오늘이 오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극복해요! 희귀질환] 오늘이 오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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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병인구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운 질환
희귀질환자, 정확한 병명 알아도 고가의 약값으로 소외돼
신생아선별검사, 치료제 존재하는 질환까지 검사 확대돼야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매년 2월 28일 세계희귀질환의 날이다. 2021년 세계희귀질환의 날 슬로건은 ‘Rare is many, rare is strong, rare is proud’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년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올해 슬로건은 ‘Rare is many, rare is strong, rare is proud’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 다가왔다. 지난해까진 아무렇지도 않았던 2월 28일. 올해만큼은 어느 ‘00질환의 날’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아마 ‘희귀질환’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고 그 현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2월 28일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올해의 슬로건은 2020년과 마찬가지로 ‘Rare is many, rare is strong, rare is proud!’다. 이는 희귀질환이 더 이상 드물거나 우리와 먼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는 꿈에 그리던 신약이 개발돼도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개발과정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다수의 치료제가 고가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희귀의약품은 낮은 유병률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어떤 기업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 ‘고아약(Orphan Drug)’으로 지칭되고 있다.

■국내 도입이 필요한 희귀질환치료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은 7000~8000여종에 달한다. 희귀질환의 정의는 세계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병인구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뜻한다.

문제는 희귀질환 중 72%가 유전성이고 이 중 70%는 소아시기에 발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환인지도가 부족한 데다 증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질환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게다가 조기에 질환을 알아챈다고 해도 한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비싼 약값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를 제정, 희귀질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제도가 이뤄지고 있어 급여화가 되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아에게 발병한 희귀질환의 경우 약물투여가 빨리 들어갈수록 정상적인 삶이 가능한 만큼 제도가 개선돼야한다고 지적한다.

▲척수성근위축증(SMA)=신생아유전질환 중 사망원인 1위인 척수성근위축증은 정상적인 생존운동신경원(SMN) 단백질의 유전자결핍,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때 생존운동신경원 단백질은 운동신경세포에 필수요소인데 이 단백질이 없으면 운동신경세포가 사멸되기 때문에 근육이 약해진다.

즉 식사와 걸음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호흡에도 문제가 생겨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제1형 척수근위축증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인공호흡기와 위루관에 의존해 살아가며 원활한 호흡을 위해서는 5~10분 간격으로 가래를 제거해야한다. 다행히 최근 노바티스에서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졸겐스마)’이 개발됐다.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은 다른 치료제와 달리 ‘유전자대체치료제(GRT)’다. 자세히 설명하면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은 단 1회 투여로 체내에서 SMN1 유전자 대체본을 계속해서 생성해 낼 수 있게 만든다. 문제는 고가의 약가다. 현재 미국에서는 210만달러(한화 25억원), 일본에서는 1억6700만엔(한화 18억9700만원)이다. 이런 까닭에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 후 1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환자 1명이 10년간 치료받는 비용이 36억5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제1형 신경섬유종증(NF1)은 치료가 어려운 희귀질환이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전 세계 신생아 2500~3000명 중 1명 비율로 발병한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피부와 신경, 골격계 등에 상당히 다양한 증상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상염색체 우성양식의 유전질환이지만 환자의 50%는 가족력 없이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문제는 제1형 신경섬유종증환자는 출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1형 신경섬유종증을 방치하면 뇌종양, 척추측만증, 신경섬유육종, 악성신경초종 등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제1형 신경섬유종증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와 MSD가 공동으로 MEK 1/2 저해제 셀루메티닙(코셀루고)을 개발해 한줄기 빛이 됐다.

셀루메티닙은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2세 이상의 제1형 신경섬유종증환자에서 경초를 침범하고 얼굴, 사지, 척추와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체 깊은 곳 등 신체 어느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종양인 ▲증후성 ▲수술 불가능 ▲총상 신경섬유종(PN)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됐다. 이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셀루메티닙의 도입 시급성을 인정,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셀루메티닙은 기존 치료제가 없어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제에 해당돼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했다”며 “향후 셀루메티닙이 품목허가가 신청되면 신속한 제품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치료시기가 정말 중요한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신생아선별검사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치료시기가 정말 중요한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생아선별검사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생아선별검사, 희귀질환 치료시기가 매우 중요

국내 희귀질환자는 8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1017개의 희귀질환을 지정, 27만여명을 대상으로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자가 ‘진당방랑’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희귀질환자 진단방랑은 짧으면 1년 최장 16년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진단방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신생아선별검사’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만을 대상으로 신생아선별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신생아선별검사는 ▲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갈락토스혈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 등 50여종의 선천성대사이장질환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척수성근위축증(SMA) ▲폼페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헌터증후군 ▲부신백질이형성증 ▲중증복합면역결핍증 등 치료시기가 중요한 희귀질환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희귀질환의 대부분은 소아시절에 발병하기 때문에 진단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의 경우 치료가 늦어지면 뇌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등 예후가 매우 나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예진 교수는 “희귀질환에 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증상이 발현된 뒤 한참 후 병명을 알게 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다”며 “적어도 치료제가 있는 질환에 관해서는 신생아선별검사가 적용돼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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