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상태 건강해야 호흡기질환 치료도 잘 되죠”
“전신상태 건강해야 호흡기질환 치료도 잘 되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3.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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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범준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
봄철 호흡기질환에도 각별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천식, 비염 같은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은 안팎으로 주의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두 번째 봄.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위생관리로 예년보다 감기, 독감환자는 감소했지만(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결과, 감기환자 47%, 인플루엔자 97.4% 감소) 미세먼지, 꽃가루 같은 봄철 불청객에 비염, 천식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호흡기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해서 몸 전체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증상 완화에 더해 전신상태를 건강하게 만드는 보다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이범준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봄철 조심해야하는 호흡기질환은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아직 유행 중이라 증상 구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감기, 독감(초봄까지 유행), 비염, 천식을 들 수 있다. 감기나 독감은 상기도(상부 호흡기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침입한 바이러스가 호흡기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감기는 200여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가,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1가지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시작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는 콧물, 재채기, 인후통 등이 일주일 정도 나타나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독감은 염증이 심해서 고열이 나고 근육통, 피로감 등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반면 비염, 천식은 감염질환이 아닌 알레르기질환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에 노출됐을 때 해당 기관이 과민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비염은 비강점막의 과민반응으로 코막힘, 재채기, 콧물, 코·눈 간지럼증 등이 나타나고 천식은 기관지의 과민반응으로 ‘쌕쌕’하는 기관지 경련음과 흉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현재는 코로나19와의 구분이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도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해서 증상만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호흡기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코로나검사를 받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이다.       

- 호흡기질환은 보통 현대의학에 의존하기 쉬운데 한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하다. 

병의 종류마다 치료전략이 다르지만 일단 한의학에서는 질병으로 인한 증상만 치료하지 않고 해당 치료가 문제 없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전신상태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으로 천식은 흡입형 치료제가 표준치료다. 하지만 전신상태가 건강하지 않으면 천식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이때 한의학적인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폐를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으로 보고 폐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약을 처방해 전체적인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한마디로 표준치료를 잘 유지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몸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천식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호흡기질환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표준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전신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후유증의 하나로도 언급된 폐섬유화증 역시 한약과 양약 병용 시 치료효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만성염증세포들이 폐에 침범해 간질(폐는 폐포와 간질로 나뉨. 호흡하면 공기는 폐포로, 폐포로 들어간 공기 속 산소는 간질을 통해 모세혈관으로 보내진다)이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폐섬유화증 역시 완치가 어려워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한약은 폐의 염증 회복을 돕고 침과 뜸 치료는 심적 부담과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범준 교수는 “처방받은 호흡기질환의 치료를 부작용 없이 꾸준히 유지하려면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신상태를 건강하게 만드는 한의학적 치료는 이러한 점에서 힘을 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의학적 치료가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의 증상 개선에도 효과를 보였다고 들었다.   

지난해부터 대한한의사협회의 주도로 코로나19 전화상담센터를 열고 경증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약을 처방하고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환자들은 별다른 치료 없이 2주간을 격리된 채 보내는데 이때 우울감, 불면증 등의 증상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진다. 한약 처방은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데 특히 효과를 보였다. 아직까지 신체적인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도 없어서 ‘한약이 바이러스를 빨리 물리치게 하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품어본다. 추후 코로나19 전화상담센터의 운영성과를 자세히 분석해 한의진료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면 좋겠다.  

- 장기간의 실내생활로 증상이 더 심해진 천식·비염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어떻게 실내 환경을 관리해야하나.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와 집먼지진드기 등도 대표적인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이다. 따라서 비염, 천식이 있다면 실내 환경 관리에 더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와 습도 유지다. 환기는 하루 두 번 30분~1시간 정도, 실내 습도는 40~50%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절대 같이 틀지 말라는 것이다. 두 개가 함께 작동하면 가습기를 통해 뿜어져 나온 물 입자가 공기청정기 필터에 붙어 결국 실내 공기가 더 오염된다. 공기청정기를 틀어서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한 다음 가습기로 습도를 맞추는 것이 좋다.  자신의 알레르겐을 정확히 알고 이를 생활 속에서 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이밖에 호흡기질환자들이 실천하면 좋은 생활수칙이 있다면.    

호흡기질환이 심한 중증 환자는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안 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컨디션이 유독 안 좋거나 미세먼지, 황사가 심하다고 예보된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섭취로 몸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증 호흡기질환자는 기력이 많이 떨어질 수 있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진액을 보충할 수 있는 한방차를 권한다. 둥글레차, 오미자차, 도라지차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강차는 꿀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생강은 소화를 돕고 꿀은 폐를 보호, 기침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TIP. 이범준 교수가 강조하는 호흡기질환 이것만은!

1. 평소 수분 충분히 섭취하기(커피, 녹차 대신 한방차 권장)
2. 중증 호흡기질환자는 날씨 예보에 따라 외출 조절하기(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심한 날에는 외출 삼가기)
3. 가습기, 공기청정기, 젖은 수건 등으로 실내 습도 40~50%로 유지하기(가습기와 공기청정기는 동시 사용 금지)
4.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예방수칙 철저히 지키기 
5. 비염·천식환자는 생활 속에서 알레르겐 노출 최소화하기 

※ 이범준 교수는?

이범준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

폐장호흡내과는 상기도 및 하기도의 호흡기질환과 알레르기질환을 치료하는 과다. 이범준 교수는 천식, 기관지염, 비염, 만성폐쇄성폐질환, 특발성 폐섬유화증 등 호흡기와 관련된 여러 질환을 전반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진료 시에는 환자의 전신상태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몸을 전체적으로 안정화한 후 해당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현대의학과의 조화도 중요시해 이미 표준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라면 그 치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전신건강관리를 돕는 한의학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폐섬유화, 천식, 폐암과 암성피로, 만성기침 등 호흡기질환 전반에서 다수의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등 연구활동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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