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채소의 왕’ 시금치, 생(生)으로 먹으면 결석 생긴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채소의 왕’ 시금치, 생(生)으로 먹으면 결석 생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3.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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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장면이 나왔다. 밭에서 시금치를 채취하며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좋다는 것이다. 리포터는 시금치를 씹어 먹으면서 서양요리나 샐러드에도 많이 들어간다고 거들었다. 그런데 생으로 시금치를 먹으면 요로결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과거부터 나물로 많이 먹어 온 시금치는 서남아시아 페르시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에 들어왔다. 시금치라는 이름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서 섬초, 포항초 등으로 불리고 계절별로 겨울 시금치, 여름 시금치 등이 있어 사시사철 식탁에 오른다.

시금치에는 영양학적으로 수용성비타민(C, 엽산), 지용성비타민(A, E, K),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철분) 및 카로티노이드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맛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즐겨 먹을 만하다. 그래서 시금치는 ‘채소 중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시금치가 ‘철분의 왕’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것은 바로 뽀빠이 때문이다. 어릴 적 즐겨봤던 만화영화 주인공인 <뽀빠이>가 시금치 깡통을 먹으면서 힘을 내는데 당시 미국 어린이들에게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를 잘 먹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장됐다.

보통 특정 식품이 철분공급원이 되기 위해서는 100g당 1일 권장섭취량(14mg)의 15%(2.1mg) 이상 함유돼 있어야한다. 만약 철분 함량이 높은 고농도식품이라면 30%(4.2mg) 이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금치의 철분함량(2.1~2.7mg/100g)을 보면 충분한 공급원은 되지만 고농도는 아니다. 일반 채소에 들어있는 양과 비슷한 정도다.

시금치에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 문헌을 보면 시금치는 파채(菠菜)라고 부르는데, ‘맛이 달고 기운이 서늘하다. 독은 없다. 열을 내리고 가슴의 답답한 기운을 풀어준다. 또 보혈작용이 있으면서 건조함을 윤택하게 한다. 장의 기운을 소통시켜 변비에도 좋다’라고 했다. 따라서 치질, 만성변비, 고혈압과 같은 대사증후군에도 좋다. 특히 당뇨병에 의한 입마름뿐 아니라 혈당조절작용이 뛰어나 당뇨병 자체에도 좋다.

시금치는 예로부터 나물, 국 그리고 다양한 요리에 많이 사용됐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셨던 잡채에도 꼭 들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먹었던 시금치는 항상 숨이 죽어 있었다. 바로 끓는 물에 한번 데쳐서 요리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에 들어가는 시금치도 한번 데쳐서 넣었다. 

시금치는 생으로 먹으면 안 된다. 시금치에는 수산(옥살산, oxalic acid)의 함량이 높아서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서 수산칼슘염(칼슘옥살레이트)을 만든다. 문제는 이 수산칼슘염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뭉쳐서 신장결석 등이 쉽게 만들어진다. 모든 신장결석의 약 75%가 주로 수산칼슘염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시금치는 끓는 물에 한번 데친 후 얼음물에 담가뒀다가 그 물을 꼭 짜내고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시금치를 끓는 ​​물에 삶아내면 수산함량이 30~87%까지 감소한다고 했다. 

한번 데친 시금치라도 칼슘이 풍부한 식품(김, 멸치, 목이버섯 등)과는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데친다고 해서 수산이 완전하게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산은 시금치에 다량 함유돼 있는 칼슘뿐 아니라 철분과 같은 미네랄의 흡수율도 떨어뜨린다.

시금치를 삶아서 요리하면 어쩔 수 없이 비타민C, 엽산, 비타민B 등의 수용성영양소는 어느 정도 손실될 수밖에 없다. 수산은 10~20분 이상 충분히 삶을수록 많이 제거되지만 그렇게 하면 기타 영양소들도 손실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다.

반대로 시금치를 삶아 내면 흡수율이 높아지는 영양소도 있다. 바로 카로티노이드 흡수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당근을 익혀 먹으면 카로틴 흡수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다. 비타민A·E와 같은 지용성비타민과 칼슘, 철분 등 영양소에는 손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누가 시금치를 생으로 먹을까 의아해 할 수 있다. 보통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데쳐서 요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시금치 샐러드다.

리코타치즈 등과 곁들여서 먹는 시금치 샐러드는 신선하고 맛이 좋다. 하지만 역시 시금치는 생으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신장염을 앓고 있거나 신장결석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하고 너무 자주 먹지 않도록 한다.

시금치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해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최고의 식재료다. 하지만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용성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먹는 경우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자주 즐겨 먹는다면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요리해야한다. 그래야 시금치가 채소의 적이 아닌 ‘채소 중의 왕’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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