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C형간염 퇴치’ 국가검진사업에 달렸다
‘2030년 C형간염 퇴치’ 국가검진사업에 달렸다
  • 정리ㅣ한정선·장인선 기자 번역·감수ㅣ김성혜 인턴기자·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1.03.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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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②C형간염, 세계는 지금

· 백신, 증상 없지만 경구약으로 완치 가능
· WHO 선포에 각국 퇴치대책 수립 나서
· 코로나19 위기 속 정책 재점검 필요 

지난달 헬스경향은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본지 2월 25일자 참조). 학계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앞으로도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C형간염’입니다. <편집자 주>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레이 킴(Ray Kim) 미국 스탠포드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조지 파파쎄오도리디스(George Papatheodoridis)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안의대 교수 ▲지아 홍 카오(Jia-Horng Kao) 국립대만의대 교수.

C형간염은 B형간염과 함께 간암의 주원인이다. 특히 C형간염은 만성진행확률이 70~80%로 B형간염보다 훨씬 높고 자연회복되지 않는다. 돌연변이가 심해 백신개발도 쉽지 않고 무증상감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C형간염 퇴치에 희망을 거는 것은 바이러스간염 중 유일하게 먹는 약(경구약)만으로 완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선포하고 전 세계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레이 킴(Ray Kim) 미국 스탠포드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조지 파파쎄오도리디스(George Papatheodoridis)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안의대 교수 ▲지아 홍 카오(Jia-Horng Kao) 국립대만의대 교수다.

■토론주요쟁점

C형간염 퇴치를 위해서는 개인과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국가는 제도적 지원을 통해 C형간염환자를 적극 발굴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하며 국민은 경각심을 갖고 검사와 치료에 적극 참여해야한다. C형간염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간암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기발견·치료 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그만큼 크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C형간염검사 국가지원 및 검진연령확대 등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 C형간염완치제가 나온 후 C형간염에 대한 각국 국민의 관심도는 높아졌나.

한국 정숙향 교수(이하 정) : 국내에서는 C형간염바이러스 직접치료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가 2015년 급여화됐으며 새로운 약도 대부분 처방 가능해졌다. 환자치료성적도 95% 이상으로 매우 좋다.

C형간염인지도 역시 학회활동과 언론보도로 인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019년 질병관리본부(당시 명칭) 조사결과 일반인의 C형간염인지도는 34%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의료인의 경우 C형간염증상이나 감염경로인지도는 90%로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치료법은 75%로 낮았다. 또 같은 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003명을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56.4%가 C형간염에 대해 들어봤지만 항체검사를 해본 사람은 고작 9.1%에 그쳤다.

미국 레이 킴 교수(이하 레이) : 일반대중의 인식은 아직 낮지만 의료진의 C형간염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리스 조지 파파쎄오도리디스 교수(이하 조지) : C형간염에 관한 유럽의 관심도는 국가와 의료진에 따라 차이가 크다. C형간염과 연관된 간전문의, 소화기의사, 감염병전문가, 고위험환자전문의 사이에서의 관심도는 높지만 타과의 관심도는 비교적 낮다. 정부 역시 C형간염 퇴치대책부서의 인식률은 높지만 다른 부처는 그렇지 않다.

대만 지아 홍 카오 교수(이하 지아 홍) : 대만은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이 아니지만 2016년 WHO가 C형간염에 관한 세계보건부문전략으로 대만의 C형간염정책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만의 2018~2025 C형간염정책 가이드라인은 WHO의 2030년 퇴치목표를 5년 앞당긴 것이다. 주요내용은 C형간염바이러스 고위험군의 예방·치료강화, C형간염환자의 진료접근장벽 낮추기, 정확한 검사전략수립 등이다.

- C형간염 조기발견을 위해 각국에서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선별검사전략은?

정 :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체계가 잘 갖춰졌고 수검률도 70% 이상이다. 따라서 C형간염검사를 국가건강검진항목에 포함시켜 유병률이 높은 40~65세만이라도 일생에 한 번 의무적으로 검사받게 해야한다.

레이 : 미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미국의학협회 학술지를 통해 18~79세까지의 모든 성인은 일생에 한 번 C형간염검사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권고내용을 발표했다. 기존 정맥마약주사자, 동성연애자 등 C형간염고위험군 또는 1945~1965년에 태어난 중년층에 대한 1회 검사권고보다 대상을 확대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모든 국민이 검사받지 않는다는 데 허점이 있다. 특히 C형간염 발병률이 높은 마약투여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조지 : C형간염 조기진단을 위한 비용효과적인 선별검사전략은 각국의 역학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그리스의 경우 1945년~1980년에 출생한 모든 국민에게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검사비용도 지원해준다. 타 유럽국가에선 주로 고위험환자들에게만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드물지만 전체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가 극복해야할 과제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실제로 선별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아 홍 : 대만은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으로 현장진료를 통해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45세~79세 국민이 생애 한 번 B형간염 및 C형간염검사를 받도록 전국적인 검사프로그램을 시작했다.

C형간염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조기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간질환 전문가들은 국가가 적극 나서 잠재적인 C형간염환자를 적극 발굴하고 국민 또한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관리에 힘써야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C형간염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조기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간질환 전문가들은 국가가 적극 나서 잠재적인 C형간염환자를 적극 발굴하고 국민 또한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관리에 힘써야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C형간염 진단·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각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정 : 국가검진체계를 활용한 적극적 선별검사로 숨어있는 C형간염환자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후 C형간염환자들을 바로 치료로 연결시켜 치료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레이 : 국민이 C형간염진단·치료에 적극 참여하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강구하는 것이다. 또 C형감염치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나 두려움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조지 : 정부는 일단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실행 후에는 효과와 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보완점을 찾아야한다.

지아 홍 : 2030년 전 세계 C형간염 퇴치를 위해서는 ▲헌혈자들의 C형간염검사 ▲안전한 주사투여 ▲C형간염 감염예방을 위한 엄격한 감염관리프로그램 ▲C형간염환자를 위한 항바이러스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별로 전략을 수립했어도 C형간염환자들이 관련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고소득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C형간염 퇴치제도가 도입됐어도 80%는 2030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심지어 67%는 최소 20년 이상 뒤처질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C형간염 퇴치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C형간염검사와 치료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 C형간염 조기발견·치료 시 사회경제적인 효과는?

정 : 2019년 Liver International에 발표된 연구내용에 따르면 국내인구 중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40~65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항목에 C형간염검사를 포함할 경우 아무 선별검사 없이 지내는 현 상황과 비교해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가 7435달러 소요됐다. 이는 2015년 당시 국내에서 비용효과성 인정을 허용하는 지불허용한계인 2만7205달러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결론 났다. 또 이러한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10만명당 32명의 C형간염관련 사망을 감소시키고 19명의 간암방지효과도 있었다. 아울러 최근에는 국내 40~65세 인구 중 국가건강검진을 이용해 2회 선별하고(1회 선별에서 누락된 사람에게 2회 선별을 시행하는 모델) 최신 치료약제로 치료할 경우 점증적 비용효과비가 고위험군 선별전략에 비해 533만원 정도(약 4200달러) 소요되고 1회 선별만 하는 경우에 비해 418만원 정도 소요돼 2회 선별전략 역시 비용효과적임이 보고됐다.

레이 : 미국에서 성인전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선별검사를 권고한 이유는 관련연구에서 C형간염유병률이 0.1% 이상인 경우 사회적 기준(1년 생존연장을 위한 지불비용이 GDP보다 적으면 비용효과적으로 봄)에 따라 효과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아니어서 정부는 국민건강 개선을 위해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 C형간염환자 조기발견·치료는 질환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지 : C형간염은 간 손상을 유발하고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종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환자의 삶의 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C형간염은 백신이 없어 감염환자의 조기발견·치료가 2차감염, 특히 고위험군 감염예방의 주요수단이 될 수 있다.

지아 홍 : 지금까지의 많은 선행연구들이 C형간염 초기치료 시 간경변, 간경변합병증, 간세포암, 간 외 질환 등의 질병부담을 크게 줄이며 이를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 코로나19로 WHO의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 : 이미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C형간염 선별검사전략을 적극 시행하려면 정부협조와 예산확보가 필수다. 또 선별검사 진단환자들을 바로 치료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단순화된 치료전략을 의료진에 적극 알려야하며 치료가이드라인도 업데이트해야한다. 국내는 C형간염유병률이 낮아 5년 정도 C형간염퇴치사업을 적극 활성화한다면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레이 : 코로나19로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발생하면서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여러 기관의 협력과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 지금은 코로나19에 가려져 있지만 C형간염은 우리가 꼭 퇴치해야할 감염병이라는 인식을 확대해야한다. 현재로선 WHO의 목표를 성취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우선 코로나19 극복 후 필요자원을 모으고 목표달성에 필요한 정책을 재검토해야한다.

조지 : 코로나19는 확실히 대다수 국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노력은 최대한 빨리 재개돼야하며 국가차원에서 C형간염정책 또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아 홍 : 코로나19는 각국 정부의 관심과 자원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제약은 C형간염 퇴치에 할당된 자금지원을 약화시켜 WHO의 목표달성을 어렵게 하지만 총력을 모아 각국의 상태를 평가하고 목표와 실행계획을 재점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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