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예측할 수 없는 종양 ‘제1형 신경섬유종증’
[극복해요! 희귀질환] 예측할 수 없는 종양 ‘제1형 신경섬유종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3.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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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50%, 가족력 없이 새로운 돌연변이로 발생
완치 어렵고 평생 지속돼… 종양 관련 합병증 위험도
‘셀루메티닙’, 전 세계 최초 제1형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종양이 신경을 따라 전신에 산발적으로 발생한 만큼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종양이 신경을 따라 전신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눈에 아프지도 않을 아이가 탄생했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아야 하지만 우리 아이는 제1형 신경섬유종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집에 돌아와 눈물이 마를 정도로 펑펑 울었습니다. 아직까지 아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찾아본 제1형 신경섬유종증의 사진을 보니 아이가 견뎌야 할 고통과 시선이 무서워졌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는 단지 아플 뿐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거두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만 무섭습니다 – 환아 보호자의 편지>

상처는 시간이 가면 아물기 마련이다. 아문 상처는 더 튼튼해지라는 뜻으로 그 위에 살이 덧대어져 ‘흉터’라는 흔적을 남긴다. 그 흉터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결국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번에 다룰 ‘제1형 신경섬유종증(레클린하우젠병)’은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

신경섬유종증은 총 8가지 형이 존재하는데 그중 1형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 신생아 2500~3000명 중 한 명의 빈도로 발생하며 남녀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상염색체 우성양식으로 유전되지만 환자의 50%는 가족력 없이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의 원인은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NF1의 결손이다. 이때 NF1 유전자는 종양억제기능을 하는 단백질인 ‘뉴로파이브로민’ 생산을 조절하는데 제1형 신경섬유종증의 경우 NF1이 소실돼 질환이 발병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종양이 신경을 따라 전신에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섬유종증 클리닉 오지영 교수(임상유전과)는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는 진행성질환”이라며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NF1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완치가 없고 평생 지속되며 종양과 관련된 합병증이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 출생 시 ‘커피색반점’ 발견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증상을 동반하는 신경피부증후군 중 하나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부의 커피색반점, 겨드랑이반점, 서혜부반점 등이 있다. 커피색반점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출생 시부터 관찰되며 성장과 함께 크기와 숫자가 증가한다. 또 홍채에 일반 색소, 점과는 달리 점의 경계가 뚜렷한 작은 과오종(리쉬결절) 등이 관찰되는데 대부분 21세 이상의 성인에게 발견된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출생초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경섬유종이 생긴 위치에 따라 뇌종양 증상이 보일 수 있고 척추에 있는 경우 척추측만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흔하지는 않지만 악성종양으로 악화, 신경섬유육종이나 악성신경초증 등이 발생한다. 이밖에도 갈색종, 횡문근육종, 백혈병, 윌름종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사춘기 전 5mm 이상, 사춘기 후에는 15mm 이상의 담갈색 피부반점이 6개 이상 ▲직경 2~3mm 정도의 겨드랑이나 서혜부의 주근깨 ▲홍채의 과오종으로 리쉬결절 2개 이상 ▲2개 이상의 신경섬유종이나 1개의 얼기상 신경섬유종 ▲특징적인 뼈병변으로 접형골이형성이나 장골의 피질이 얇아지는 증상 ▲시신경아교종 중 2가지 이상이 있을 때 의심해야한다.

오지영 교수는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완치가 없고 평생 환자를 괴롭히는 질환”이라며 “어느 곳에 종양이 발현되는지 예측할 수 없고 만약 얼굴, 목 등 외적인 부분에 종양이 발생하면 환자는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일축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신경섬유종증을 갖고 있는 부모가 자녀를 갖고 싶다면 부모가 유전자소인이 있는지에 대한 검사 등 주의 깊은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치료법 없어, 신약개발로 한 줄기 빛

안타깝게도 제1형 신경섬유종증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 병소절제 등 대증적치료가 이뤄진다. 이때 종양이 발생했다면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지만 이것도 일부에 국한돼 있으며 종양위치와 크기에 따라서 수술여부가 결정된다.

다행히 지난해 2세 이상의 소아 제1형 선경섬유종증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셀루메티닙(코셀루고)’이 개발,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와 희귀의약품으로 승인을 받았다. 제1형 신경섬유종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 셀루메티닙이 처음이다. 이번 혁신치료제 지정은 SPRINT라는 임상 2상 시험의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셀루메티닙은 수술 불가능한 NF1 관련 PN 소아환자를 위한 경구용 단독요법으로 평가됐다.

셀루메티닙은 2세 이상의 제1형 신경섬유종증환자에서 경초를 침범하고 얼굴, 사지, 척추와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체 깊은 곳 등 신체 어느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종양인 ▲증후성 ▲수술 불가능 ▲총상 신경섬유종(PN)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됐다. 이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셀루메티닙의 도입 시급성을 인정,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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