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피부도 유산균·음식과 연관 있다고요?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피부도 유산균·음식과 연관 있다고요?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0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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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바야흐로 인간은 사람(人) 사이(間)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부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됐다. 의식주뿐 아니라 동식물, 곤충, 균 등 다른 생명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그 안에서 다른 외부인자들의 유전자들이 인체 유전자에 끼어들기도 하고 인체에 상주하고 있던 균총이 바뀌면서 병이 나고 병이 낫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대다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 나온 것도 인체에 유익한 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유산균도 프로바이오틱스의 일부로 가장 많이 연구돼 왔다. 장내 유산균과 여성에서의 유산균의 중요성은 이미 많이 연구됐고 최근에는 피부 유산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장내 및 여성에서의 유산균과 피부 유산균은 다르다. 전자는 정상 세균총으로 유산균이 존재하지만 피부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피부 유산균 연구가 시작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상 세균총과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흔히 알려진 페니실린은 푸른 곰팡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뮤피로신 연고(mupirocin, 박트로반, 베아로반)가 있다. 뮤피로신은 슈도모나스 속의 한 균주에서 뽑은 성분이라 슈도모닉산A(pseudomonic acid A)라고도 불린다. 후시딘 다음 세대 항생물질로 알레르기 반응도 후시딕산(fucidic acid)보다 적다고 알려져 널리 쓰이고 있다.

일전에 엉치뼈 욕창이 안 나아서 봐달라는 요청이 와서 직접 진료한 적이 있다. 녹농균 가능성이 있는데 항생연고는 뮤피로신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녹농균은 슈도모나스 속에 속하는 균이고 pyoverdin, pyocyanin 등의 물질로 녹색 고름을 만든다.

자기 편은 식별해서 죽이지 않기 때문일까. 뮤피로신은 같은 슈도모나스 속인 녹농균에 잘 듣지 않는다. 농도를 올리면 반응을 한다는 논문도 있으나 시중에 나와있는 뮤피로신 연고에는 반응을 잘 안 해서 그 환자는 녹농균을 죽일 수 있는 경구약과 도포제로 바꿔야했다. 이처럼 균들이 만들어내는 성분은 피부에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여러 균이 여드름, 피부의 수분 및 영양대사 등에 관련 있다는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유산균 도포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미했다.

그러다가 최근 유산균 도포가 ▲콜라겐 합성 증가 ▲멜라닌 합성 감소 ▲황색포도상구균 및 여드름균 집락 감소 등 피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물론 유산균이 만병통치약일 가능성은 적다. 또 여러 연구가 쌓여야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있겠지만 아주 의미 없는 보고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국인은 밥이 보약이라고 믿고 살기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피부에 도포하는 것보다 먹는 음식과 관련한 연구가 많은 편이다. 이번 칼럼에서도 관련 얘기를 살짝 덧붙여보겠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견이 있긴 했지만 음식과 여드름은 관계가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음식과 여드름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가 서울대병원 여드름 연구실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2010년 이후로는 높은 혈당부하(glycemic load)를 갖는 음식들은 여드름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혈당부하와 인슐린수치, 여드름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가 낮더라도 양이 많아지면 혈당 부하는 증가한다고 알려져 실질적으로 피지샘질환은 혈당부하와 관련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드름, 모공, 주사 치료는 다르지만 비슷한 치료에 속한다. 셋 다 피지샘의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기름이 돌면서 예민한 피부에서 잘 생긴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오메가3와 오메가6 복용 후 12주째 염증세포와 사이토카인(염증물질)이 감소됐지만 피지량과 피지샘 크기에는 영향을 안 줬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당부하를 낮춘 식단 섭취 후 10주째 염증물질 및 염증세포는 물론, 피지분비량이 감소되고 피지샘 크기도 감소된 것으로 보고됐다.

피지샘질환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질환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대개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 즉 유제품과 빵, 피자, 케이크 등과 관련성이 있다.

피지샘의 염증 또는 홍조를 악화시키는 음식으로는 알코올, 특히 주사에서는 적포도주와 맥주 등이 언급된다. 또 카페인이나 히스타민 분비를 시키는 음식 등이 악화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주사에서는 온도 변화, 일광 등에 의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여드름에서도 주사가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악화인자도 일정 부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현미밥과 채소, 기름에 튀기지 않은 고기(탄수화물과 단백질함량이 적어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를 먹으라는 말은 사실 예전부터 어르신들이 늘 하시던 얘기였다. 몸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지샘질환에는 일단 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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