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먹는 비염 약이 꿀잠 방해할 수 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먹는 비염 약이 꿀잠 방해할 수 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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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민서(가명) 님, 약 나왔어요. 오늘도 비염 때문에 처방받았죠?”

“네, 그래도 약 먹으면 환절기는 잘 견디니까 다행이에요.”

“증상완화제는 필요 시에 복용하지만 싱귤레어1)는 1일 1회 취침 전에 꾸준히 복용해야합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약사님, 혹시 이 약을 복용하면 잠이 잘 안 오기도 하나요?”

“약 드시고 나서 잠이 잘 안 오셨어요? 혹시 잠드는 게 잘 안 되신 건가요?”

“아뇨, 잠은 드는데 자꾸 깨요.”

“그게 약을 드신 후부터 그렇다는 거죠. 약을 안 드실 땐 괜찮고요.”

“네. 싱귤레어를 안 먹을 땐 괜찮았는데 먹고 나니 다시 자꾸 꿈을 꾸고 깨네요. 이게 우연인지 아니면 약 때문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약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요. 한 번 싱귤레어를 자기 전에 드시지 마시고 저녁식사 후에 복용해 보세요.”

알레르기비염환자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황사와 함께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봄은 알레르기비염환자에게 너무 가혹한 계절입니다.2)

알레르기비염은 결막염이나 축농증 등 다른 증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몸에 들어오는 원인물질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3)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콧속에 알레르기 차단제품을 뿌리거나 바르는 것이 좋고 1일 2~3회 식염수로 콧속을 씻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미 증상이 나타나거나 계절성비염이 심하다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먹는 약은 항히스타민제나 비충혈제거제, 호흡기계 알레르기 염증반응을 차단하는 류코트리엔 차단제를 사용합니다. 외용제로는 스테로이드 비강분무액이나 충혈제거제, 항히스타민제, 비만세포 안정화제를 사용하죠.

이 중 가장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 비강분무액류코트리엔 차단제입니다. 류코트리엔 차단제는 1일 1회 복용하는 싱귤레어(몬테루카스트, MSD) 등이 대표적이며 1일 2회 복용하는 오논(프란루카스트, 동아에스티) 등이 있습니다.

류코트리엔은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분비됩니다. 류코트리엔의 기능은 염증반응과 백혈구 활성에 관여하며 병원균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도록 돕습니다. 적절하게 분비되면 호흡기로 들어오는 물질들을 차단하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반응입니다만 과다 분비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기관지에 류코트리엔이 작용하면 기관지를 수축해 천식을 유발하며 기관지 점막과 비강 점막에 작용하면 염증반응 등으로 인해 점막이 붓게 됩니다. 기관지 점막이 붓는다면 공기 흐름이 나빠져 천식이 더욱 심해지고 비강 점막이 붓는다면 콧물,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죠.

알레르기 반응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집니다.4) 1단계에서는 히스타민 등이 과다분비되면서 충혈, 가려움,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이 발생하죠. 1단계는 알레르겐 접촉 후 수초 내에 나타나는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2단계에서는 보다 다양한 사이토카인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며 주로 염증반응과 관련 있습니다. 코막힘, 천식,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약물과 염증반응억제 약물을 사용해야합니다.

류코트리엔이 기관지나 점막에 반응하는 증상은 알레르기 반응 2단계에 속합니다. 비염이나 천식을 예방하거나 증상 완화를 위해 류코트리엔 반응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지속적인 복용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알레르기비염 약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거의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두통, 피로감,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잠에서 자주 깨는 등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만일 약 복용기간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 약사와 상의해야하며 특히 증상 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특히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힘든 만 1세부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더욱 유용합니다. 효과도 뛰어난 편입니다. 천식증상이 있는 5세 미만의 환자에게 8주간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류코트리엔 조절제를 투여한 뒤 상태를 관찰했는데요.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만큼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5)

비염에서도 항히스타민제, 충혈제거제 복합제와 항히스타민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병용을 비교한 임상논문이 있습니다. 1주일간 두 군으로 나눠 투약한 뒤 증상을 지켜본 결과 단기간 사용한 경우라도 항히스타민제와 류코트리엔 조절제를 병용한 쪽이 콧물, 코막힘 등을 완화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해요.6) 이는 염증 및 점막 부종, 기관지 수축을 완화하는 류코트리엔 조절제의 효과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테로이드나 충혈제거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의 천식 및 비염 증상을 개선하는 데 매우 좋은 약임을 알 수 있습니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싱귤레어(MSD, 몬테루카스트)등입니다. 류코트리엔 조절제의 시장규모는 117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나 성장했다고 해요. 몬테루카스트가 전체 시장의 77.6%를, 싱귤레어가 26% 정도 차지한다고 합니다.7)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처방도 많이 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몇몇 주의사항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몬테루카스트는 음식과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식전 식후 관계없이 복용 가능합니다. 단 복용 후 4시간에 최고 혈중농도에 도달하고 5시간 정도가 지나면 혈중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취침 전 복용을 권합니다. 비염과 천식이 새벽 시간에 가장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또 천식은 의사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지속적인 복용을 권장하는데 이는 천식 발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천식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아스피린으로 인해 천식이 유발되는 환자는 몬테루카스트를 복용하는 동안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NSAIDs, 부루펜, 탁센, 이지엔6프로 등)를 복용해선 안 됩니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투통이나 피로감, 설사, 복통,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어요. 혹시 약 복용 후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약사와 상의해주세요.8)

최근 몬테루카스트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싱귤레어에 대해 FDA가 ‘블랙박스 경고(미국 FDA 박스의 제제 조치. 검정박스로 표기하기 때문에 블랙박스로 부르기도 함)’ 조치9)를 취한 것인데요. 특히 어린 자녀가 복용하는 경우라면 보호자들의 걱정이 더욱 클 것입니다. 

사실 이 이슈는 그전에도 많이 알려져 왔습니다. 2017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9월 10일 자살의 날을 맞아 위험성 약물을 발표했는데 그중 싱귤레어를 언급하며 ‘특히 소아에서는 주의해서 사용해야한다’고 했습니다.10)

하지만 2020년 7월 몬테루카스트(싱귤레어)와 정신과질환은 큰 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지요.11) 싱귤레어 정신질환 부작용에 대해 김창근 상계백병원 천식알레르기센터장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면서 “오히려 스테로이드보다 안전하다”는 입장을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표명하기도 했어요.12)

종합하자면 몬테루카스트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 부작용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 조치는 진료 시 의사가 해당 내용을 보다 잘 확인하라는 차원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물론 위 사례처럼 몬테루카스트를 복용하고 나서 졸음을 호소하거나 꿈을 요란하게 꾼다거나 잠을 자주 깨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임상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원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분명 약물을 복용한 뒤 나타나는 증상이죠.

이런 경우 약물의 복용시간을 조절하면 증상이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는 자기 기분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싱귤레어 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이러한 점을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인지하고 있어야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약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입니다. 만일 약 복용 후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도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요법을 지속해야합니다. 잠을 자꾸 깨는 것, 우울해지는 것, 자꾸 흥분하는 것 등의 증상은 상관없는 것 같아도 약에 의한 부작용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약 복용기간 조금이라도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사, 약사와 꼭 상의해야합니다. 

※ 참고자료

1) 싱귤레어는 몬테루카스트 대표 제제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임의로 지정했습니다.

2) KOSIS 국가통계포털 질병 관련 통계

3) 《축농증이겨내기》 랠프 B 맷슨, 조윤커뮤니케이션(2007)

4) 알레르기 관련 기능성 시험. 안녕형, 성현제

5) ‘5세 미만의 기침이형천식 소아에서 흡입용 스테로이드와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의 치료효과’ 정진아(2005)

6) 알레르기비염에서 Parnlukast와 Cetiriaine 병합요법의 치료효과. 김동주 외(2004)

7) ‘항류코트리엔제 시장 1천억 돌파… 한미 ‘몬테리진’ 주목’ 팜뉴스 2019년 4월 22일 기사

8)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참조

9) ‘알레르기약 ‘싱귤레어’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어린이’에 취약’ 팜뉴스 2020년 4월 28일 기사

10) ‘약사단체, 항우울제 등 자살유발 위험 약물 발표’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2017년 9월 11일 기사

11) ‘몬테루카스트, 정신병 유발 누명 풀리나? “위험없어”’ 메디컬타임스 2020년 9월 2일 기사

12) ‘몬테루카스트제제, 안전성, 유효성 변함없다’ 데일리팜 2020년 3월 10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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