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우리 엄마, 이유없이 숨차고 어질어질…혹시 ‘폐동맥고혈압’?
40대 우리 엄마, 이유없이 숨차고 어질어질…혹시 ‘폐동맥고혈압’?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07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대 여성에서 발병률↑…호흡곤란, 어지럼증 등 유발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위험 높아 조기진단·치료 중요
조기진단 시 생존율 3배↑, 치료하면 기대생존율도 쑥

# 40대 여성 박 모 씨는 3개월 전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고 계단 오를 때도 한두 층마다 쉬지 않으면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나이 때문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이후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한 박 모 씨. 이왕 온 김에 여러 검진을 함께 받았다. 그런데 심전도이상으로 받은 심장검사에서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더욱이 두 명의 자녀 모두 같은 병이었다. 현재 아들과 딸 모두 약물치료 중이다.

폐동맥고혈압은 이유 없는 호흡곤란, 어지러움, 피로감, 부종 등을 유발한다. 특히 폐동맥고혈압의 80%는 40대 후반 여성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이 연령대 여성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심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동맥고혈압은 낯선 희귀질환이지만 환자 수는 지난 9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심평원 통계결과 2010년 1677명→2019년 3003명). 특히 이 질환은 여성, 그중에서도 40세 이후에 잘 생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폐동맥고혈압환자는 여성이 67%로 남성(33%)에 비해 2배 많았으며 40세 이후에는 10% 이상의 높은 발병률을 유지했다(▲40~49세 14.7% ▲50~59세 18.8% ▲60~69세 18.4% ▲70~79세 17.2% ▲80세 이상 11.9%).

무엇보다 폐동맥고혈압은 일상 속에서 잦은 호흡곤란을 유발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병이 진행될수록 사망위험은 물론, 돌연사위험도 높아진다. 하지만 워낙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모호한 탓에 확진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실정이다. 더욱이 폐동맥고혈압은 유전성마저 강해 가족 중 한 사람이 진단받았다면 다른 가족도 반드시 진찰이 필요하다.

■폐에 문제 없는데 이유없이 숨차

우리에게 익숙한 고혈압과는 전혀 다른 폐동맥고혈압. 고혈압이 심장에서 전신으로 향하는 혈관의 압력이 상승하는 것이라면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폐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이유 없이 숨이 찬다. 숨찬 증상은 초기만 해도 운동이나 계단 오를 때 등 움직임이 커지면 심해지는데 병이 진행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쁘다. 전신무력감과 어지럼증, 만성피로감, 가슴통증, 실신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손발가락이 차가워지고 파랗게 변색되는 레이노드현상과 복수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유전성이 강해 가족 중 한 사람이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가족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뒤늦은 진단…생존율에도 영향 미쳐

이처럼 폐동맥고혈압은 여러 이상증상을 유발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데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한 해외 연구에서는 증상이 발생한 이후 처음 의료진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이며 폐동맥고혈압으로 확진받기까지는 약 4년(47개월)이나 걸린다고 보고했다.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김계환 교수는 “이렇게 늦은 진단은 생존율과 직결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국내 폐고혈압환자의 3년 생존율(54.3%)은 일본(92.1%)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로 조기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진단·치료 시 생존율 3배↑

폐동맥고혈압의 조기진단·치료효과는 크다.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 초기 이후 진단 시 평균 생존기간은 3년에 불과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을 조기발견·치료하면 생존율이 약 3배 올라간다. 적극 치료하면 진단 후 10년 이상 생존도 가능하며 기대생존율도 7.6년까지 증가한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의심증상에서 확진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특히 폐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숨이 차고 가슴통증과 실신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심장초음파 등 심장검사를 꼭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가족력 있다면 다른 가족도 검사 필수

심장초음파검사에서 폐고혈압상승과 우심실 크기, 압력 증가 등의 소견이 확인되면 최종적으로 폐동맥고혈압으로 확진한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경구용 약제 또는 주사제 등의 치료를 시행한다.

김계환 교수는 “더불어 잊지 말아야할 것은 폐동맥고혈압이 유전성이 강하다는 점”이라며 “가족 중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가족도 꼭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40대 여성에서 이유없는 호흡기증상이나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이 계속되면 전문의와 폐동맥고혈압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담하기를 권한다”며 “과거와 달리 진단기술과 치료환경의 변화로 예후가 점차 좋아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조기진단과 치료로 환자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