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뇨의학 상식부터 남녀 성(性)이야기까지, 특유의 편안한 문체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다시금 헬스경향 독자들 앞에 섰습니다. 2013년 비뇨기과라운지로 독자들과 첫 인연을 맺은 심 교수는 비뇨기건강관리법은 물론, 탁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늘 궁금하지만 잘은 모르는 비뇨의학의 세계에 또 한 번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비뇨기과는 비뇨의학과로 명칭이 변경됐으나 칼럼 제목은 독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비뇨기과로 선정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지자체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남자의 향기”를 느낀다는 이야기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남자에게는 뭔가 어색하고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향기라는 표현은 오래전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났다”라는 모 화장품의 광고 카피로 유명했었다.
사전적 정의로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다. 향기는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이다. 실제 사람에게는 몸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냄새, 즉 고유의 체취가 있으니 향기는 여기에 인위적으로 덧붙여진 좋은 냄새를 의미한다. 홀아비 냄새나 노총각 냄새처럼 냄새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여자에 비해 체취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남자와 여자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이는 겨드랑이나 외음부 주변에 많이 있는 아포크린땀샘 때문이다. 또 다른 땀샘인 에크린땀샘의 땀은 냄새가 거의 없으나 아포크린 땀샘에는 지질과 유기물질이 섞여 있어 피부 세균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변질돼 냄새를 풍긴다. 아포크린땀샘의 수가 많거나 땀의 양이 늘면 냄새가 심해진다. 여성보다 남성이 냄새가 많이 나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이 땀과 피지를 많이 분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포크린땀샘은 사춘기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아드레날린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된다. 겨드랑이에서 심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액취증이라 하고 음경과 고환으로부터 나는 특유의 냄새를 보통은 남자의 냄새라고 한다. 이 냄새는 사춘기 이후에 더 심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정자 생성을 위해 고환의 활동이 왕성해지는데 이때 고환을 식히기 위해 음낭의 피부에 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의 분해물질인 안드로스테논과 안드로스테놀을 땀으로 배설한다. 안드로스테논은 지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고 안드로스테놀은 사향 혹은 백단향나무와 비슷한 냄새로 여성들에게 성적 흥분을 일으킨다. 따라서 사랑을 나눌 때 흘리는 남자의 땀냄새는 여성들의 흥분도를 높여준다. 이러한 냄새를 여성을 유혹하는 페르몬이라고 주장하며 향수로도 만들어 판매하지만 아직까지 페르몬에 관한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속옷은 땀 흡수가 잘되는 천연섬유나 면제품이 좋다. 지나친 과로나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고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이나 탄산음료, 열량이 높은 기름기 많은 음식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간혹 팬티 안에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있는데 화학물질이 땀, 세균과 뒤섞여 오히려 역한 냄새를 만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남자든 여자든 생리학적으로 개인에 따라 고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다고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면서 일부러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아볼 필요는 없다. 냄새든 향수든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