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멜라닌의 두 얼굴 ① 색소침착은 왜 생길까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멜라닌의 두 얼굴 ① 색소침착은 왜 생길까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1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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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최근 봄볕이 제법 세지면서 색소침착 고민으로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이에 오늘 칼럼에서는 색소침착과 이것의 주원인이 되는 멜라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봄 햇살에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의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광과민질환들은 겨우내 노출되지 않던 피부가 봄 일광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멜라닌은 유전자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중 기뢰처럼 먼저 자외선을 흡수해 유전자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광을 많이 받는 여름에는 멜라닌세포가 활성화돼 멜라닌이 증가한 상태다. 따라서 가을에는 일광에 노출돼도 유전자 손상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겨우내 두꺼운 옷으로 일광을 막은 탓에 봄에는 멜라닌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봄에는 일광에 노출되면 유전자 손상이 더 많을 수 있다. 

백인에서 피부암이나 광노화병변이 더 흔하게 생기는 이유도 멜라닌이라는 보호막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또 피부톤이 짙은 사람 중 흑진주처럼 주름이 없는 피부를 가진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멜라닌이 자외선을 막아 노화도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멜라닌세포에서 만들어진 멜라닌은 각질세포로 이동해 표피기저층이나 진피층으로 자외선이 가는 것을 미리 막는다. 이로써 진피 내 기질과 콜라겐섬유, 탄력섬유, 유전자 손상을 막아 피부암이나 광노화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다.

멜라닌은 동물 조직에 있는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색소로 그 양에 따라 피부나 머리카락 등의 색이 정해진다.

멜라닌세포는 발생학적으로 진피와 표피에 다 존재하지만 출생 시 진피 멜라닌세포는 사라지고 표피 멜라닌세포만 남게 된다. 흔히 말하는 몽고반점도 일부 진피 멜라닌세포가 남은 것이다. 그런데 왜 몽고반점은 검은색이 아니고 푸른색일까?

피부색을 이루는 두 축은 사실 멜라닌과 헤모글로빈이다. 인종별로 피부색이 다른 것도 사실 멜라닌 세포수나 밀도와는 무관하며 멜라닌소체의 크기와 분포, 이동, 활성도와 성숙도 등과 연관이 깊다고 알려졌다. 결론적으로는 멜라닌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종류의 멜라닌이 있느냐에 의해 색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 멜라닌은 특정 효소들에 의한 합성반응으로 보통멜라닌(eumelanin)과 적색멜라닌(pheomelanin)으로 나뉘는데 보통멜라닌은 갈색, 검은색을 띠고 적색멜라닌은 황색, 적색을 띠며 이 비율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 이 멜라닌이 많이 모여있으면 더 진한 색을 띠고 산재돼 있으면 연한 색을 띤다. 또 같은 양이라도 위쪽에 있으면 본래의 색을, 아래에 있으면 틴들현상(tyndall, 빛이 산란되면서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에 의해 푸른빛을 띤다.

예를 들어 보통멜라닌에 의해서 검은색을 띨 병변이 진피층에 있으면 몽고반점처럼 푸른빛을 띠는 것이다. 또 다크서클이나 아토피피부염 등에서 긁은 병변을 보면 피부가 두꺼워져 있으면서 잿빛을 띤다. 멜라닌을 가진 각질세포의 층이 증가하면 아래에서 오는 푸른빛과 위의 갈색빛이 섞이면서 잿빛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때를 밀었을 때 인종별로 색깔이 다르다는 것도 이해가 갈 것이다. 때, 즉 표피층의 제일 위인 각질층을 제거했을 때 색이 같을까 다를까는 당연히 각질층 내에 멜라닌 여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단 때를 미는 것은 항노화 측면에서 권장되지 않는다. 유전자는 턴오버(세포가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될 수 있는 한계인 텔로미어를 갖고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턴오버 속도가 떨어지고 유전자 손상으로 노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긁히거나 다친 부위 바깥까지 색소침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는 멜라닌세포 하나가 평균 36개의 각질세포에 멜라닌색소를 주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멜라닌세포가 활성화되면 주변까지 색소가 침착되는 것이다. 물론 표피 진피 경계부만 손상을 입고 멜라닌세포의 활성화가 없으면 다친 부위에 국한돼 색소침착이 생긴다.

멜라닌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몸에 득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멜라닌과 전쟁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백인은 기미가 잘 생기지 않고 흑인에서는 정상 피부톤에 기미가 묻혀 치료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황인은 기미 같은 색소질환이 잘 생길뿐더러 이는 미용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에서는 기미치료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많이 시행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화학박피나 경구약, 도포제 등으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다음주 칼럼에서는 색소질환 치료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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