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수 확대보다 제도보완이 먼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수 확대보다 제도보완이 먼저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4.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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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선별기준 모호
서비스 악용사례 빈번
인력배치 기준 재설계하고
민원해결·서류간소화 시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보완을 위해서는 ‘중증도필요도’를 고려한 인력배치기준 재설계는 물론 간호사의 처우개선까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보완을 위해서는 ‘중증도필요도’를 고려한 인력배치기준 재설계는 물론 간호사의 처우개선까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A씨(54세·남)는 지난해 아버지를 진료한 담당의사의 입원지시를 통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는 간병인 없이 간호사들이 직접 간호간병을 한다고 해서 크게 안심했다. 하지만 간호사는 아버지가 중증환자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상주해야한다고 말했다. 순간 ‘그렇다면 일반병동보다 훨씬 비싼 통합병동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께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헬스경향은 ‘[유명무실(有名無實) 의료정책] ②간호·간병통합서비스(21.02.25일자 2면)’를 통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가 경증환자에 그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위 사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문제를 오롯이 보여준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서비스악용사례 빈번…객관화된 선별도구 필요 

먼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입실기준 명시화 및 중증도 반영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법시행규칙 제1조의4(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제공환자 및 제공기관)에 따라 의사·치과·한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입원환자는 질병군, 중증도 등에 관계없이 입원할 수 있는데 이를 명확히 정비해야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객관화된 환자선별도구를 통한 입·퇴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도 근절해야한다.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하 통합병동) 입원환자의 53.1%만 돌봄이 필요하고 나머지 47%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자였다. 

스스로 관리 가능한 경증환자 또는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의 1:1 돌봄이 필요한 중증환자로 인해 정작 통합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이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통합병동의 한 간호사는 “보호자가 5분마다 삼킴기능을 필요로 하는 등 요양병원에 있어야할 환자를 입원시킨 뒤 퇴원을 거부하거나 입원을 거부당했을 때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인력배치기준 재설계에 ‘중증도필요도’ 고려해야

간호인력 확충도 시급한 문제다. 중증·급성기환자에게는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현재의 인력배치기준으로는 중증·급성기환자를 돌볼 수준이 안 된다. 따라서 인력배치기준 재설계 시 병원규모뿐 아니라 중증도, 필요도에 따른 인력산정도 고려해야한다. 

허종식 의원은 “일일3교대, 연가 등 실제근무가능일수를 고려한 인력산정기준 현실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현재 4.8배수인 인력산정기준을 6.5배수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대상환자군에 적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병동간호사들은 “이직, 퇴직, 육아휴직 등으로 연차가 높은 간호인력이 부족해 1~2년차 간호사들의 근무가 많다 보니 서비스의 전문성이 결여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통합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중증환자돌봄이 가능해지려면 인력보충과 함께 간호사처우개선도 중요하다. 특히 통합병동간호사들은 불필요한 서류작업과 욕설, 환자의 잔심부름 등 부당한 요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따라서 이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기준 및 민원해결프로세스와 서류업무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병동과 통합병동에 대한 구체적 차이, 입원비용, 입원기준 등 명확한 설명매뉴얼을 만들어 의료진 스스로 이를 잘 숙지하고 이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대로 전달해야한다. 또 환자-보호자-간호사-의사-병원 간의 소통창구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통합병상을 2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작정 병상수를 늘리기보다는 현행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핀 다음 필요한 부분을 정교하게 보완해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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