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 종식, 대한민국의 현주소
[특별기고] 코로나19 종식, 대한민국의 현주소
  • 홍민철 편집위원 (desk@k-health.com)
  • 승인 2021.04.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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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개발되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 방역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K-팝, K-필름에 이어 K-방역이란 말까지 나왔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된 지금 세계인의 관심은 온통 백신에 쏠려있다. 판이 바뀐 것이다. 해외 유명통계사이트와 외신을 통해 백신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분석하고 국내 코로나19 종식방안을 2회에 걸쳐 찾아봤다. <편집자 주>

ㆍ목차

1. 코로나19 백신, 대한민국의 현주소

2. 코로나19 종식, 대한민국의 백신전략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코로나19,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접종 순으로 보면 단연 이스라엘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아워월드인데이터(www.ourworldindata.org)’의 24일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회 접종완료 기준으로 인구의 57.85%가 백신을 맞았다.

OECD국가만 보면 칠레(31.48%), 미국(27.26%), 영국(17.78%), 헝가리(16.07%) 순이다. 우리나라는 37개 회원국 가운데 36위로 0.19%다. 접종완료통계가 보고되지 않은 호주를 제외하면 꼴찌다. 전 세계 평균 2.98%에 비해도 약 1/15 정도다.

OECD 상위 10개국 및 대한민국(36위) 백신접종완료현황, 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OECD 상위 10개국 및 대한민국(36위) 백신접종완료현황, 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이스라엘의 경우 임상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대량의 화이자백신을 신속히 확보하는 전략이 통했다. 접종률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절도 적절했다. 수치상으론 이미 집단면역에 도달했다.

두 번째는 영국이 될 것이다. 접종률은 미국에 뒤졌지만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록다운정책을 시행해왔고 최근 하루 확진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면 조기에 일상을 회복할 확률이 높다.

미국은 화이자, 모더나 등 현재 가장 효과가 좋은 mRNA백신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각 주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률적이지 않고 통제가 어려워 전국적인 일상회복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헝가리도 접종률은 빠른 편이지만 효과와 안전성검증이 부족한 중국산 백신을 섣불리 선택했다는 점이 우려된다. 아직 하루 확진자가 의미 있게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접종률 2위 칠레는 접종시작은 매우 빨랐지만 백신선택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OECD회원국 전체 하위권으로 밀릴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힘들다. 일단 접종률만 보면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하지만 초기방역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 백신선택전략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어떻게 현명하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대로 방역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백신 제조국가별 전 세계 공급현황, 출처 뉴욕타임스 백신트래커

지금 사용 중인 코로나19백신은 영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5개국 11종이다. 이들 제품의 국가별 도입분포를 보면 공급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나뉘었다. 미국이 자국백신을 독점하는 새 중국과 러시아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대상으로 백신외교를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총 186개국 중 129개국에서 허가 또는 도입한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백신만큼은 전 지역에 골고루 퍼져있다. 하지만 미국산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종은 92개국(이하 중복포함)으로 주로 북미, 서유럽, 중동 부자국가에 집중됐다.

중국산 시노팜-베이징, 시노팜-우한, 시노백, 캔시노 등 4종 49개국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에피백코로나 등 2종 26개국은 주로 동유럽에 포진돼 있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는 중국과 러시아가 양분하다시피 했다. 인도산 코바신은 자국에만 공급했다.

24일까지 전 세계 코로나19백신 접종완료율은 2.98%로 2억3234만3145명이 맞았다. 1회 이상 접종자는 7.02%인 5억4695명5965명. 일일확진자수는 2월 30만명 이하로 낮아졌다가 다시 증가해 현재 90만명 대까지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하루 확진자수 변화, 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OECD회원 상위 5개국과 우리의 백신접종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상황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생각할 때 저개발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착용의무를 해제했다. 학교도 전면 개교했다. 1월 27일 1만1934명으로 정점을 찔렀던 하루 확진자가 최근 100~200명대로 줄어든 데 따른 조치다. 일상과 경제활동 제한조치들은 이미 2월부터 5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정보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대규모 백신을 빠르게 확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화이자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초기 코로나19 대응실패국가에서 ‘세계의 면역실험국가’가 된 것이다.

14일자 BBC 뉴스는 이스라엘은 주민 절반 이상인 530만명이 백신을 접종했고 83만명이 확진 후 완치됐기 때문에 인구의 68%가 항체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한 유명 의사는 인터뷰에서 “집단면역(herd immunity) 임계값은 65~70%로 이미 집단면역에 도달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19일자 미국 VOA도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인용, 국가 전체사업체 운영도 다음 달 전면 재개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스라엘 하루 확진자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접종완료율 31.48%로 2위인 칠레의 상황은 좀 다르다. 지난해 5월부터 빠르게 백신확보에 나선 칠레는 세바스티안 대통령이 직접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접촉했다. 그 결과 중국 시노백에 임상시험 장소를 제공하기로 하고 저렴하게 백신을 대량 확보할 수 있었다.

BBC에 따르면 칠레에 투여된 백신의 93%는 시노백제품이고 나머지는 화이자다. 화이자백신이 91.3%의 효과를 보인 데 비해 시노백은 브라질 실험에선 50.65%, 터키에선 91.25% 등 수치가 낮을 뿐 아니라 편차도 크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안전성문제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편 확진자는 백신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말 2000명대 수준에서 오히려 증가해 9일 하루 확진자는 9151명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6일 CNN은 칠레 보건전문가의 말을 인용 지난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정부가 규제를 완화시킨 것이 확산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칠레 국민들은 1월 성수기를 맞아 일제히 전국은 물론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급기야 학교는 다시 문을 닫았고 마트 등 필 사업체만 영업을 허용했다. 칠레는 백신접종 시작에 고무돼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 일찍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칠레 하루 확진자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18일까지 화이자, 모더나, 얀센(1회 접종완료) 등 자국기업이 생산하는 백신 2억1158만1309회를 접종했다. 그 결과 접종완료는 18일 기준 27.26%이며 하루 확진자는 1월 2일 30만310명을 정점으로 차츰 하락해 현재 6만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19일자 CNBC는 CDC 자료를 인용해 최근 7일 평균접종량이 12일 연속 3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국 성인의 절반이 적어도 1회 이상 접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주에서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권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연방정부가 백신을 일괄구매해 인구에 따라 각 주에 배정하면 주별로 매뉴얼에 따라 접종을 실시한다. 대형슈퍼마켓과 약국체인에서도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장소마다 백신이름을 공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골라 접종할 수도 있다.

미국 하루 확진자수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영국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화이자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이어 올해 1월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을 추가했다. 현재 17.78% 접종 완료됐다. 일일 확진자는 1월 8일 6만8192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정부의 공격적인 백신접종과 록다운정책으로 꾸준히 줄면서 현재 2000명대로 내려왔다. 1월 5일 국민이동 제한과 약국, 슈퍼 외에 모든 영업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11일 비로소 식당의 야외영업을 허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하루 60만명 이상 접종하고 있으며 이미 인구의 50% 이상이 1회 이상 접종했고 접종완료한 인구도 약 1200만명을 넘었다. 조만간 실내영업도 허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하루 확진자수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헝가리는 3월 중국 시노팜백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V백신을 EU 최초로 승인 및 접종을 시작했다. 빅토르 오르반 대통령까지 시노팜백신을 투여하며 국민의 백신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헝가리는 현재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커, 얀센을 비롯해 시노팜과 스푸트니크V 등 4개국 6종의 백신을 허가했다.

로이터통신과 헝가리투데이에 따르면 빅토르 대통령은 인구의 약 1/3분인 350만명의 백신접종이 끝나는 이번 주 식당 테라스(영업)를 재개한고 밝혔다. 세실리아 뮐러 최고의료책임자도 코로나19 감염 재생산률이 1 미만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3월 하순 하루확진자 1만명을 넘나들었다. 현재 3000명대로 줄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다. 다만 록다운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 표출에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제한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하루 확진자수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우리나라는 18일 현재 1회 이상 접종자 229만4259명(4.28%), 접종완료자 9만8767명(0.19%)다. 앞서 언급한 대로 37개 OECD회원국 가운데 접종완료기준 36위다. 하루 확진자는 3월말 500명대로 진입했다. 거리두기 수도권 2단계 상태로 음식점, 카페 등 5인 이상 출입금지, 10시 영업제한을 실시하고 있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4차 대유행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자국우선공급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상반기 백신수급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2종 백신을 접종 중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예방접종센터 및 위탁의료기관을 대폭 늘려 19일 하루 접종자수가 12만명까지 늘었다. 지난주의 3배다. 앞으로의 관건은 역시 백신확보다.

외신에 보도된 각국 상황을 종합해 보면 백신접종을 완료했다고 해서 무조건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백신선택전략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절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백신외교이자 백신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처럼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 다시 지혜를 모을 때다.

우리나라 하루 확진자 변화, 출처 존스홉킨스대 CSSE COVID-19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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