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보톡스에 밀린 냉동신경마비기…‘역주행’을 기대하며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보톡스에 밀린 냉동신경마비기…‘역주행’을 기대하며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4.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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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비·시술 난이도 인하 숙제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올해 초 가요계에서 음원차트 역주행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보상받지 못한 노력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팬들이 더 많은 격려와 사랑을 보낸다. 1800년 후반 미국 특허청의 챨스 듀엘(Charles H. Duell)이 인용해 더 유명해진 “발명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발명됐다(Everything that can be invented has been invented)”는 말처럼 이미 발명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것은 또 하나의 짜릿함이다.

2013년 2월 세계에서 가장 큰 항노화학회인 세계노화과학마스터코스(IMCAS)에서 막 주름치료용으로 유럽허가를 받은 ‘냉동신경마비기’가 소개됐다. 친구가 이 회사의 부사장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필자 역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이 기기는 시작은 화려했지만 아쉽게도 가장 큰 피부의료기기시장인 미국 안착에 실패했고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냉동신경마비기의 모식도, 냉침과 조절부, 냉매카트리지(우측녹색반구)(출처=피부외과(Dermatol Surg) 2015;41:232–241.)<br>
냉동신경마비기의 모식도, 냉침과 조절부, 냉매카트리지(우측녹색반구)(출처=피부외과(Dermatol Surg) 2015;41:232–241.)

지난 몇 차례의 칼럼을 통해 냉동이 피부치료에 사용될 수 있고 신경조직이 냉동에 예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는 물론 1812년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출정에서도 수술통증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냉동에 노출된 신경은 축삭절단(axonotmesis, 신경섬유절단)이 발생하고 왈러변성(Wallerian degeneration, 신경절단이 생기면 절단부 원거리신경에도 추가손상이 생기는 현상)으로 인해 신경마비가 발생한다.

이 원리를 이용한 치료가 냉동신경마비(cryoneurolysis)이며 -195.8°C까지 냉각하는 액화질소는 영구손상가능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주로 끓는점이 -88.5°C인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2O)를 사용해 주변결합조직은 보존하면서 신경섬유만 선택적 손상을 준다. 과거 주로 통증감소목적으로 사용됐지만 치료부위에 아산화질소를 채운 바늘로 찌르는 냉침(cryoprobe)법을 이용하면 감각신경 뿐 아니라 운동신경도 마비시킬 수 있음이 증명돼 ‘집속냉치료(Focused Cold Therapy™)’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냉동신경마비기로 치료한 얼굴주름(출처=피부외과(Dermatol Surg) 2015;41:232–241.)<br>
냉동신경마비기로 치료한 얼굴주름(출처=피부외과(Dermatol Surg) 2015;41:232–241.)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제73차 미국피부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이마주름을 만드는 운동신경인 안면신경의 측두분지(the temporal branch of the facial nerve)에 냉동신경마비기를 적용, 96.9%의 환자에서 1단계 이상의 이마주름개선효과를 확인했고 일시적인 멍과 부기 외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이 기기에도 몇 가지 안타까운 한계가 있다. 신경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과 신경재생으로 인해 효과가 3-4개월 정도만 지속될 뿐 장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또 경제적 관점에서도 주름치료에 효과적인 보툴리눔톡스의 가격(특히 국내시장에서)은 점차 낮아지는데 상대적으로 고가인 소모품이 발생한다는 점이 점차 시장에서 멀어진 계기인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같은 기기가 미국에서는 통증, 특히 무릎통증)치료를 위해 허가받고 사용되는 상황이지만 신경마비가 필요한 여러 상황에서 보툴리눔톡스에 대해 거부감이 있거나 독소에 항체가 형성돼 효과가 없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독소가 주변으로 퍼져 발생하는 눈꺼풀처짐 등의 부작용도 발생시킬 가능성이 적어 향후 선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소모품가격은 꼭 해결돼야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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