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갑상선암’ 병리학적 진단에 대한 고찰
[특별기고] ‘갑상선암’ 병리학적 진단에 대한 고찰
  • 배윤성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병리과)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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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병리과)

갑상선암은 내분비계암 가운데 가장 흔한 암으로 국내 발생률은 OECD 국가 평균 발생률을 크게 웃돌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과한 갑상선 초음파검사로 불필요한 갑상선수술이 시행되고 있다는 논란까지 벌어졌으나 점차 증가하는 발생률과 낮아지는 발병 연령대를 고려하면 그 위험성을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

초음파검사에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면 일반적으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세침흡인검사(Fine Needle Aspiration)를 받게 되고 이는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세침흡인검사는 갑상선 결절 부위에 침을 넣어 결절의 일부만을 빼내 검사하는 방식이다.

환자 입장에선 갑상선에 혹이나 결절이 만져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즉 암으로 진단돼 수술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가장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갑상선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얻은 세포를 관찰해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는 전문의 입장에선 접근방식이 다소 상이할 수 있다.

현재 활용되는 일반적인 진단 가이드라인은 2007년 미국에서 발표된 ‘베데스다 시스템(The Bethesda System for Reporting Thyroid Cytopathology ; TBSRTC)’이다.

이 시스템은 악성위험도에 따라 6개 진단분류로 나뉘고 크게 추적관찰 또는 재검사가 필요한 ‘비진단적군(I) / 양성군(II) / 비정형군(III)’과 수술적 치료가 요구되나 군별로 갖는 임상적 의미가 다른 ‘여포종양의심군(IV) / 악성의심군(V) / 악성군(VI)’으로 분류된다. 이런 단계별 진단지침에 따라 수술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베데스다 시스템에서 암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는 여포종양은 4단계에 해당한다. 세포검사만으로 악성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단할 수 있다. 악성 종양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V, VI군)에는 유두암, 수질암, 저분화암, 역형성암, 림프종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이 포함돼 있으나 예후가 매우 좋은 유두암이 가장 흔하다.

‘비정형’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분류되는 3단계는 병리과 전문의에게도 애매모호한 세포 소견이 관찰될 때 보고하게 되는 진단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검사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갑상선 세침흡인검사는 전문의에 의해 명확하게 진단되지만 약 10~20건 중 1건의 비율로 악성도 평가가 제한되는 증례들이 있다.

비정형으로 진단된 증례들의 악성률은 5~15%로 보고돼 있고 이는 해당 군으로 진단받은 100명의 환자가 있다면 이 중 5~15명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반드시 재검을 통해 악성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때 검사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임상의사의 말을 들은 환자가 초조하거나 불안해서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 바로 재검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검사결과의 해석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 적절한 회복기간을 확보하지 않고 검사부위를 또 침으로 찌르는 경우 정확한 세포 진단을 방해할 수 있는 많은 요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비정형으로 진단될 경우 초음파상 크기 변화 등 영상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판단하게 되고 BRAF 유전자의 돌연변이 검사 등의 보조적 검사를 통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보가 공유돼 의사와 환자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의학지식의 문턱도 많이 낮아진 요즘. 갑상선 결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단되는지, 앞으로의 치료방침은 어떻게 될지는 당연히 알아야 할 환자의 권리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예후도 좋아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갑상선암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변형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악성종양이라는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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