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도둑 ‘녹내장’, 우울증 있는 노인이 더 취약해
시력도둑 ‘녹내장’, 우울증 있는 노인이 더 취약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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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성모병원 안과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국내 만 66세 노인 대상 우울군 vs 비우울군 비교
우울군, 비우울군보다 녹내장 발생위험도 12% 높아
정윤혜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각종 노년기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 우울증이 녹내장 발병위험마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안과 녹내장 연구팀(안과 문정일 교수, 정윤혜 교수, 온경 임상강사)이 주관적 우울증 증상을 겪어나 임상적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노인을 대상으로 녹내장 발생위험을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국내 만 66세 노인(총 92만2769명)을 대상으로 자가 우울증 설문과 우울증 진단기록을 바탕으로 우울군(19만1636명, 20.77%)과 비우울군으로 나눠 이후 녹내장 발병유무를 비교했다.

분석결과 우울군이 비우울군에 비해 녹내장 발병률이 12%로 높았다. 비우울군에 비해 ▲주관적 우울증 증상만 있는 경우 ▲임상적 우울증을 진단받은 경우 ▲우울증 증상과 임상적 우울증 진단이 동시에 있는 경우는 녹내장 발병률이 각각 9%, 23%, 36%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상적 우울증 진단 후 2년 이내 재발한 경우 녹내장 발병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관적인 우울증 증상이 있고 우울증이 재발한 환자군의 녹내장 발병위험은 무려 58%까지 증가했다.

녹내장과 노인 우울증의 연관성이 확인된 만큼 우울증이 있는 노인은 녹내장 발병위험을 염두에 두고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우울증이 발생하면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감소하고 신경 사이 연접부위인 시냅스가 줄며 자율신경실조증(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등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로 다양한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것) 등이 초래된다”며 “이러한 변화들이 궁극적으로는 망막신경절세포 소상으로 이어져 녹내장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다양한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를 앗아가는 병이다. 발견시기와 치료여부 등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지만 특별한 자각증상 없이 시야범위가 차츰차츰 좁아져 정기검진 등 평소 조기발견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 우울증 역시 평소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본인의 심리상태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이상증상을 호소하기 때문. 평소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거나 ▲원인 없이 불안해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 ▲예전과 달리 집중하지 못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 ▲자는 도중 자주 깨거나 잠들기 힘들어하는 경우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낮잠을 자는 경우에는 우울증을 의심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정윤혜 교수는 “본 연구는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주관적 또는 객관적인 우울증과 녹내장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 우울증이 큰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는데 이들에서 향후 녹내장 발병이 증가해 실명으로 이어진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IF=3.998) 2021년 3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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