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부부의 권태기…서로 노력하면 또 다른 사랑 호르몬 샘솟는다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부부의 권태기…서로 노력하면 또 다른 사랑 호르몬 샘솟는다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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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무지 브 나데이(Muzi v nadeji)’는 2012년 개봉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체코영화다. 우리말 타이틀은 ‘희망에 빠진 남자들’로 번역됐는데 영화 내용과 딱 들어맞는 제목은 아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바람은 아내는 모르는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남자들만의 어리석은 착각이다’가 영화의 주제이니 ‘착각에 빠진 남자들’이 더 정확한 제목일 것이다.

영화는 예순이 넘어서도 왕성한 정력으로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장인 루돌프와 가정적이고 도덕적인 사위 온드레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위를 ‘모자란 놈’이라고 야단치고 집에서도 자주 부인과 불타는 밤을 보낸다. 사위도 집에서 섹스를 하지만 사랑의 쾌감 때문이 아니라 2세를 갖기 위해서 하는 의무적인 행위이다.

그러던 두 사람 앞에 육감적인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샤를로트가 나타난다. 사위는 샤를로트와 밀회를 즐기면서 아내에게도 새삼 성욕을 느끼고 아내 역시 남편에게 만족한다. 알고 보니 아내도 남편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남자랑 불륜의 관계였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장인은 아내가 단골 맹인안마사와 불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람이란 오랜 결혼생활 중 권태기에 생기는 일탈이라고 마무리된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왜 결혼 후에는 남녀 모두 연애 때처럼 서로에게 열정적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일까?”

재미있는 것도 반복하면 지루해지고 맛있는 음식도 자꾸 먹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처럼 성적 매력도 반복하다 보면 자극이 줄어든다. 뇌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육체 및 정신적 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도파민에 의해서인데 같은 자극이 반복될 경우 도파민의 분비가 감소된다. 더욱 강한 자극을 받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도파민 분비가 증가돼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본능에 따르게 되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 생리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 사랑에는 페닐에틸아민, 노르에피네프린, 엔돌핀 등의 화학물질이 작용한다. 페닐에틸아민은 뇌에 작용해 열정을 일으키고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아드레날린 생성을 촉진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엔돌핀은 즐거움과 기쁨의 느낌을 준다. 사랑의 호르몬들은 대개 수명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이고 남자에서는 더 짧다.

사랑의 호르몬 고갈로 인해 권태기가 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의 문제를 솔직히 표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면 흡사 새로운 파트너를 만난 듯한 유사효과가 생긴다. 흥분과 열정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감소도더라도 다정한 스킨십이나 대화, 친밀한 감정으로 또 다른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부부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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