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영구제모’란 없다...레이저 제모의 원리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영구제모’란 없다...레이저 제모의 원리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1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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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최근 제모에 대해 묻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노출의 계절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수염이나 체모를 없애는 여러 치료방법이 등장하면서 제모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먼저 털을 없애는 방법은 털을 뽑는 것부터 면도, 왁싱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레이저 제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영구제모가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구제모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이저 제모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이저 제모의 원리를 이해하면 왜 레이저 제모 후 부작용이 뒤따르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아주 초기에 시행된 레이저 제모는 색소레이저라고 흔히 불리는 QSNY(Q스위치 NdYAG) 레이저를 조사해 빛을 운동에너지로 바꿔 모유두에 손상을 주는 식이었다. 간혹 토닝을 자주 받아 솜털이 거의 안 나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것이 QSNY레이저를 통한 제모의 흔한 예다.

하지만 요즘 QSNY레이저는 제모의 단일치료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털이 열을 머금고 있다가 주변으로 보내는 시간, 소위 열이완시간은 40~100밀리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QSNY레이저는 나노초의 조사시간을 갖기 때문에 밀리초의 조사시간을 갖는 긴 파장레이저들보다 제모라는 측면에서 우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레이저 제모에는 밀리초의 긴 파장레이저들과 IPL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런 긴 파장레이저들을 이용한 제모의 타깃은 털에 있는 멜라닌이다. 멜라닌에 더 선택적인 색깔의 레이저 파장을 이용해 빛을 열로 만드는 선택적광열분해 원리로 열을 낸다. 멜라닌을 함유하고 있는 딱딱한 케라틴인 털에 선택적으로 열을 내서 털 근처의 줄기세포를 갖고 있는 모유두를 파괴하는 것이 바로 레이저 제모의 원리다.

레이저의 타깃과 치료되는 타깃이 다른 확장된 선택적광열분해 (extended selective photothermolysis, 제모나 혈관치료) 원리로 치료가 되는 것이다. 즉 멜라닌을 갖고 있지 않은 털이나 새치, 흰털은 레이저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를 없애기 위해 광역동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검은 털을 없애는 것만큼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털은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치는데 모유두와 털이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시기인 생장기 털이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된다고 알려져 있다. 모발이식 후에도 심은 머리카락이 계속 남아서 자라는 것이 아니다. 퇴행기로 접어들어 한 번 빠진 후 생장기 머리카락이 다시 나서 유지되는 것이다.

모발이식이라는 자극에 의해서도 퇴행기에 모발이 빠지듯이 레이저 자극도 마찬가지다. 퇴행기에 들어가면 레이저 제모 3~6주 정도 후에 털이 빠지고 생장기에 들어가면서 다시 자라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제모주기는 보통 3~6주 간격으로 시행하며 이때 생장기에 들어간 털들이 레이저의 타깃이 된다.

그렇다고 레이저치료로 한 번에 털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털이 점점 가늘어지고 밀도가 줄어들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수염 같은 경우 면도하기가 편해지고 면도하면서 다치는 일이 적어지는 경험을 먼저 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영구제모란 말이 나온 것일까.

수차례 반복적으로 레이저 제모를 하면 1년에 1~2회 리터치만 해도 될 정도가 되는데 이를 영구제모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염증이 생긴 조직에서 솜털이 성모로 변하는 것이나 탈모에서 탈모약을 먹거나 바르면 솜털이 성모로 변하는 것으로 봤을 때 레이저 제모 후 성모는 거의 사라져 보여도 솜털은 남아있다. 이 솜털은 특정 자극을 받으면 다시 성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레이저 제모를 해도 완전 제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레이저 제모를 선택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선택적인 안전한 치료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히 안전하지는 못하다.

레이저는 빛을 조사해 타깃을 만나면 운동에너지나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계다. 레이저 제모의 타깃인 모유두는 3~7mm 피부 깊숙이 자리한다. 즉 빛이 위에서부터 먼 길을 이동해 도착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다.

가령 피부톤이 짙은 사람은 표피의 멜라닌이 많으니 레이저는 모유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표피멜라닌에서 열을 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최근 태닝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데 제모와 태닝을 동시에 생각하고 있다면 제모를 먼저 한 후 태닝해야 화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바꿔 생각해보면 평소에 일광을 받지 않는 겨드랑이 같은 부위의 제모는 화상 위험이 적고 통증도 덜한 편에 해당한다.

털이 굵거나 밀도가 높은 경우에도 열이 많이 나서 레이저의 에너지가 올라가면 모낭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유색인종에서는 레이저 자극에 의해 피부색이 짙어지는 염증후 색소침착도 제모 후 잘 생길 수 있다. 즉 피부톤이 짙거나 털이 굵거나 많은 경우에는 통증이 더 심할 수밖에 없고 일시적인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한번에 큰 걸음을 걷는 강한 치료보단 오래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치료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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