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지방간·B형간염’ 관리에도 새로운 전략 필요
뉴노멀 시대…‘지방간·B형간염’ 관리에도 새로운 전략 필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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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 속 ‘국제간학회(The Liver Week 2021)’ 막 올라
지방간-대장암 연관성, B형간염 치료기준 확대 필요성 등
뉴노멀 시대에 필요한 지방간·B형간염 연구결과 주목
실시간 온라인학회로 진행된 국제간학회에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한국에서 B형간염 치료기준 확대와 이에 따른 질환 예방 및 비용효과 분석’을 주제로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도 현장 만남은 성사되진 못했지만 국내외 간질환 전문가들의 연구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대한간학회를 비롯한 4개 간(肝) 연관학회(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간학회(The Liver Week 2021)가 13일 그 성공적인 막을 올렸다.

실시간 온라인회의로 1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국제간학회의 주제는 ‘뉴노멀 시대에 간(肝) 연구 혁신을 위한 대담한 도전(A dauntless challenge for the innovation of hepatology in the new normal era)’.

국내외 간질환 전문가들은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뉴노멀 시대에 맞는 간질환 관리와 치료방향에 대한 지견을 공유했다. 올해는 지방간과 B형간염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눈길을 끌었다.

■지방간, 대장암 발병과도 연관 있어

지방간은 성인 3명 중 1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지금도 매우 흔한 대사이상질환으로 꼽히지만 서구식 식생활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지방간의 유병률은 꾸준히 상승, 만성간질환의 주요한 원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간이 간질환뿐 아니라 대장암 발병과도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간환자들에서 대장암 발병위험이 상승하며 특히 대사장애를 동반한 지방간, 즉 지방증과 함께 과체중/비만, 당뇨병, 대사이상이 있는 지방간환자는 대장암 발생위험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지방간질환, 대장암 발생 위험과 연관 : 대사장애 동반 지방간과 대장암의 위험(발표자: 연세의대 이혜원)>

40~64세의 893만3017명을 국가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해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여부, 대사장애 동반 지방간(MAFLD) 여부에 따라 구분했다. 10년간의 관찰 기간 중 60만888명에서 새로운 대장암이 확인됐다. 대장암의 발생위험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경우 보정 위험비 1.16 (95% 신뢰구간 1.06-1.28), 대사장애 동반 지방간이 있는 경우 보정 위험비 1.32 (95% 신뢰구간 1.28-1.35), 둘 다 있는 경우 보정 위험비 1.18 (95% 신뢰구간 1.16-1.20)로 지방간이 동반된 경우 대장암 발병위험이 높았다.

■만성 바이러스간염에 지방간까지…간암 발생 및 사망위험↑

아울러 B형·C형간염 등 만성 바이러스간염에 지방간까지 동반되면 간암 발생위험이 1.5~2배까지 높아졌으며 이 경우 사망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만성 바이러스간염환자라면 지방간 예방·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 바이러스간염환자에서 지방간이 간암과 사망률에 미치는 효과(발표자: 차의과대학 김미나)>

국민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은 5만7386명의 만성 B형 및 만성 C형간염환자들을 대상으로 8.4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총 3496명에서 간세포암종이 발생했다. 지방간이 있는 경우에는 지방간이 없는 경우에 비해 간암의 발생 위험(보정위험비: Grade 1 지방간 1.50 (95% 신뢰구간: 1.38-1.64), Grade 2 지방간 1.88 (95% 신뢰구간: 1.67-2.12) 및 사망위험이(보정위험비: Grade 1 지방간 1.53 (95% 신뢰구간: 1.41-1.66), Grade 2 지방간 2.16 (95% 신뢰구간: 1.94-2.42) 증가하였다.

■모유수유, 지방간 발생위험 낮춰

여성들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다고 알려진 모유수유가 지방간 발생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모유수유에 따른 지방간 발생위험(발표자: 성균관의대 박예완)>

6893명의 출산력이 있는 30~50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모유수유가 지방간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지방간은 출산 후 모유수유력이 있는 경우에 유의하게 낮게 확인됐으며 지방간 및 수유와 연관된 다양한 인자들을 보정한 후에도 모유수유력은 지방간 발생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위험도 33% 감소, 오즈비 0.67, 95% 신뢰구간 0.51-0.88). 수유력이 길수록 지방간 발생위험이 낮아져서 1개월 이내 수유군에 비해 1~6개월, 6~12개월, 12개월 이상 수유군이 각각 0.70 (95% 신뢰 구간 0.50-0.97), 0.65 (0.46-0.90), 및 0.62 (0.45-0.85)로 오즈비가 낮았다.

■B형간염 치료 대상 확대비용 대비 효과적 

만성B형간염은 국내 간질환 사망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데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예방·치료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단연 주목받았다. 특히 B형간염 치료효율을 높이려면 치료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B형간염은 C형간염처럼 완치를 바라볼 순 없지만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병의 진행과 합병증을 유의하게 예방할 수 있다. 현재는 모든 사람이 아닌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에서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B형간염 치료기준 확대에 따른 질환 예방 효과 및 비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현재보다 대상을 확대해 B형간염 치료를 시행해도 비용 대비 효과적이며 질환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B형간염 치료기준 확대와 이에 따른 질환 예방 및 비용효과 분석(발표자: 울산의대 임영석)>

질환 분석 모델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B형간염 치료 기준 확대에 따른 질환 예방 효과 및 비용-효과를 분석했다. 모든 간경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치료 대상이 되는 B형간염 환자의 70%가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035년까지 비대상성 간경변 4300 증례, 간암 1만3000 증례 발생을 막고 1만1800명의 사망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 적응증인 ALT 수치 2배를 정상 상한치 1배(<30 U/L)로 낮춰서 치료 적응증 기준을 확대하면 비대상성 간경변증 7200명, 간암 2만6700명, 사망 2만3300명을 예방할 수 있었다. 간수치와 상관없이 HBV DNA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환자를 모두 치료 대상으로 한다면 비대상성 간경변증 9800명 간암 4만3300명, 사망 3만7000명을 예방할 수 있었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2035년까지 비용 대비 효과적이었다.

■인공지능 이용해 간암 발생도 예측

요즘 대세인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반 모델로 간암 예측력을 분석한 결과 기존 모델보다 간암 예측력이 우수하게 나왔다. B형간염환자에서 간암 예방은 매우 중요한 만큼 간암의 발생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은 여러모로 큰 임상적 의의를 갖는다는 평가다.

<인공지능 기반 만성 B형간염환자에서의 간암 예측 모델(발표자 : 이화의대 김휘영)>

경구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만 모든 간암을 예방하지는 못하고 있다. 만성 B형간염으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한국인 환자 6051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반 간암 예측 모델을 수립한 후에 5817명의 독립된 한국인 환자와 1640명의 서양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인공지능 기반 모델은 기존에 알려진 모델에 비해 간암 예측력이 우수했으며 특히 8년의 관찰 기간 동안 간암 발생위험이 0.5% 미만인 최소 위험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환자 간수치↑…사망률 높이는 위험요인으로 작용

이밖에 이번 학회에서는 코로나19와 간질환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코로나19 입원환자에서 간수치 상승이 확인됐으며 이는 전신 염증반응증후군, 폐 침윤 비율은 물론 사망비율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환자에서의 간수치 상승은 높은 사망위험과 연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국내 코로나19환자의 중증도 분류 및 환자 관리에 또 하나의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COVID-19 감염에서의 간수치 상승의 임상적 의의(발표자 : 서울의대 김혜은)>

COVID-19 감염으로 입원한 156명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입원 당시 간수치 상승이 49명(31%)에서 확인됐다. 경과 중 100명에서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이 나타났고 13명이 사망했는데 간수치가 올라간 경우에는 전신 염증반응증후군 발생 비율이 74%대 48%로 높았고 폐 침윤 비율도 높았으며 사망률도 18.4% 대 3.7%로 높았다. 입원 당시 간수치 상승이 높은 것은 경과 중 사망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였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대한간학회는 지난 11일 간질환 관련 코로나19 대응지침을 개정·발표했다.

대응지침에 따르면 코로나 입원환자는 간기능 추적관찰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며 간질환자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감염 시 중증질환으로의 진행과 사망위험이 일반인보다 3~4배 높아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 

대한간학회 측은 “비록 올해도 온라인회의로 진행됐지만 간질환의 관리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많이 도출돼 매우 뜻깊은 자리가 됐다”며 “앞으로도 국제간학회가 간질환의 질적 향상과 표준화를 도모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학문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학술대회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여덟 번째 개최된 국제간학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총 35개국(작년 28개국)에서 444편의 초록(해외 초록 189편 포함)이 접수됐으며 34개국(우리나라 제외) 182명(작년 152명)의 해외 참가자를 포함해 총 1266명이 사전 등록을 마쳐 성공적인 온라인 학술대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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