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로 알려진 클로드 모네. 그가 백내장을 앓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네는 프랑스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같은 구도의 그림을 여러 장 그렸는데 그림을 살펴보면 초록색이 지배적이던 정원의 모습이 백내장 발병 후 불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등 화풍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백내장이라 하면 눈앞이 흐리고 침침해지는 대표 증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백내장으로 고통받은 유명 화가 모네처럼 색상이 왜곡돼 보이는 것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백내장 증상 중 하나다¹.

백내장이 발병하면 눈에 들어오는 청색광을 차단하기 때문에 파란색 계열의 색이 어두운 회색과 같이 칙칙하게 보이는 등 색 구분이 어려워진다^{2, 3}. 이러한 이유로 눈에 잘 띄는 붉은색이나 노란색 계열에 상대적으로 눈길이 가게 되는데 어느 날부터 부모님이 붉은색 옷을 보다 선호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⁴.

색상 왜곡 외에도 밝은 곳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주맹현상도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다^{4, 5}. ▲화창한 햇빛 아래서 야외활동을 할 때 ▲일출이나 일몰을 볼 때 ▲야간 운전 시 반대편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마주할 때 ▲실내의 밝은 등을 보거나 전등 아래서 책을 볼 때 눈을 자주 찡그리거나 눈 시림을 느낀다면 이미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⁶.

이러한 증상이 백내장 증상인 줄 모르고 방치하면 삶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제한은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안전사고 위험 증가, 삶에 대한 자신감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⁷.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내장은 고혈압 다음으로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조사됐다⁷.

삶의 질 저하도 문제지만 백내장은 늦게 진단될수록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수술이 어려워지거나 심하게는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 부모님들은 눈과 관련한 불편한 증상을 노화로 인한 자연스런 변화로 인식해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백내장 발생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자녀들도 평소 백내장 증상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숙지하고 부모님의 눈 건강상태와 일상생활에서의 행동 변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백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고 좋은 치료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중요하다. 눈과 관련한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늦지 않게 병원을 방문해 안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백내장처럼 치료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김명준 리뉴서울안과 대표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