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과 오래 동행하기, 건강검진에 달렸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과 오래 동행하기, 건강검진에 달렸다!
  • 류진 원헬스동물의료센터 영상과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6.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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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울산 원헬스동물의료센터(동물병원) 영상과장
류진 울산 원헬스동물의료센터(동물병원) 영상과장

처음 반려동물을 집에 데리고 왔을 때의 설렘과 중성화수술을 결정하고 나서 잠이 오지 않을 만큼 했던 걱정. 나를 매 순간 웃고 울게 만드는 소중한 생명에 대한 사랑의 깊이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보호자는 자책하게 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주면 좋겠지만 이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은 아프더라도 숨기려 하거나 별다른 증상 없이 모르고 지내다가 큰 병이 될 때가 많다.

사람보다 짧은 시간을 사는 반려동물은 구토, 설사, 기침 등 뚜렷한 임상증상이 없어도 종양, 퇴행성관절염, 후천적심장병, 비뇨기계질환을 안고 산다. 아무리 경험 많은 수의사도 반려동물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을 앓을 때는 가벼운 문진과 신체검사만으로는 놓치기가 쉽다. 반려동물은 나에게는 늘 아기 같지만 나이가 7살만 돼도 사람나이로 50살에 가까워져 당연한 이야기다. 따라서 집에서 매번 식욕, 활력, 배변, 배뇨를 꼼꼼히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검진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살 이하는 최소 1년에 1회씩 간단한 검진을 추천한다. 해당시기 건강한 개체에게는 심장사상충항원검사와 최소항목의 혈청검사, 혈구검사가 포함된 혈액검사가 권장되며 흉/복부 방사선검사를 통해 기본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소형견종의 슬개골탈구 빈도가 높은 편으로 이전 검사에서 슬개골탈구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건강검진에 방사선검사를 포함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슬개골탈구는 신체검사로 확진할 수 있지만 탈구로 발생하는 주변 관절병증은 방사선검사로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성화하지 않은 개체는 비뇨기계질환의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크므로 비뇨기계평가용 초음파검사도 추천된다.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나온 자료는 동일 동물병원에서 지속해서 관리받는다면 소장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여러 동물병원을 이용한다면 소장하고 있는 것이 좋다.

이후 대략 10살까지도 특별히 임상증상이 없다면 1년에 한 번씩 검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때도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요검사는 기본항목으로 포함된다. 다만 이때부터는 퇴행성질환이 드러나기 시작해 혈액검사 항목이 늘어나며 초음파검사를 통한 복부장기 전체평가가 필요하다. 방사선검사도 흉‧복부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고관절, 무릎부위도 포함된다. 동물병원에 따라서 갑상선호르몬도 평가한다.

11살 이후부터는 노화속도가 더 빨라져 6개월에 1회씩 건강검진이 권장된다. 이처럼 평가하는 항목이 많아지면 검사시간도 늘어나 시간적 여유가 넉넉한 날에 예약하는 것이 권장된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최소 8시간 이상 금식시켜야 하는데 이때 반려동물이 안쓰러워 금식 직전에 평소보다 간식을 많이 준다면 혈액검사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평소대로 급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문진 때 이전 수술병력과 3일 이상의 장기입원 이력 등을 수의사에게 알려준다면 검사결과 해석에도 도움이 된다.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개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보호자도 동물병원에 가는 것을 아주 힘들어한다. 하지만 만성질환 진행은 개보다 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5살 이후에는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평소에 뚜껑이 분리된 케이지를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담요와 함께 두고 간식을 그 장소에서 급여해 케이지 수송에 대한 공포심을 줄이거나,고양이 대기실이 분리된 동물병원을 이용하거나, 사전에 진정제를 처방받아서 내원 전에 고양이에게 미리 먹이는 등의 노력을 해서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고양이도 검진항목은 개와 거의 유사하나 백혈병‧면역부전바이러스 항원검사가 권장되며 동물병원에 따라 심장질환 키트검사, 갑상샘호르몬검사를 선제적으로 포함할 수 있다. 후자는 노령고양이에게서 간과하기 쉬운 비대성심근병증, 갑상샘기능항진증을 감별할 수 있으므로 필자는 나이가 든 고양이라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검사받기를 추천한다.

물론 이렇게 열심히 건강검진을 해도 모든 질환을 100% 막을 수가 없다. 아주 정밀한 검사 기계라고 해도 드물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또 기계가 정상이라고 해도 간이나 콩팥은 50%의 손상에도 정상으로 보이는 때가 많아서 상황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으로 반려동물 상태를 전반적으로 알고 관리하는 것과 모르고 있다가 질환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검진은 병이 크게 진행되지 않도록 또는 질환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중간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있다. 하지만 지나간 후회를 겪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바빠서 미리 챙기지 못했다는 핑계나 알면서도 괜찮을 거라고 애써 외면했던 마음은 반려동물을 아꼈던 만큼 더 큰 후회로 오기 마련이다. 소중한 부모님, 자식들을 챙겨주듯이 반려동물도 잊지 말고 생각해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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