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이라는데…‘마약성진통제’ 무조건 위험할까
양날의 검이라는데…‘마약성진통제’ 무조건 위험할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7.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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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통증조절에 꼭 필요한 약…막연한 거부감 없애야
내성, 중독, 오남용 우려 있어 의료진의 충분한 교육 필요
뇌 발달하는 청소년기 중독에 더 취약…불법투약 근절해야
마약성진통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지켜 사용되면 환자들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고마운 약이지만 내성, 중독, 오남용 등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경각심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약성진통제는 암성통증이나 수술 후 통증 등 극심한 통증을 잡을 수 있는 높은 진통효과를 지닌 약이다. 하지만 내성과 중독, 오남용될 위험이 크며 과량투여 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하에 사용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마약성진통제를 불법처방받아 투약한 10대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오남용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마약성진통제에 대한 오해가 커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마약성진통제에 빠지는 것도 큰 문제지만 정작 이 약이 필요한 환자들조차 약 복용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진통효과 높지만 내성, 중독, 오남용 위험↑

마약성진통제는 비교적 심한 급성 또는 만성통증(말기암환자, 심근경색, 급성폐부종, 분만 시 등)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제형과 성분, 함량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확한 용량·용법으로 사용되면 심각한 통증을 감소시켜 환자 삶의 질을 유지해준다.

하지만 마약성진통제는 내성이나 중독, 오남용될 위험이 높다. 실제로 보고된 바에 따르면 만성통증으로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21~29%에서 오용, 8~12%에서 중독이 발생했으며 미국 약물남용연구소에서는 마약성진통제에 의존·오남용하는 환자들이 헤로인에 의존할 가능성이 40배 더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오심, 구토, 가려움, 변비, 호흡억제, 성욕저하, 수면이상 등 뒤따라오는 부작용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인 마약성진통제의 종류(출처=네이버 약학용어사전)

■막연한 거부감 X, 의료진 충분한 설명·교육 필요

그래도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문제를 지레 걱정해 마약성진통제 복용 자체를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응돈 교수는 “조절되지 않는 통증 자극 자체가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암성통증이나 신경병증성 통증 등 마약성진통제 사용이 꼭 필요한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것이 삶의 질 유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의 노력도 물론 뒷받침돼야 한다. 일단 마약성진통제는 내성이나 중독, 오남용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비마약성진통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처방해야 한다.

처방 시에는 충분한 설명과 교육이 필요하다. 즉 ▲통증 조절을 위해 꼭 필요한 약이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향후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점차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 마약성진통제로 인해 여러 문제가 뒤따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환자들이 불안감 없이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 노출되면 향후 벗어나기 더 힘들어져

마약성진통제를 불법투약하는 건 더 문제다. 특히 청소년들의 마약성진통제 불법투약만큼은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뇌가 발달하는 청소년기는 특히 마약성진통제에 취약해 한 번 노출되면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 교수는 “마약성진통제를 투여하면 뇌가 고농도의 도파민에 익숙해져 스스로 분비하는 도파민 양을 줄이고 외부에서 약물로 공급받는 도파민 분비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렇게 약물에 의존해 보상받는 변화가 뇌가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일어나면 평생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어릴 때부터 마약성진통제에 노출되면 필요로 하는 마약성진통제의 요구도가 점점 올라가 향후 마약성진통제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의료진·환자 모두 경각심 필요, 정부는 감시시스템 강화

이처럼 마약성진통제는 심각한 통증조절에 꼭 필요한 약이지만 여러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경각심이 필요하다.

정부도 의약품안전관리시스템(DUR)과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마약 투약이력 조회 후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하게 하는 등 감시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불법투약된 펜타닐 패취제의 경우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박휴정 교수는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는 말도 있듯 100% 안전한 약은 없다”라며 “마약성진통제 역시 필요한 환자들에게 처방하되 중독, 오남용 등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줘야 하며 환자들 또한 경각심을 갖고 정확한 용법과 용량에 따라 복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성, 중독 등이 의심되거나 우려되면 담당의료진과 상의를 통해 복용량을 점차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약성진통제 인식 개선 노력과 더불어 최근에는 마약성진통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신약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비보존이 수술 후 통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비마약성진통제 오피란제린(VVZ-19)으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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