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가지’는 갖가지 염증을 치료하는 소염제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가지’는 갖가지 염증을 치료하는 소염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7.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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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필자는 어려서부터 가지를 싫어했다. 맛도 특이했고 씹는 느낌도 흐물거리면서 왠지 삼키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러라도 챙겨 먹는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뀌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지를 먹을 때면 ‘더 건강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지는 가지목 가짓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채소다. 원산지는 인도이고 중국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가지는 한자어로 ‘가자(茄子)’라고 하는데 ‘茄子’를 우리말로 음차한 것이다. 가(茄)자는 더할 가(加)에 풀 초(艹)변으로 이뤄진 글자인데 뭔가 더해지거나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하지만 과거 한때는 가지가 천대받던 채소였던 것 같다. <본초강목>에는 한 학자의 글이 인용돼 있는데 ‘밭에서 나는 채소 중에 가지만은 무익(無益)한 것이다. 개보본초에는 주치증에 대한 설명이 없고 다만 사람을 손상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후세에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나 이것은 본초서의 기록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문맥을 보면 가지 효능과 관련해선 별다른 내용이 없다가 후세에 이르러 기록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토마토와 감자는 가지와 함께 모두 가짓과다. 피망, 파프리카, 고추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꽃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둥근 가지는 토마토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고 덜 익은 가지나 토마토, 감자 등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솔라닌이라는 독소가 있다. 국내에는 주로 길쭉하게 생긴 가지가 많지만 서양에는 둥근 가지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영어로 가지를 ‘eggplant’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가지를 다른 이름으로 ‘낙소(落蘇)’라고도 불렀다. 낙소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별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낙수(酪酥)’라는 이름도 있는데 아마도 그 맛이 낙수와 비슷해서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낙수는 그 당시 우유로부터 만들어진 치즈 같은 부산물을 부르는 이름이다. 가지를 찌면 단맛이 나면서 뭉글뭉글하고 부들거리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초별갑(草鱉甲)’이라고도 했다. 가지는 한열(寒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데 한열을 치료하는 데는 자라 껍데기인 별갑(鱉甲)이 효과가 좋다. 따라서 식물인 가지도 비슷한 효능이 있어 가지를 초별갑이라고 부른 것이다. ‘한열을 치료한다’는 것은 갑자기 추웠다가 갑자기 열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갱년기 여성들이 주로 겪는 증상과 같다.

<본초강목> 저술 당시인 명나라 때부터 중국에는 다양한 색의 가지가 있었다. 자주색 가지를 자가(紫茄)라고 했고 노란색은 황가(黃茄), 흰색은 백가(白茄)라고 불렀다. 청수가(靑水茄; 푸른색 물가지)와 등가(藤茄)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황가(黃茄)뿐으로 나머지는 채소로만 먹는다고 했다.

특히 자주색 가지는 신라에 많았는데 명나라 때는 중국 전역에서 재배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는 최소한 신라시대부터 가지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조선시대 이옥의 <백운필>에 따르면 조선에도 자주색 가지 이외에 흰색 가지, 푸른색 가지, 노란색 가지, 연붉은 가지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아마도 한반도에서는 원래 자주색 가지가 주로 재배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색의 가지가 중국에서 건너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알고 보면 가지에는 다양한 효과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가지의 단맛은 곧잘 기운을 아래로 내린다. 그래서 대장이 쉽게 동하면 꺼려야 한다(필자 해설; 쉽게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 가지의 성숙한 씨앗은 유두(乳頭)가 갈라진 것을 치료한다. 가지의 뿌리는 다려서 동상 걸린 곳을 적셔준다. 꼭지는 태워서 구내염을 치료한다. 모두 기이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것은 모두 가지의 단맛이 화를 완만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동시에 부작용도 주의하라고 했다. ‘가지의 성질은 차갑고 서늘하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몸이 냉하거나 오랫동안 냉증을 앓은 경우는 다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만약 오래 먹으면 사람의 기운을 손상시키고 기운을 동(動)하게 해서 피부를 헐게 하고 고질병이 생긴다’고 했다. ‘또한 복통, 설사를 일으키고 부인의 경우에는 자궁을 손상시킨다’고 했다.

가지를 평소 반찬으로 먹고자 한다면 생으로 요리해서 먹는 것보다는 한 번 찌거나 튀겨서 섭취하면 냉성을 어느 정도 줄여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성질이 따뜻한 파, 양파, 생강, 마늘, 고추 등과 함께 요리하면 음양의 궁합이 잘 맞겠다.

당나라 때 맹선이 지은 <식료본초>에도 가지를 낙소(落蘇)라고 하면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는데 내용이 이와 비슷한 것을 보니 <본초강목>이 <식료본초>의 내용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비슷한 내용은 가장 늦게 저술된 <동의보감>에도 그대로 나온다. 이에 <동의보감> 내용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가지는 꼭지도 약으로 사용했다. 가지 꼭지를 말려서 태워서 재를 만든 다음에 이것으로 치아를 닦아서 충치를 치료했다. 또 생것은 잘라서 전풍증(곰팡이 감염증)에 마찰한다고 했고 가지 꽃은 금속에 베인 상처나 치통을 치료하고 뿌리와 줄기, 잎은 다려서 그 물로 동상부위를 적셔주는 방법으로 치료에 활용했다. 가지는 어느 부위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가지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식품에 속한다. 따라서 열 체질에 잘 맞고 염증성질환에 도움이 된다. 가지의 자주색 껍질의 안토시아닌 색소는 강력한 항산화작용과 함께 혈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황색껍질 가지는 습진이나 피부염에 좋다.

가지의 과육은 요리를 해서 먹고 꼭지는 따로 모아 두었다 차로 끓여서 마시면 좋다. 말린 가지 꼭지 2~3개를 후라이팬에 한 번 덖어낸 후 물 500cc 정도에 약한 불로 30분 정도 끓여서 마신다. 특히 구내염, 치주염, 치통 등에 효과가 있다.

가지는 한때 천대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명실공히 약식동원의 대표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지’는 갖가지 염증을 치료하는 소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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