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마’는 몸 곳곳 이롭게 하는 산(山)에서 나는 약(藥)!
[한동하의 식의보감] ‘마’는 몸 곳곳 이롭게 하는 산(山)에서 나는 약(藥)!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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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마는 반찬으로 많이 먹는다. 생마를 잘라서 들깨소스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아삭아삭 식감도 좋고 입안을 상쾌하게 해서 청량감도 있다. 간혹 죽으로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마는 백합목 마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의 뿌리를 식용한다. 이 ‘마’는 우리 말로 모시·삼베옷을 만드는 한자 이름인 마(麻)와는 다른 식물 종이다. 마(麻)에는 대마(大麻), 저마(苧麻) 등이 있고 약재로 사용하는 천마(天麻)도 있다. 마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참마를 식용한다.

마에는 다양한 한자이름이 있다. 서여(薯蕷), 토저(土藷), 산우(山芋), 옥연(玉延), 산약(山藥)이라고도 불린다. 서여는 송나라 때 임금의 휘(諱)와 같아서 이것을 피하기 위해 산약(山藥)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현존하는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서여(薯蕷)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어명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것 같다. 임금의 위엄을 지키고자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결과 더 쉽고 좋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산약(山藥), 즉 ‘산(山)에 나는 약(藥)’이란 뜻이 있으니 말이다.

마는 <본초강목>에 ‘맛은 달고 기운은 따뜻하고 평이하며 독은 없다’고 했다. 기운이 서늘하다고 한 일부 한의서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따뜻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는 전반적으로 몸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신농본초경>에는 마의 효능으로 ‘소화기를 상했거나 몸이 허약하고 마른 것을 보하고, (중략) 속을 보하고 기력을 더해주며, 근육을 늘려주며, 오랫동안 복용하면 귀와 눈을 총명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면서 쉽게 배고프지 않게 하며 천수를 늘려준다’고 했다. 이 내용을 보면 마는 보약에 가깝다.

마의 다양한 효능을 <본초강목>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마는 설사를 멎게 한다. 이때는 말려서 먹는다. ‘비위(脾胃)를 장건(壯健)하게 하며 설리(洩痢)를 멎게 한다’고 했다. 비위는 제반 소화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식욕, 소화, 배변까지 위장과 대장기능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설리는 일반 설사와는 달리 장염이나 염증성장질환 등에 의한 참을 수 없는 삐질삐질 나오려고 하는 무른 대변을 말한다. 실제로 마는 장염설사나 과민성장증후군에도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마는 변비에도 좋다. 이때는 생용한다. 생마의 끈적이는 뮤신은 대장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만일 변비를 위해서 먹는다면 생으로 갈아서 먹는 것이 좋은데 특히 바나나와 함께 갈아서 먹으면 효과가 더욱 좋다. 반대로 설사 때문에 섭취한다면 말려서 누르스름하게 볶은 후 가루 내서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마는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마는 수태음경(手太陰經)에 들어간다. 피부의 건조한 것을 치료하고 윤택하게 한다’고 했다. 수태음경은 바로 폐를 의미한다. 폐에 들어가서 건조함을 치료한다는 말은 폐는 피부를 주관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는 폐기관지를 보하면서 가래와 함께 숨찬 것을 치료하고 피부건조에도 도움이 된다. 폐기관지와 피부의 기운은 서로 상통한다. 따라서 마를 섭취하면 기관지의 건조함을 막아서 가래 배출도 용이해진다.

마는 관절을 튼튼하게 한다. ‘요통을 멎게 하고, 근골을 강화시킨다’고 했다. 마는 콩팥의 기운을 좋게 하는데 신수부족과 함께 골다공증에도 좋은 육지지황원에 들어있어 뼈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허리와 무릎이 시리면서 약한 증상에 좋다. 마에 풍부한 뮤신은 관절건강 이외에도 피부건강, 혈관건강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된다.

마는 남성의 정력에도 좋다. ‘남성의 정력을 통리(通利)하고 음력(陰力)을 돕는다’ 했다. 여기서 음력이라고 한 것은 발기능력보다는 정액 및 생식과 관련된 성분을 만들어내는 효능으로 볼 수 있다. 발기능력은 양에 속한다. 굳이 음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신양(腎陽)보다는 신음(腎陰), 즉 신수(腎水)를 보하기 때문이다. 마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능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마는 신경안정작용도 있고 건망증에도 좋다. ‘심기(心氣)의 부족을 보하고, 건망에 주된 효과가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도 ‘심규(心孔)를 열어주고 안신(安神)하며 의지를 길게 한다’고 했다. 심규는 실제로 심장의 구멍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 심규가 막혔다고 보는 것이다. 왠지 마를 즐겨 먹으면 가슴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질 듯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마는 단마, 장마, 둥근 마 등이 있는데 모두 효능은 비슷하다. 보통 보면 생마를 그냥 믹서기로 갈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 끈적이는 성분은 뮤신으로 위장과 피부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뮤신은 일종의 생리활성물질로 작용하지만 간혹 알레르기반응이 있어서 만지거나 생즙으로 섭취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피부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간혹 생마는 체질에 따라서 복통,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우유와 함께 갈아서 마시거나 일식집에서 식전 전채요리로 나오는 마즙은 배탈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마는 다양한 반찬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건강이 주목적이라면 말려서 가루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생마 껍질을 벗겨내고 햇볕에 바짝 말려서 가루내서 먹는다. 이 가루를 1회 10그램 정도를 물과 함께 섭취하거나 샐러드에 뿌려 먹거나 죽을 쑤워 먹거나 국에 넣어도 좋다. 마가루를 녹두 크기의 환으로 만들어뒀다가 밤톨만 한 양을 하루에 2~3차례 규칙적으로 섭취해도 좋다.

마는 ‘산에 나는 장어’라는 별명이 있다. 사실 마는 이런 별명을 얻기에 손색이 없다. 어쩌면 장어에게 ‘바다에 나는 마’라는 별명을 지어주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마!? 마! 마이 묵어라. 건강해진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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