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별다른 선택 없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같은 시간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별다른 선택 없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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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석 신촌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진석 교수는 “CAR-T치료제는 ’2회 이상 전신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환자‘에게 사용가능하다”며 “생존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석 교수는 “CAR-T치료제는 ’2회 이상 전신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며 “생존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경험하는 셈이다. 만일 그 시간이 ‘시한부’라면 어떻겠는가. 치료가 어려운 암환자에게 있어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그들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타이머처럼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은 야속하리만큼 더욱 빨리 지나갈 뿐이다.

그들에게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작별의 시간에서 안녕의 시간이 생긴 만큼 그 기회를 덥석 잡을 것이다. 이번에 다룰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역시 마찬가지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은 림프종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림프종은 체내 면역세포인 림프구가 성숙하는 장소인 림프절에 원발성으로 생기는 암이다.

표준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2회 이상 전신치료 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담담한 어투로 그가 얘기했다. 많은 환자를 눈앞에서 놓쳐서일까. 담담함 속에는 안타까움이 묻어져 나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림프종환자 치료를 위해 지금까지 고군분투해왔다. 김진석 교수는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 활발히 연구를 하며 권위자로 통한다. 김진석 교수와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림프종의 원인은 무엇인지.  

안타깝게도 림프종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위험인자로는 자가면역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림프종 의심증상으로는 ▲체중감소 ▲야간발한 ▲발열 등이 있지만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이 증상만으로 림프종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림프종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밝혀진 아형만 해도 30~40개 정도다. 조직학적으로는 호지킨림프종 5%, 비호지킨림프종 95%으로 구분된다. 이때 비호지킨림프종은 B림프구에서 생기는 B세포형 80%와 T림프구에서 생기는 T세포형 20% 등으로 나뉘며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으로 널리 알려진 ‘광범위큰B세포림프종’은 B세포형 중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은 ‘공격형림프종’이라 불린다.

설명에 앞서 림프종은 천천히 진행되는 ‘지연형림프종’과 급격히 진행되는 ‘공격형림프종’ 등으로 구분된다. 공격형림프종은 림프절을 따라 암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1기에서도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많은 환자가 오해하는 부분이 ‘공격적’이라는 단어다. 공격적이라는 것은 치료가 잘되지 않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진행되는 림프종이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렵다.

-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확한 림프종진단을 위해서는 조직생검을 진행해야 한다. 조직생검을 통해 림프종 아형을 구분, CT와 PET검사를 통해 병기를 설정한 후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병기는 종양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에 따라 정해지는데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은 진행속도가 빨라 대부분 1, 2기에 진단된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항암치료는 표준요법인 ‘R-CHOP(표적치료제 ‘리툭시맙’+3개의 항암제 및 스테로이드)‘가 주로 진행된다. R-CHOP치료는 3주 간격으로 6~8차까지 진행되며 해당 치료를 통해 약 70%의 환자가 완치를 꾀한다.

- 표준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는 어떤 치료를 이어가는가.

1차 치료 후 반응이 좋지 않거나 재발할 경우 항암치료제를 바꿔 치료를 진행한다. 변경된 항암제에 반응이 좋은 경우 70세 미만에서는 추가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해서는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거의 없앤 후 골수 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추출, 매우 낮은 온도에서 냉동을 한다.

이후 고용량의 항암치료를 진행해 미세하게 남은 암세포를 모두 없앤 후 미리 추출해 둔 조혈모세포를 체내에 다시 주입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재발하더라도 전체 환자의 40~50%는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70세 이상의 고령환자들은 고용량의 항암치료와 관련 합병증 발생위험 등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기 어렵다.

- 다른 치료옵션은 없는지.

의학기술의 발달로 최근 표적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는 임상 중인 약제가 많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CAR-T치료제는 허가된 상황이다. CAR-T치료제는 ’2회 이상 전신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 지금까지 2회 이상 전신치료에 불응인 환자에게는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던 만큼 매우 기쁜 소식이다. 참고로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은 CAR-T 치료센터 오픈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다. 또 혈액내과에서는 이미 자가∙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하고 있어 의료진은 CAR-T 치료방식 등에 익숙한 편이다.

CAR-T치료제 원리
CAR-T치료제 원리

- CAR-T치료제에 관해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CAR-T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림프구세포가 치료제의 재료로 사용된다. 치료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면역세포가 존재하는데 그중 ’T림프구세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암세포의 경우 T림프구세포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착각해 공격하지 못한다. 이에 CAR-T치료제는 환자의 체내에서 T림프구세포를 추출, 암세포를 인지해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세포로 만들어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한다.

- CAR-T치료제는 일종의 면역치료다. 면역치료는 부작용이 낮지만 약물반응률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CAR-T치료제 역시 이상반응이 존재한다. 하지만 CAR-T치료제의 이상반응은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약물반응률은 단순히 수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CAR-T치료제의 높은 치료효과를 직접 확인하곤 한다. 한 예로 미국의 60대 환자는 표준치료 R-CHOP치료 후 종양이 거의 줄지 않았고 이후 구제 항암치료 효과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CAR-T치료 후 종양이 모두 없어지고 현재 1년째 완전관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단 기저질환이 많거나 장기 기능이 나쁘면 CAR-T치료가 어려울 수 있으며 암세포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초고위험군)가 있는 경우에는 CAR-T치료의 성적이 불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초고위험군은 전체 환자의 5% 정도로 매우 적다.

- 면역치료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최후의 보루‘라고 불린다.

2회 이상 전신 치료 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환자의 생존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CAR-T치료제 사용 시 해당 환자의 1/3 정도에서 완치까지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CAR-T치료제는 ’최후의 보루‘다.

현재 국내에서는 3차치료로 허가돼 있다. 하지만 CAR-T치료 후 완전관해가 될 경우 70~80%는 재발 없이 반응이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비용적인 문제로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처럼 환자들이 혁신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CAR-T치료제의 또 다른 적응증인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에 비해 반응률이 낮다는 의견이 있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에서 CAR-T치료제 반응률은 단순 수치만 보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CAR-T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6개월 내 사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포기하지 말자. 환자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만 의료진 역시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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