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녹두(綠豆)’는 몸을 해독하는 최고의 곡물
[한동하의 식의보감] ‘녹두(綠豆)’는 몸을 해독하는 최고의 곡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2.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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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빈대떡은 녹두로 만든 지짐으로 과거에는 아주 흔하게 먹었던 식재료였다. ‘돈 없으면 대포집에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가사가 나오는 <빈대떡 신사>라는 노래도 있다. 하지만 녹두는 돈 없는 사람이 차선책으로 찾는 무시할 만한 식품이 아니다. 특히 해독(解毒)을 하고 싶다면 녹두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녹두 지짐을 왜 빈대떡이라고 했을까. 빈대는 납작하게 생긴 갈색의 바퀴벌레를 말한다. 빈대떡이 납작해서일까. 알이 작고 납작하게 생긴 밤도 빈대밤이라고 한다. 항간에는 빈대떡으로 유명한 서울의 정동지역에 빈대가 많아 빈대골로 불리면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빈대떡의 과거 한글이름은 빈자떡, 빙자떡, 빙쟈떡 등의 이름으로 기록됐는데 이런 이름은 병자(餠)나 빈자병(貧者餠)이라는 한자어 이름에서 출발한 것으로 빈대와는 무관해 보인다.

녹두(綠豆)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로 색이 녹색을 띠는 콩이라는 의미다. 간혹 녹두(菉豆)라고도 표기하는데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녹(綠)은 색이름이다. 옛 판본에 녹(菉)으로 쓴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해서 ‘녹두(綠豆)’로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시진은 ‘녹두는 가루로 떡을 만들어 구워 먹으면 좋다’고 했다. <식료본초>에도 ‘먹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녹두떡은 녹두를 바로 가루내서 만든 요즘의 빈대떡이 아니라 전분을 이용한 떡이다. 이시진은 ‘(중국) 북쪽사람들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녹두죽, 녹두밥, 녹두주를 만들거나 볶아먹거나, 가루 내어 먹거나, 갈아서 면을 만들기도 하고 맑게 가라앉혀 가루만 가지고 떡을 만는다’고 했다.

녹두는 성질이 서늘한 대표적인 곡물이다. <급유방>에는 ‘녹두는 맛이 달고 약성이 차가우며 독이 없다’고 했다. 간혹 녹두의 성질이 평이하다고도 한 한의서도 있지만 대부분 ‘성질은 차갑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녹두의 성질은 껍질에 집중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녹두의 껍질은 성질이 차고 과육인 속은 평(平)하다. 병을 없애려면 껍질을 버리면 안 된다. 따라서 약에 넣을 때는 껍질째 넣어야 한다. 껍질을 없애면 기를 약간 막히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보통 녹두의 껍질을 벗겨내고 요리를 많이 하는데 녹두의 약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껍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녹두껍질은 식감이 좋지 않아 과거에도 녹두껍질을 벗겨내고 먹었던 것 같다. 당나라 때 발간된 <식료본초>에는 ‘지금 사람들은 막대기로 쳐서 껍집을 벗기는데 기운이 조금 막힌다. 병을 낫게 한다면 껍질이 있어야 하니 제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녹두는 껍질이 약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녹두는 껍질째 복용해야 열독(熱毒)을 제거하고 해독(解毒)한다.

녹두는 소갈병(消渴病)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소갈을 치료하는데, 녹두 달인 물을 마시거나 갈아서 즙을 내어 마시는데, 모두 좋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소갈로 갈증이 심할 때는 녹두를 삶아 낸 즙을 녹두와 함께 죽을 쑤어 먹는다’고 했다. 또 <의휘>에는 ‘많이 먹어도 금세 배가 고픈 경우에는 녹두 보리 찹쌀 각 1되를 뜨거워질 때까지 볶은 뒤 가루 내어 끓인 맹물로 1잔씩 복용하면 3~5일에 효험을 본다’고 했다. 녹두는 일반적인 당뇨병 증상에 좋다.

녹두를 베개로 만들면 두통을 치료한다. <실험단방>에는 ‘두풍(頭風)에 녹두 4~5되로 베개를 만들어 베면 가장 좋다. 이 경우 해마다 새로운 녹두로 바꿔 준다’라고 했다. 두풍은 머리에 갑자기 나타나는 제반 증상을 포괄한다. <동의보감>에도 ‘베개를 만들면 눈이 밝아지고 두풍과 두통이 치료된다’고 했다. 만일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고 만성적인 두통이 있다면 녹두베개를 만들어볼 만하다.

녹두는 해독효과가 뛰어난 곡물로 특히 껍질에 효능이 집중돼 있어 해독을 위해서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속이 냉한 체질이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녹두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녹두는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급유방>에는 ‘녹두분(綠豆粉)은 약성이 서늘하고 독이 없다. 기운을 더하며 열독을 없애고 등에 생긴 옹저와 창절(瘡癤)을 치료하며 주독(酒毒)과 식독(食毒)을 풀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녹두가루는 녹두전분을 말한다. <동의보감>에는 ‘녹두분(綠豆紛)은 녹두를 물에 담갔다가 간 후 걸러서 가라앉혀 앙금을 말려서 가루내어 쓴다’라고 했다.

녹두는 생으로 먹어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금석(金石), 비상(砒霜), 초목의 온갖 독을 해독하고자 할 때는 껍질째 생으로 갈아서 물로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녹두는 삶거나 익혀서 먹어도 종기를 삭이거나 열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독성을 제거하고 해독을 위해서는 껍질째 생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녹두는 죽을 쒀 먹어도 좋다. <동의보감>에 ‘감기로 열병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갈증이 나는 경우를 치료한다. 죽을 쑤어 늘 먹는다’고 했다. <수세비결>에는 ‘열독을 풀어주고 번갈을 멎게 한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감이 심할 때 좋다는 말이다.

<의종손익>에는 녹두음(綠豆飮)이라는 녹두로 만든 음료를 소개하고 있다. ‘녹두 적당량에 물을 넉넉하게 부어 무를 때까지 삶는데, 소금을 조금 넣거나 꿀을 넣어도 된다. 차게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맘대로 마시는데, 되거나 질거나 또는 물이 많아도 상관없으며, 하루에 서너 차례 먹어도 괜찮다. 녹두는 구하기 쉽고 흔한 약 중에서도 가장 약효가 좋고 빠르다’라고 했다. 녹두는 어떻게라도 상복해도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녹두는 속이 냉한 체질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본초정화>에는 ‘비위(脾胃)가 허한(虛寒)하여 물설사를 하는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식감본초>에는 ‘약을 먹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되니 약이 효과가 없게 된다’고 했다. 녹두는 약의 효능까지 없앤다는 것으로 특히 기운이 열(熱)한 약을 복용할 경우 그 기운을 상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약을 복용할 때 녹두 싹인 숙주나물도 섭취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몸에 열감이 많이 체이거나 염증이 자주 생기는 경우, 특히 이런저런 약물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녹두를 섭취해보자. 이시진은 ‘녹두는 참으로 세상을 구제하는 곡식이다(眞濟世之良穀也)’라고 했다. 이 작은 곡물이 세상을 구하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 몸이라도 건강하게 바꿔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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