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특집] “귀신을 봤어요”…수면 중 가위 눌리는 이유
[수면특집] “귀신을 봤어요”…수면 중 가위 눌리는 이유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2.04.1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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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수면 중 가위에 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일상이 불규칙해진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수면시간이 들쑥날쑥해지며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은 회복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수면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수면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통해 수면 상식과 올바른 수면 관리법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는 ‘수면 중 가위에 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입니다. <편집자 주>

수면의 질이 떨어져도 수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특별한 동반질환이나 원인질환이 없다면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수면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날씨의 급격한 변화, 코로나19 등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잠은 깼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귀신이 웃으며 내 몸을 누르고 있었다’ 등 가위에 눌린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학적으로는 이 증상을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표현한다.

■수면부족·심한 스트레스 등도 영향

수면은 크게 렘수면(REM sleep)과 비렘수면(NREM sleep)으로 분류된다. 이 중 렘수면은 우리가 꿈꾸는 단계로 모든 근육의 힘이 빠지는 무긴장상태가 된다. 수면마비는 바로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본래 렘수면에서 비렘수면단계로 갔다가 깨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비정상적으로 렘수면단계에서 바로 각성이 되면 정신은 반쯤 깼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 수면마비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수면마비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렘수면 시 근육긴장을 조절하는 기전의 미세구조변화나 신경면역학적 기능부전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수면부족, 심한 스트레스, 음주,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신체적 정신적질환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불편한 자세로 잘 때도 수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수면 시 가위에 자주 눌릴 수 있다.

■기면병 동반·가족형 수면마비는 치료 필요

그런데 수면마비를 유독 자주 겪으면 치료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 치료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면마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아침에 깰 때 주로 나타나는 격리형 수면마비로 인구의 20~40%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흔한 현상이다. 불규칙한 수면습관 등 수면주기에 혼란이 생겼을 때 주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둘째는 기면병(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졸음을 참지 못해 갑자기 수면에 빠지는 병)의 한 가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기면병환자의 24∼40%가 수면마비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때는 기면병을 치료하면 호전된다.

셋째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가족형 수면마비로 현재까지 학계에 몇 사례만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물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는 “기면병에 동반되거나 가족형 수면마비 증상은 만성화될 수 있어 이에 해당한다면 수면클리닉을 방문해 수면다원검사, 다중잠복기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고 전문가와 치료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

치료가 필요 없는 수면마비는 수면습관과 수면의 질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정유진 교수는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수면에 방해되는 카페인·과음·야간흡연, 지나친 수면제 복용을 피해야 한다”며 “평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했는데도 가위눌림이 반복된다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위에 눌렸다는 사람 중에는 귀신을 봤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수면마비가 렘수면과 각성이 뒤섞이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잠에 완전히 들거나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꿈이 보이는 환각증세가 자주 동반된다는 것. 이때 대개 공포감이 느껴지는데 이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정유진 교수는 “가위눌림의 발생원인과 경과 등에 대해 잘 이해하면 심령현상이 아닌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인지하게 돼 공포감이 많이 완화될 수 있다”며 “가위눌림은 꿈이 각성상태까지 잠시 연장돼 나타난 것일 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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