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버릴 것 없는 ‘민물장어’, 살집과 기름 모두 약
[한동하의 식의보감] 버릴 것 없는 ‘민물장어’, 살집과 기름 모두 약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4.25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민물장어를 별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구이로도 좋고 탕으로도 좋다. 장어전문점에 가면 구워서 주로 살집을 먹는다. 바삭하게 구워진 뼈는 재미삼아 먹어보기도 한다. 간혹 기름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바싹 굽지만 장어기름은 버리면 안 된다. 장어는 살집과 기름 모두 약이 되기 때문이다.

장어(長魚)는 생김새가 길어서 장어라고 부른다. 장어는 뱀장어목(Anguilliformes)에 속하는 물고기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뱀장어목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600여종이나 된다. 우리가 흔히 구이로 먹는 종은 민물장어인 뱀장어다. 따라서 사장어(蛇長魚)라는 한자이름도 있는데 본 칼럼에서는 그냥 장어로 표현하겠다.

한의서에는 장어를 만려어(鰻鱺魚)라고 했다. 간혹 만리어로 읽기도 한다. 문제는 려(驪) 자가 아니라 만(鰻) 자다. 항간에 만(鰻) 자를 ‘하루[日]에 4번[四]을 먹고도 또[又] 먹고 싶은 물고기[魚]’ 또는 성욕을 하루 4번씩이나 발동하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이다.

사실 만(曼)자는 가로 왈(曰), 그물 망(罒), 또 우(又)자 등으로 이뤄져 길게 늘어진 모양이나 부드럽고 무늬가 없는 비단 등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만(鰻)은 효능이 아닌 뱀장어의 모양을 보고서 만들어진 한자인 것이다.

장어의 기운은 평이하면서 약간 서늘한 편이다. <본초강목>에는 ‘장어는 성질은 평이하고 독이 있다’고 했다. 반면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다’고 했다. 일부 한의서에는 따뜻하다고 기록된 문헌도 있다. 장어의 약성은 한의서마다 기록이 다른데 효능과 관련해 판단해보면 대체적으로 서늘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장어는 몸을 보하고 정력에도 좋다. <향약집성방>에는 ‘피로를 풀고 부족함을 보(補)한다’고 했다. <실험단방>에는 ‘장어는 비위를 굳건하게 보하고 근력을 강화하니 많이 먹으면 아주 좋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陽氣)를 일으킨다’고 했다. 양기는 남성의 성기능을 말한다.

몸을 보하고 기운이 나게 하는 효과는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충분한 비타민A, 비타민B12, 비타민D와 소량의 비타민E, 나이아신(B3), 티아민(B1)에 의한 효능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영양소는 눈 건강, 에너지 생산, 면역기능, 뼈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장어는 항병력을 높인다. <향약집성방>에는 ‘오랫동안 결핵을 앓은 사람은 오미(五味)로 양념하고 쌀로 죽을 쑤어 먹는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결핵에 걸린 처자를 전염병을 막고자 산 채로 관에 넣어 강에 흘려보냈는데 어부가 발견하고서는 오랫동안 장어를 먹여 완치를 시켜 부인으로 삼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적혀 있다. 결핵은 만성 소모성질환으로 장어 자체가 결핵균을 줄일 수는 없었겠지만 항병력을 높였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후 체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장어는 피부 부스럼, 궤양, 종기 등을 치료한다. <향약집성방>에는 ‘피부의 심한 궤양, 옴, 피부와 조직이 허는 것, 치루(痔瘻)를 치료한다. 부인의 생식기가 허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장어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몸을 보하고 정력에 좋은 대표음식이다. 특히 장어의 기름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장어구이로 먹을 때 굳이 기름을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다. 장어는 살과 기름 모두 약이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어는 먹어서도 효과가 있지만 외용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본초강목>에 ‘장어 뼈를 굽고 가루 낸 다음 여러 가지 고약에 넣어 환부에 붙여 주고 겉에는 종이로 덮어 둔다’고 했다. 또 <증보단방>에는 ‘장어 껍질을 붙이고 하룻밤을 지내면, 썩은 살이 없어지고 새살이 돋아난다’고 했다.

장어는 어루러기 등 각종 피부질환에도 좋다. 어루러기는 피부에 곰팡이가 감염된 진균증이다. <단방비요>에는 ‘어루러기가 생긴 경우 뱀장어를 구워 기름을 내어 우선 헝겊으로 어루러기가 난 부위를 문지르고 바르면 3번이 지나기 전에 즉시 효과가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피부 가려움증 등에 구워서 오랫동안 먹는다. 또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발라 준다’고 했다. 장어를 요리해서 먹어도 좋고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발라도 좋다.

장어에는 불포화지방산(오메가3)과 함께 아연과 셀레늄 등의 면역성분이 풍부해 소염작용, 상처회복 및 면역안정효과가 있다. 장어의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비율은 약 80:20 정도로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이다. 따라서 장어구이를 먹을 때 기름을 모두 제거할 필요가 없다. 기름을 모두 제거한다면 장어의 효능까지 버리는 셈이다.

장어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요리재료 중 하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주로 장어구이로 먹는다. 유럽에서는 장어젤리를 만들어 먹는다. 장어의 지방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지방 자체는 상온에서 굳지 않지만 껍질에는 젤라틴성분이 많아 오래 고아 식히면 젤리처럼 굳는다. 장어젤리나 장어탕은 손실되는 영양성분이 적어 구이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민물장어는 생으로 먹으면 안 된다.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장어에 독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장어를 날로 먹는 경우에 해당한다. 장어의 혈액 속에는 독소가 있다. 장어 혈액 속 독소는 심장을 포함한 근육경련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독소는 58~70℃ 정도의 온도에서 파괴된다. 따라서 장어는 피를 제거한 후 충분하게 익혀 먹어야 한다.

간혹 장어 쓸개를 먹기도 한다. 장어 쓸개주라고 해서 소주에 섞어 서비스로 주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장어 쓸개에는 우르소데옥시콜릭산(UDCA) 성분이 없어서 인간에게 이담작용(담즙분비를 촉진해 간이 원활하게 작용할 수 있게 도움)을 나타내지 않는다. 인간을 제외하고 쓸개에 UDCA를 함유한 동물은 곰, 오소리, 기니피그, 뉴트리아 같은 몇몇 포유류뿐이다.

장어는 기름이 많아 혈관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장어기름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오히려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된다. 특히 비만하면서 심폐기능이 약한 태음인에게 좋다. 만일 장어를 먹고서 설사하는 분들이라면 깻잎, 생강, 부추를 곁들이는 것을 권장한다. 설사도 막고 소화도 잘 된다.

장어는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보통 ‘7월 칠산 장어’라는 말이 있지만 장어는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좋다. 무엇보다 장어는 살집은 물론이고 껍질과 기름까지 모두 먹어야 온전히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장어는 우리 몸의 건강까지 길쭉하게 늘려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