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아르기닌’, 근육 키우는 데 정말 효과 있을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아르기닌’, 근육 키우는 데 정말 효과 있을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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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요즘 보충제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성분은 바로 아미노산성분 중 하나인 ‘아르기닌’입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L-아르기닌성분 의약품의 매출규모는 70억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 식품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아르기닌제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함량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1회 복용량이 3000~5000mg로 고함량 제품이 다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7000mg 제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파워 셀러 SNS을 통해 홍보되는 아르기닌은 주로 성기능을 개선한다거나 근육을 키워준다거나 운동 후 피로가 없어진다는 등의 효능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정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주의할 사항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르기닌은 우리 몸에서 합성이 가능한 비 필수 아미노산이며 간에서 요소 생성을 촉진해 암모니아를 배출,  간기능에 도움이 됩니다. 또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ATP를 생성하며 혈관 내피에 작용, 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합니다. 성장호르몬 분비도 촉진하죠. 이런 다양한 작용 때문에 여러 효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효능은 어느 정도 입증돼 있을까요?

첫째, 간 기능 개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에게 실험된 임상자료는 찾지 못했고 닭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자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간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약물로 처치한 뒤 동시에 아르기닌을 투여한 실험들인데 일정 농도 이상을 섭취하면 간기능 개선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아르기닌이 ‘요소’ 생성을 촉진해 독성 대사산물인 암모니아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인데요. 이때 아르기닌뿐 아니라 아스파르트산이 같이 공급돼야 합니다. 때문에 간기능 개선제로 허가된 일반의약품에는 L-아스파르트산-L-아르기닌수화물성분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둘째, 아르기닌과 성장호르몬 관계입니다. 아르기닌을 복용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 것은 맞습니다. 많은 임상 논문들도 존재하지요. 특히 5000~9000mg을 복용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촉진된 성장호르몬이 실제로 성장기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다거나 근육 생성을 촉진한다는 임상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아르기닌은 근육 운동하는 분들이 많이 드시죠?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아르기닌 보충이 근육 생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된 논문은 있는데 결론적으로 아르기닌 보충이 장딴지 근육(비장근)이나 심장근육 발달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르기닌을 보충하면 그냥 쉬고 있을 때보다 성장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지만 운동하면서 아르기닌을 같이 보충하면 운동만 할 때보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저항성 운동으로 동시에 아르기닌을 보충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운동과 아르기닌 모두 강력한 성장호르몬 분비 자극요소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되면 오히려 음성되먹임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예상할 뿐입니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저는 고농도 아르기닌의 경우 운동 전후 2~3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끝나더라도 성장호르몬 고농도는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비록 소규모 임상실험이긴 하지만 아침저녁 1000mg 아르기닌을 8주간 꾸준하게 복용하면서 운동한 경우 섭취하기 전보다 최대 산소 섭취량과 운동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단번에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닌 지구력 등을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꾸준히 아르기닌을 복용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셋째, 아르기닌과 산화질소(NO)의 관계입니다. 분명 아르기닌은 혈관상피세포에서 산화질소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관을 확장합니다. 이런 효과를 기대하면서 성기능을 강화한다거나 혈압을 떨어뜨린다고 광고하는 것이죠. 하지만 혈중 아르기닌 농도는 높아져도 산화질소 농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고농도의 아르기닌을 복용한다고 해서 성기능 강화와 혈압 저하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아르기닌 복용 시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고용량 아르기닌을 복용하면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 적정량 복용하는 경우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5000mg 이상 고함량제제를 드실 때만 고려할 부분입니다. 

둘째, 헤르페스감염증으로 포진이 유발되거나 자주 포진이 나타나는 사람은 고함량 아르기닌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아르기닌을 원료로 해서 단백질 껍질을 만들고 증식하게 됩니다. 고농도 아르기닌 복용은 혈중 아르기닌 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어 헤르페스감염증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피곤해서 자주 포진이 생기는 사람이 아르기닌 고함량을 복용한다면 오히려 바이러스가 잘 복제되도록 도와주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심장질환이 있는, 특히 노인의 경우 아르기닌을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2006년 미국 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심근경색환자 153명을 대상으로 1일 3000mg씩 3회 아르기닌을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 6개월 동안 임상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르기닌이 심장의 부담을 줄여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진행된 실험이었죠.

하지만 아르기닌을 섭취한 환자 그룹에서 2차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건수가 16.7% 나타났고 6명이 사망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실험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 기간 위약 아르기닌을 복용한 환자 그룹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죠. 결국 연구진은 심장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아르기닌은 투여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간혹 아르기닌을 복용하면 통풍위험이 증가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관성은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소(Urea)와 요산(Uric acid)을 혼동해 이런 얘기들이 언급된 것 같습니다. 요소와 요산 모두 체내 발생한 암모니아를 제거하기 위한 대사산물이지만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통풍은 혈중 요산농도가 너무 높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단백질 중에서도 퓨린이 풍부한 음식들이 문제가 됩니다. 퓨린 구조가 아닌 아르기닌이 직접적으로 요산 생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내용이 좀 길어졌지만 핵심내용은 이것입니다. 

1. 간기능 개선 또는 해독기능은 인정된다. 이때 아스파르트산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2.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단 운동과 동시에 아르기닌을 복용하면 성장호르몬 분비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3. 산화질소 농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성기능 강화나 혈압저하 효과에 대한 과대 광고는 믿지 말자.

4. 위장장애가 있거나 헤르페스감염증, 심장질환자 등은 고농도 아르기닌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아르기닌 섭취에 대해 예상되는 효과와 이에 대한 근거들을 여러 실험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명확하게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것을 보고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테지요. 

우리가 식품으로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단일 영양성분을 고단위로 복용할 때는 반드시 그 유효성과 유해성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몸 상태에 따라 고단위 영양소 섭취가 불가한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 잊지 말아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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