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무심코 흘린 진통제, 반려동물에겐 ‘독’ 될 수도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무심코 흘린 진통제, 반려동물에겐 ‘독’ 될 수도
  • 장원정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내과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9.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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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정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내과원장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사람이 가정에 상비약으로 1~2가지 종류의 해열진통소염제를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약 봉투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약 겉면에 달콤한 맛이 나기도 해 반려동물이 약을 먹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오늘 칼럼에서는 반려동물이 특히 조심해야 할 약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가 열이 나거나 두통, 생리통이 있을 때 흔히 먹는 진통제가 반려동물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의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와 아세트아미노펜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에게는 안전한 약이지만 반려동물이 섭취하면 ▲구토 ▲설사 ▲혼수 ▲경련 ▲신장손상 ▲간손상을 일으키며 심하게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부프로펜과 나프록센성분의 진통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지엔, 애드빌, 부루펜, 탁센 등의 제품이 해당한다.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은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의 제품에 해당한다.

최근에 필자의 동물병원에는 바닥에 떨어진 진통제를 갖고 놀다가 여러 알을 먹은 후 응급으로 방문한 반려동물이 있었다. 여러 알을 먹은 상태라 증상이 나빠질 수 있어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보호자가 반려견이 약을 먹은 것을 발견하고 발 빠르게 동물병원에 방문한 덕분에 검사 및 수액처치, 약물치료를 진행했다. 다행히 신장과 간 손상 없이 구토와 가벼운 위장관증상만 나타나고 건강하게 회복한 후 퇴원할 수 있었다.

사람보다 몸무게가 작은 개와 고양이는 약을 소량만 먹어도 위험할 수 있다. 약 2~4kg인 소형견과 고양이에서 이부프로펜 200mg 용량의 진통제를 반 알~1알 복용했을 때, 1~4시간 이내에 심각한 구토와 위장관 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2알 이상 복용했을 때는 1~5일 이내에 신장손상을 일으키며 4알 이상 복용했을 때는 운동 실조, 의식감소와 경련을 일으킨다. 6알 이상 복용했을 때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나프록센은 이부프로펜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구토, 설사 등 소화기증상과 신장손상,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2~4kg인 소형견에서 약 1알, 특히 고양이는 1/10에 해당하는 아주 소량만 먹어도 급성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적혈구를 손상시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를 효율적으로 운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저산소증, 청색증이 발생한다.

우리가 무심코 놔두거나 흘린 진통제가 반려동물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 점을 유념하고 보호자는 진통제 보관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사진=픽사베이).

반려동물은 한 번 땅에 떨어진 진통제를 먹을 때 1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알을 먹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더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 반려동물이 실수로 진통제를 먹지 않도록 항상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임의로 사람 진통제를 먹이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반려동물이 조금이라도 진통제를 먹은 정황이 있다면 바로 동물병원에 방문해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때 반려동물이 약을 얼마만큼 먹었는지, 어떤 성분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반려동물이 먹은 약의 상품명을 명확히 알아오거나 약 봉투와 상자를 통째로 들고 오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에 방문하면 혈액검사, 혈압검사, 소변검사 등 독성의 정도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응급조치를 한다. 약을 먹은 직후라면 위세척을 하고 해독제를 사용해 약물이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약물의 배출을 돕기 위해 정맥 수액 치료가 필요하다. 신장 및 간 손상이 확인된다면 간보조제, 항산화제 처치가 진행되며 신장손상이 심해 무뇨증까지 나타난 상태라면 혈액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

진통제 복용에 대한 해결책은 예방이 첫 번째다. 특히 식욕이 좋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 반려동물이 있다면 약 보관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 또 체중이 적게 나가 약물중독의 위험도 크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보관장소에 잠금장치를 마련하고 반려동물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약을 보관해두자. 또 약을 실수로 흘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반려동물이 약을 먹은 정황이 있다면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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