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만으로 ‘발달장애’ 이해해도 괜찮을까
우영우만으로 ‘발달장애’ 이해해도 괜찮을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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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따라 여러 증상 복합적으로 나타나
코로나19 후엔 발달장애 진단 지연사례↑
꾸준히 경과관찰해야…조기진단·치료 중요
발달장애는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질환으로 진단돼도 아이마다 증상과 그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스펙트럼장애 등과 같은 영유아 발달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라마만으로 발달장애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발달장애는 아이마다 증상이 다양하며 또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우리가 몰랐던 발달장애의 면면들을 살펴봤다.

발달장애는 어느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제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 보통 영유아시기 처음 발생하는데 한 영역의 발달문제가 다른 영역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0~1세에는 시각과 청각감각, 운동발달영역에서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2세까지는 발달성 언어지연에 따른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정서적 및 사회성발달이 이뤄지는 3~5세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 전반적 발달지연이 많이 나타나고 ▲학습이 이뤄지는 6세부터는 읽기와 산수 등 학습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ADHD가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질환으로 진단받더라도 아이마다 증상과 그 심각도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미애 교수는 “예를 들어 자폐스펙트럼장애은 많은 경우에서 언어결함을 함께 갖고 있지만 그 범위는 말을 전혀 못 하는 경우에서부터 언어지연, 말에 대한 이해력 부족, 반향 언어 또는 부자연스럽고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인 언어 사용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발견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의의 관찰평가, 보호자와의 면담, 타당성이 높은 표준화된 행동 진단도구들의 평가 등을 통해 다면적이고 상세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항간에 얘기되는 주변 정보만 믿고 덜컥 걱정하기보다는 조기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후에는 학습조차 집에서 이뤄지면서 영유아의 발달장애 진단이 더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신경발달행동치료센터장)는 “코로나19 전보다 사회성 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영유아의 방문이 증가했는데 학습장애와 ADHD는 초등학교 입학 후 1학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원격수업 등의 영향으로 3, 4학년이 돼서야 진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 치료기관 부족으로 진료받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2020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3달 이상 대기해야 하고 최장 1년2개월까지도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발달행동치료센터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센터를 방문하기 전 진료 대기기간이 평균 1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랜 대기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진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발달장애 치료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대부분 놀이, 언어, 인지 등의 치료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첨단기기를 활용한 전산화 인지재활치료를 접목하고 있다. 시청각 기능과 처리속도 향상, 주의력 조절 등과 관련된 두뇌회로를 발달시켜주는 훈련으로 리듬과 타이밍훈련을 통해 뇌에서 효율적이고 빠른 정보 전달이 이뤄지도록 만든다. 주파수 훈련기법으로 제작된 음악을 통한 청지각훈련도 난독증과 운동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김성구 교수는 “발달장애 아동은 질환 종류와 시기에 따라 1, 2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추적 진료하면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재평가를 시행하는 과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며 “특히 발달장애 아동의 민감기는 5세 이전이며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2세 이전이라도 조기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징후가 보이면 일찍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발달장애 아동들의 숨은 능력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도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지각이나 청지각능력 등 특정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은 아이들 중에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특정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발달행동치료센터 김경미 임상치료사는 “이에 우리 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행동패턴과 임상심리검사 분석을 통해 강점과 약점, 관심사와 흥미분야를 세밀하게 분석, 흥미와 강점을 매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아이들별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에서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오미애 교수는 “예를 들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같은 상태를 반복하려 하고 사소한 변화에 저항하려는 성향이 있어 자신의 관심사를 계속 이야기하거나 같은 음식만 먹으려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데 일반 사람이 볼 때는 융통성이 없고 집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때로는 눈맞춤이 어색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 모든 행동들은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싫어해서 하는 행동들이 아니라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이들의 특성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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