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5가지 맛 가진 오미자, 대표적인 효능 5가지
[한동하의 식의보감] 5가지 맛 가진 오미자, 대표적인 효능 5가지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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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여름에는 시원한 에이드로 즐겼는데 날이 쌀쌀해지니 따뜻한 오미자차 한 잔이 생각난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로 마시거나 음식으로 사용되고 약으로도 이용되는 오미자. 이번 칼럼에서는 쓰임새 많은 오미자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 5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미자는 오미자나무의 열매다. 초여름에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햇오미자로 청을 담가 먹는 사람들도 많다. 만일 올 초여름 오미자청을 만들어뒀다면 가을이 되면서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오미자는 가을철에 심해지는 기침이나 호흡기질환에 좋기 때문이다.

보통 한의학에서 오미(五味)라고 하면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으로 다섯 가지 맛이다. <동의보감>에는 ‘오미자의 껍질과 과육은 달고[甘] 시며[酸] 씨는 맵고[辛] 쓴데[苦], 모두 짠맛[鹹]이 있다.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이 모두 나기 때문에 오미자(五味子)라고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미각으로 이 다섯 가지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오미자는 신맛이 가장 강하다. 오미자를 거의 처음으로 기록한 <신농본초경>에도 신맛만 기록돼 있다.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 오미자를 약으로 사용할 때는 생것을 햇볕에 말려서 씨를 버리지 않고 모두 사용한다. 기침을 치료할 때는 생으로 사용하고 보약에 넣을 때는 한 번 찌거나 볶아서 사용하라고 했다. 과거에는 오미자를 꿀과 함께 졸여 오미자고(五味子膏)를 만들어 먹었다. 요즘의 오미차청을 농축하면 오미자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동의보감>에는 ‘오미자고(五味子膏)는 정기(精氣)를 잘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 오미자 1근(600그램)을 깨끗이 씻어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비벼서 즙을 짜내고 씨를 뺀다. 베로 걸러서 솥에 넣고 겨울에 채취한 꿀 2근과 함께 은근한 불로 고아서 고약을 만든다. 한 번에 1~2숟가락을 떠서 끓인 물에 타서 빈속에 먹는다’고 했다. 보통 약에 넣어 전탕을 할 때는 씨까지 넣지만 고를 만들 때는 딱딱한 씨를 제거했다.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는 흩어진 기를 수렴하고 성질이 따뜻해 기운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날이 건조하고 차가운 가을철 마른기침에 특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럼 오미자의 구체적인 효능을 살펴보자.

첫째, 오미자는 흩어진 기를 수렴(收斂)한다. 원래 오미자와 같은 신맛은 기운을 수렴하는 성질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폐기를 수렴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폐를 수렴하고자 할 때는 급히 맛이 신 것을 먹어서 수렴하고 맛이 신 것으로 보해 준다’고 했다. 신맛은 폐를 보한다. 오미자 외에도 신맛이 강한 유자, 탱자, 레몬, 귤 등도 폐기의 기를 수렴해 보하는 효능이 있다.

둘째, 오미자는 기침을 멎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기침하고 상기가 되며 몸에서 열이 나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기침이나 마른기침을 치료하고, 수(水)를 튼튼하게 하여 양(陽)을 억누른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숨을 헐떡이며 기침을 하는 것과 마른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했다.

오미자가 효과적인 기침의 특징은 주로 가래가 없는 마른기침이다. 오미자는 폐기를 수렴하고 수기를 보충하기 때문에 기관지가 건조하면서 나타나는 마른기침에 좋다. 특히 가을철에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나타나는 기침에 특효다. 만일 차고 건조한 공기가 원인이라면 오미자와 함께 말린 생강을 달여 먹으면 효과적이다.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한데도 일부 한의서에 보면 열기(熱氣)를 없앤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열은 허열(虛熱)로 기운이 없을 때 몸이 나른하면서 나타나는 열감을 말한다. 오미자에 해열작용은 없다. 오미자는 주로 보(補)하는 효능으로 사용돼 왔다.

셋째, 오미자는 원기부족(元氣不足)을 보한다. <동의보감>에는 ‘허로(虛勞)로 마른 것을 다스리고, 부족을 보하며, 사람을 밝고 윤택하게 하고, 허열을 없앤다’고 했다. 오미자는 보통 황기나 인삼, 맥문동을 넣고 생맥산을 만들어 여름철 음료로 많이 먹는다. 생맥산은 여름철에 기운을 북돋운다. 하지만 가을에도 좋다. 가을철 오미자는 기운을 저장해준다. 이때 오미자를 보약에 넣을 때는 한 번 쪄서 말린 것을 사용하거나 불에 볶아서 쓴다.

넷째, 오미자는 정력을 강하게 한다. <본초정화>에는 ‘부족한 것을 보해주고, 음경을 단단하게 하며 남자의 정(精)을 북돋아준다’고 했다. 오미자는 주로 폐와 콩팥의 기운을 보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폐의 기운을 거둬들이고 동시에 콩팥의 수기(水氣)를 보충해준다.

<본초강목>에는 ‘음경이 발기되지 않는 증상에 햇오미자 1근을 가루 내고 술로 1방촌시씩(가로세로 1촌정도 되는 약숟가락) 하루 세 번 복용한다. 돼지고기, 생선, 마늘, 식초를 먹지 말아야 한다. 한 제를 다 복용하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100일 이상 복용하면 10명의 여자를 거느릴 수 있다. 사시사철 끊지 말고 복용해야 약의 효능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어디에 효과가 있다는 식물을 한두 번 먹어 보고 효과가 있거나 없다고 설왕설래하는 경우가 많다. ‘100일 이상’ 또는 ‘사시사철 끊지 말고 복용해야 약의 효능을 알 수 있다’는 말은 효과를 보려면 꾸준한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할 때 약물 복용은 최소 3개월 이상으로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다섯째, 오미자는 진액(津液)을 생성한다. <동의보감>에는 ‘소갈(消渴)을 멎게 하는 데 가장 좋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진액을 생성하여 갈증을 멎게 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갈증을 멈추게 하고 번열을 제거하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갈증이 생기는 증상에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소갈병인 당뇨병이다. 실제로 오미자는 당뇨병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오미자는 혈당 조절효과도 있어 당뇨병으로 인한 갈증에도 좋다.

오미자에는 시잔드린이란 성분이 있어서 폐기관지의 염증상태를 개선하고 신맛성분인 사과산, 주석산, 호박산 등의 유기산이 피로를 개선한다. 또 고미신, 시트럴 등의 성분은 심혈관질환에 좋다. 앞서 오미자가 대부분 남성 성기능을 강화시킨다고 했는데 오미자에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리그난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좋다. 특히 갱년기 즈음의 여성들의 경우 갱년기 장애를 줄이고 심혈관질환이나 무기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오미자를 가장 쉽게 섭취하는 방법은 바로 찬물에 우려서 마시는 것이다. 찬물 1리터에 오미자 한 주먹 정도를 넣어 하룻밤 두면 오미자 속 수용성 성분이 대부분 녹아난다. 오미자는 끓이면 쓴맛성분까지 우러나기 때문에 맛이 쓰고 텁텁한 느낌이 난다. 맛 때문이 아니라면 물에 넣고 끓여 먹어도 좋다. 말려서 가루 낸 것을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오미자는 다섯가지 맛을 갖고 있으니 참 욕심이 많다. 그중 신맛이 강해 깍쟁이 같지만 한번 접해보면 쉽게 친해진다. 겉은 차가운 것 같지만 속은 따뜻하고, 밀어낼 것 같지만 거둬주기 때문이다. 오미자를 가까이하면 건강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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