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감두탕부터 오두탕까지…콩은 최고의 식품이자 약
[한동하의 식의보감] 감두탕부터 오두탕까지…콩은 최고의 식품이자 약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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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의서에는 다양한 처방들이 있다. 아주 귀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약재부터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까지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무척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콩이다. 콩은 주된 식량자원이면서 동시에 건강을 지키는 처방으로도 활용돼 왔다.

콩은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로 종류가 무척 많다. 녹두(菉豆), 흑두(黑豆), 흑소두(黑小豆), 서목태(鼠目太), 적소두(赤小豆), 청두(靑豆), 완두(豌豆), 잠두(蚕豆), 대두(大豆), 황두(黃豆), 백두(白豆), 백편두(白扁豆) 등등 한 가지 종류의 콩에 여러 가지 이름이 있는 것들도 있다.

콩은 한자로는 보통 두(豆), 태(太), 숙(菽)이라고 한다. 한의서에는 주로 두(豆) 자를 사용했다. 숙(菽)은 주로 곡식의 이름으로 사용됐는데 오곡(五穀)은 쌀(米), 보리(麥), 기장(黍), 콩(菽), 조(粟)로 이때는 숙(菽) 자를 사용했다.

먼저 흑두탕(黑豆湯)이나 녹두탕(菉豆湯)이다. 검정콩이나 녹두를 달인 물은 그 자체로 마시기도 했지만 다른 환약을 삼키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의방합편>에는 ‘배꼽 아래가 아프면 오수유 1홉을 흑대두탕(黑大豆湯, 검정콩 달인 물)에 타 먹는다’고 했다. <경악전서>에는 ‘파두에 중독된 증상에는 녹두를 달여서 차게 해서 복용하면 즉시 낫는다’고 했다.

환약을 물이 아닌 검정콩이나 녹두 달인 물로 복용하게 하는 이유는 독성이 있는 환약을 복용할 때 주로 활용됐다. 이는 환약의 독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른 콩과 달리 검정콩과 녹두는 해독제로 많이 사용됐다.

검정콩의 해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초를 배합하면 좋다. <본초강목>에는 ‘손사막의 천금방(千金方)에서는 대두즙이 온갖 약독을 풀어준다는 처방을 내가 시험해보니 효과가 없었고 감초를 넣어 감두탕(甘豆湯)을 만들어 쓰자 기이한 효험이 있었다’고 했다. 검정콩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감초를 넣으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감두탕(甘豆湯)은 감초와 검정콩으로 이뤄진 처방이며 주로 해독제로 사용됐다. 감두탕의 용량과 처방내용은 문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주된 재료는 검정콩과 감초다.

<동의보감>에는 ‘온갖 독을 두루 치료하는 것에는 감두탕이 해독의 첫째가는 약이다’라고 했다. <식감본초>에는 ‘감두탕은 온갖 약이나 독을 푼다. 감초 검정콩 각 1돈을 따뜻하게 먹거나 차게 임의대로 복용한다’고 했다. 또 <의학입문>에는 ‘감두탕은 각종 열로 인한 번갈(煩渴), 대소변이 시원치 못한 증상, 풍열(風熱)이 신장으로 들어가서 생긴 요통 등을 치료한다. 검은콩 2홉, 감초 2돈, 생강 7조각을 물에 달여서 먹는다’고 했다.

요즘에도 간혹 생초오를 먹고 약물중독으로 사고사가 발생하는데 감두탕은 과거 초오독, 천오독, 부자독을 없애는 데도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초오(草烏)에 중독되어 마비가 되고 어지러우며 괴로울 때는 감두탕을 마신다’고 했다. 이밖에도 감두탕은 철쭉꽃 중독, 약쑥(애엽) 중독을 푸는 데도 사용됐다. 감두탕은 현재도 초오나 부자의 독을 제거하는 수치과정에서 이용되고 있다.

감두탕은 주로 약물이나 독극물에 의한 중독에 최고의 명방이었다. 독극물 중독이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의 약물남용이나 황사나 매연, 부작용이 우려되는 식품첨가물 등의 해독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콩은 종류별로 궁합을 이루면서 여러 건강문제를 치료하는 약으로 처방돼왔다. 단 건강에 좋다고 해서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적당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음은 삼두탕(三豆湯)이다. 삼두탕은 검은콩, 적소두(팥), 녹두로 이뤄진 처방으로 과거에는 주로 천연두의 증상인 두진(痘疹)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활용됐고 제반 열증(熱症)을 치료하는 데도 처방됐다.

<경보신편>에는 ‘두진(痘疹)에는 삼두탕을 달인 물을 먹는다’고 했다. <의휘>에는 ‘두진(痘疹)에 열이 날 때에 땀을 내면 독이 땀을 따라 나와 발산되어 두창(痘瘡)이 줄어든다. 삼두탕을 먹인다’고 했다. <신평의학정전>에는 ‘소아의 두진을 치료하는데 적소두, 흑두, 녹두 각 1승에 감초 3냥을 넣어 마시면 두진이 영원히 올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향약집성방>에는 ‘삼두탕은 술을 지나치게 마신 후 코피가 나면서 피를 토하는데 일어서 있으면 멎고 누우면 더 심해지면서 여러 가지 약을 써도 효과가 없는 증상을 치료하니, 이 약물을 복용하면 낫게 된다. 흑두, 적소두, 녹두 각 같은 양을 물에 달여 복용한다’고 했다.

검정콩과 녹두는 해독에 다용됐고 적소두(팥)는 열로 인한 피부질환에도 많이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적소두는 수기(水氣)를 내리고 옹종(癰腫)과 피고름을 나가게 한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수종과 창만을 내린다. 열로 인한 옹종을 없애고 어혈을 깨뜨린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적소두는 검정콩과 녹두와 함께 고열이 동반된 화농성 피부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오두탕(五豆湯)이다. 오두탕은 적소두(팥), 녹두, 흑두, 청두(靑豆), 황두(대두)로 이뤄진 처방으로 주로 주독(酒毒)과 소갈(消渴)을 치료했다. 여기서 청두는 완두콩을 의미하는 것 같다. 완두콩에는 청소두(靑小豆)라는 별명도 있다. 청두 대신 백편두가 이용되기도 했다.

<증보신편>에는 ‘소갈을 치료하는데 오두탕, 즉 적소두, 녹두, 흑두, 청두, 황두 각 1홉, 오매 5개를 달여 먹으면 신묘한 효험이 있다’고 했다. <광제비급>에는 ‘술을 마셔 번갈로 죽을 것 같을 때는 오두탕을 쓴다. 백편두, 적소두, 녹두, 흑소두, 백두(황두)를 같은 양으로 물에 달여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오두탕은 술독이나 당뇨병으로 인한 심한 갈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오두탕은 주독을 풀어서 소갈을 멎게 한다. 갈근과 감초 각 1근, 관중 8냥, 흑두, 황두, 녹두, 청두, 적소두 각 1냥을 음력 12월 8일에 물 5.5말과 함께 큰 솥에서 익을 때까지 졸여 찌꺼기를 거른다. 이것을 사기그릇에 넣고 입구를 봉해 두었다가 봄이나 여름에 열어 마음대로 먹는다. 어른이 소갈을 앓은 후 창(瘡)이 생긴 데에 가장 좋고 술 마신 뒤의 갈증에도 좋다’라고 했다. 관중(貫衆)은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약초로 오두탕을 만들 때 관중을 제외하고 단지 다섯 종류의 콩만 이용해도 좋고 갈근(칡뿌리)과 감초만 추가해도 좋다.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콩 처방을 살펴봤다. 단 한 가지 콩만 사용해도 좋지만 증상에 따라서 궁합이 맞는 것들을 혼용하면 더욱 좋겠다. 용량은 크게 구애받을 필요 없지만 많은 용량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보다는 적당량을 꾸준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콩 개별 용량으로 보면 10~20그램 이내면 적당할 것이다. 

콩에는 해독(解毒), 청열(淸熱), 소갈(消渴) 등의 효능이 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피부에 종기가 많이 생기는 경우, 당뇨병으로 인한 갈증이 심한 경우, 부종이 심한 경우 등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간기능저하, 대사증후군, 당뇨병, 갱년기장애, 만성부종 등에도 활용해 볼 만하다. 달여서 먹어도 좋고 가루로 해서 먹어도 좋고 환을 빚어도 좋다. 물론 밥에 넣어 먹어도 좋다. 콩은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식품이자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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