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남성에게 좋다는 ‘산수유’, 알고 보면 만인의 보약
[한동하의 식의보감] 남성에게 좋다는 ‘산수유’, 알고 보면 만인의 보약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1.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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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학창시절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를 기억할 것이다. 시의 내용을 보면 열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눈 속에서 산수유를 따온다. 필자는 ‘산수유’ 하면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떠오른다. 산수유에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산수유(山茱萸)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산수유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보통 8~10월이면 다 익어서 11월경에 채취 가능한데 한겨울 잎이 모두 떨어져도 여전히 붉은 산수유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성탄제> 시에서도 아버지가 한겨울 산수유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산수유는 맛이 시고 성질은 평이하면서도 따뜻하고 독은 없다. 많은 한의서에는 대부분 평이하다고 했는데 간혹 따뜻하거나 또는 뜨겁다고 한 것도 있다. 귀경(歸經)은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과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으로 주로 간병(肝病)과 신병(腎病)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수유는 무엇보다 남성 성기능을 강화시킨다. <본초강목>에는 ‘음경을 강하게 하고 정수(精髓)를 보충해준다’고 했다. 이때 산수유의 속씨는 제거해야 한다. 산수유 속씨는 오히려 정을 새어나가게 한다고 했다. 또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수장(水臟)을 돕는다’고 했다.

이러한 효능은 모두 신(腎, 신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수유는 남성호르몬을 증가시키지는 않지만 음경 해면체로의 혈류 유입을 촉진하고 정자의 운동성과 활동성을 강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산수유는 빈뇨를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소변이 너무 잘 나오는 것을 멎게 한다’고 했다. 특히 ‘노인의 소변이 절제없이 나오는 것을 멎게 한다’고 했다. 산수유가 빈뇨를 치료하는 것을 기미론(氣味論)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산수유에는 깔깔한 기운이 있어 빠져나가는 것을 수렴한다는 것이다.

보통 담백한 맛은 이뇨작용이 있고 시고 떫은 맛은 거둬들이는 작용을 한다고 본다. 산수유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빈뇨나 유뇨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산수유는 여성들의 생리혈이 불규칙하게 비치는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주촌신방>에는 구체적으로 ‘소변빈삭과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저절로 나오는 유뇨 같은 증에는 산수유를 술에 쪄 찧어서 꿀과 함께 섞어 걸쭉하게 만들어 빈속에 뜨거운 물로 2~3수저 먹는다’고 했다. 생산수유를 구할 수 있다면 청(淸)으로 만들어 놓았다가 먹어도 좋다.

산수유는 간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본초강목>에는 ‘간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간허(肝虛)로 인한 현훈(眩暈)에도 쓰니 간의 약이다. 달여서 먹는다’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장기에는 나름의 기운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폐와 췌장은 습한 기운의 장기이고 위와 대장은 건조한 기운, 간과 쓸개는 따뜻한 기운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간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은 간기능을 좋게 하고 간 해독능력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산수유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도움을 주면서 항염·항산화·항노화 작용을 한다. 또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남성만이 아닌 만인의 보약인 셈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산수유는 항노화 작용을 한다. <본초강목>에는 ‘장복(長服)하면 몸이 거뜬하게 되고, 눈이 밝아지며, 힘이 강해지고, 오래 살게 된다’고 했다. 산수유에는 유기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성분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산수유의 항산화작용에 의해 활력과 면역력을 증가시키면서 항노화 작용을 나타낸다.

이밖에도 산수유에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저림증상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한습(寒濕)으로 인해서 저린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장위(腸胃)의 풍사(風邪)를 없앤다’고 했다. 이는 산수유가 혈액순환장애를 전반적으로 개선한 효능으로 볼 수 있다.

산수유는 머리를 맑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두풍으로 풍(風)이 오락가락하는 증상, 코가 막히고 눈이 누렇게 되는 증상, 귀가 막히고 얼굴이 벌개지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구규(九竅)를 통하게 한다’고 했다. 구규(九竅)는 눈, 코, 귀, 입, 항문, 배뇨관을 말하는데 구규를 통하게 한다는 것은 소통시킨다는 의미다. 이러한 증상들이 개선되면 총명해지고 머리가 맑아질 것이다.

산수유는 골이 울리면서 아픈 두통과 이명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뇌골통(腦骨痛)을 치료하고, 이명(耳鳴)을 치료한다’고 했다. 두통 중에서도 뇌가 울리는 듯한 통증은 골수(骨髓)와 관련이 있는데 골수는 신(腎)이 주관하고 이명도 신(腎)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산수유는 신의 기운을 강화시킴으로써 뇌골수를 보하고 이명에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수유의 골수를 보하는 효능은 중년의 뼈를 튼튼하게 하고 어린아이들은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산수유는 얼굴 피부염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얼굴의 창(瘡), 주사비(酒皶鼻)를 치료한다’고 했다. 창은 피부가 헌 곳을 말하고 주사비는 주사피부염이다. 이 또한 항산화작용에 의한 효과로 산수유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면서 피부로의 혈류순환을 촉진하고 소염작용을 타나내기 때문에 제반 피부염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수유는 술로 한번 쪄서 불에 볶아 말려서 사용한다. <본초정화>에는 ‘산수유를 술로 축축하게 한 후 속에 있는 씨를 제거하고 은근한 불에 구워 말려 쓴다. 씨는 정이 새어나가게 할 수 있으므로 복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포제(炮製)할 때 산수유 1근에서 과육을 취하고 안의 씨를 빼면 4냥 반이 되는데, 이것을 완만한 불에 구워서 쓴다’고 했다. 1근은 600g이고 4냥반은 약 169g이기 때문에 씨를 빼면 약 1/4(28%)로 줄어든다.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고 씨까지 함께 사용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

산수유는 달여서 먹어도 좋고 말려서 가루 내 먹거나 이것을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다만 주의사항이 있다. <본초정화>에는 ‘화(火)가 치성하여 양이 강하고 음이 허하여 혈열(血熱)한 경우에는 사용함이 마땅하지 않다. 방광에 열이 맺혀서 소변이 나가지 않는 경우의 치법은 청리(淸利)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 약은 맛이 시고 주로 수렴하니 사용함이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한마디로 열증(熱症)이나 급성염증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성탄제> 시에서 아버지가 아들의 열병에 산수유를 따다가 먹인 것은 오치(誤治)인 셈이다. 그런데도 아들이 쾌차한 것을 보면 산수유에 투영된 아버지의 지극정성 헌신적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국에는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이라고 한다. 중양절은 산에 올라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붉은색 주머니에 담아 차고 국화주를 마시며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세시 풍속의 일종이다. 따라서 중양절은 산수유의 이름을 따 일명 수유절(茱萸節) 또는 수유회(茱萸會)라고 한다. 이것은 산수유가 그만큼 병을 이겨내는 힘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모 광고 때문에 산수유는 보통 남성에게만 좋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산수유는 남녀 모두에게 좋다. 산수유는 특히 비뇨생식기 기능에 도움을 주면서 전반적으로 항염·항산화·항노화작용을 한다. 또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처럼 산수유는 건강에 이로운 효능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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